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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재편 속
투자하이브로서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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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공급망은 존재할까. 최근 몇 년간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상시화되는 흐름 속에서 많은 기업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우리 정부는 공급망 위기 대응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모색해야 할지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만나 해법을 들어봤다.

word 김광균 photo 김기남

  • 하이브는 ‘벌집’이라는 뜻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인터뷰이가 만든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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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환경과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공급망 관리가 국제 문제와 기업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역통상 환경 변화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본적으로 통상 분쟁이 생기면 당사국끼리 해결하라는 양자주의가 원칙이었으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분쟁해결절차가 구체화되면서 다자주의로 전환됐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국제기구가 나서서 조정이나 중재, 나아가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통상 리더십을 누가 가져갈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앞으로 경제패권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절대 강자인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갈라진 글로벌 공급망 체제에 놓여 있었지만 이제 다자주의 체제, 지역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능이 필요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체제에서 지역 공급망 체제로 변화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현재 지역 중심의 공급망 순환 체계가 완성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피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공급망 위기로 기업들이 겪는 주된 어려움은 무엇이며, 특히 수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공급망 문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무역 시장 전체가 위축된다는 점입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양국이 관세율을 서로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WTO 최혜국대우 원칙에 따라 전반적으로 기본 관세율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두 번째는 그동안 공급망 단절을 겪어보지 못했으나 코로나19 이후 특히 중국의 공세적인 조치로 공급망 단절을 겪다 보니 기업들이 안전재고를 높여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생산공정이 멈추면 연관 기업들에게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전재고 확보율을 높여야 하며, 이는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세 번째는 결국 이러한 공급망 재편의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이나 신설 투자 등의 요구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생산시설이나 지분권에 변화가 예견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지배권에 대한 위협이 가해지고, 그에 대한 자본 방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이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출 기업들에게 무역 시장 규모 축소는 상당히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Q >> 세계 주요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요국의 정책 및 전략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공급망에서 지역 공급망으로 재편되면서 세계열강이 각축을 벌이고 있죠.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동맹국 간의 공급망을 구축하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중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미국을 걷어내자는 거미 전략去美戰略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 경우 특수한 물자의 공급이 단절될 때 겪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단일시장 긴급조치SMEI, Single Market Emergency Instrument’를 통해 필수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선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만큼 전략적 스탠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Q >>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은 특히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의 새로운 변화와 대응을 요구하고 있고, ESG 관련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인데요. 이러한 통상 환경의 변화가 기업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시나요?
우리 정부는 현재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산업을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러한 환경 변화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산업에 영향을 줍니다. ESG는 단순히 시장 차원의 규범뿐 아니라 여러 노동환경이나 인권 등의 측면에서 책임 있는 투자를 강조하고 있죠. 지금까지 최종 생산품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여러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이라든지 노동 조건 등과 관련된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의 폭이 넓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공정이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고 그 과정에서 관련 규범을 잘 지켰다고 하는 점을 기업이 입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공정과 관련된 여러 기업 비밀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데이터보호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는데 이는 세계 주요국이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Q >>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소부장 산업에 특히 위협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우리의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 소부장 기업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때 동반 진출한 협력 업체들이고, 또 하나는 시장 수요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입니다. 후자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구성돼 있는데 중국을 배제한 상태로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급망 체제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 등의 선진 시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거든요.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선 이미 투자를 다 해놓았는데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수해야 하는 기로에 직면하게 됐고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경쟁력 있는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Q >>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대안으로 한국, 일본, 아세안에 주목하는 상황입니다. 교수님도 글로벌 소부장 업체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한국에 큰 기회요인이라고 언급하신 바 있는데요.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된다고 보시나요?
한국은 글로벌 소부장 업체들의 탈중국 흐름을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제조기업들이 취하는 전략이 ‘차이나 플러스원(China+1, 중국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 중국 이외 국가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이라는 점입니다. 즉 중국에서 완전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설 일부를 중국에 남겨놓고 인접 국가로 생산시설의 중심점을 옮기는 전략인 것이죠. 기업들이 한국에 온다 하더라도 그 매력도가 충분치 않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올 때, 해외 직접투자를 할 시점부터 추후 나가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재무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눈여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과 인접하면서도 이탈한 자본을 받을 수 있는 절대적인 경쟁자는 한국과 일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 환경입니다. 대부분 투자 기업들은 일본에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규제 환경이 일본의 강점인데 문제는 공급망의 폐쇄성입니다. 일본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일본의 공급망에서 일부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그 안에 녹아들고 싶어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런 기회가 적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한국은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면 지역사회에 동화되기 쉽습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외국 기업들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있어 강점이라 할 수 있죠. 또 하나의 과제는 공급망 재편이 재편으로만 끝나선 안 되고 한국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전자·자동차·기계류·화학·철강·선박 등 주요 6대 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살려왔지만 앞으로는 산업 지형이 바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되겠고요. 단지 리쇼어링하는 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을 유치하는 허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투자하이브hive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통상 인프라를 구축해 디지털 공급망 시대에 대비해야 합니다. 현재 코트라KOTRA가 보유한 무역투자24, 해드림, 트라이빅 등 무역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대해 좀 더 선제적인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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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석 교수는 리쇼어링하는 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을 유치하는 허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투자하이브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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