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Focus Story>산업 이슈① 반도체와 공급망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우리에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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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196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후공정에서부터 시작됐다. 탄탄하다고 믿었던 공급망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이유로 보기 좋게 무너졌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에게는 반성의 기회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반도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첨단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선진국만 만들 수 있는 전유물 중 하나다. 그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10년간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는 충분히 자랑할 만하고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할 터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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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1위와 격차가 크다
리서치 기업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2.0%인 데 반해, 한국은 17.7%이고 3위인 EU는 10.1% 다.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위인 미국과 30% 이상 차이가 나는데 뒤따라오는 EU와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2위는 맞지만, 1위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해 영원히 2위에만 머무를 수도 있다. 오히려 3위와 가까워 우리가 추월하기보다 추월당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두 번째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경쟁력은 메모리 반도체에만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59.6%로 매우 높게 나타났지만, 그 이외의 반도체 분야에서는 3.1%에 불과하다. 우리의 경쟁력이 메모리 반도체에만 과도하게 치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웨이퍼 가공을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왔다. 특히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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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는 규격이 정해진 표준품에 가깝고 소품종 대량 생산 방식으로 제조기업이 미리 제품을 생산하고 수요기업이 필요에 따라 구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 결정권이 제조기업보다 수요기업에 있으며, 제조기업은 항상 일정 수준의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 또한 PC,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 주요 수요산업의 경기가 좋아서 수요기업이 지속해서 구매하면 제조기업의 수익도 안정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출하가 줄고 재고도 쌓이게 되어 단가가 하락한다. 수요가 줄고 단가가 하락하면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은 수익 악화로 적자가 발생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황으로 지금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메모리 반도체가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보니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비중을 높여야 한다.
세 번째 -제조 장비와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산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기업인 코미 코퍼레이션이 구미에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목적의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이 최초의 반도체 설비를 도입한 계기다. 이후 순수 국내 기업인 아남전자가 1960년대 말 후공정 사업에 진출하는 등 반도체산업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첨단기술이 필요하고 공정이 복잡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웨이퍼 가공(전 공정)은 여전히 우리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런데 1974년에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반도체를 생산했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웨이퍼 가공을 시작했고 1983년 본격적으로 첨단 공정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전기·전자 산업의 기술력은 선진국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특히 반도체 제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의 기술 격차가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반도체 제조업은 대표적인 장비 산업으로 고가의 첨단장비가 있으면 제품 개발까지는 일단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반도체 제조 장비 사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당연히 반도체를 개발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일본의 전기·전자 기업들은 자사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도시바, NEC, 소니, 마쓰시타 등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다 보니 각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제조 장비와 소재 분야도 함께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직접 제조 장비와 소재를 개발할 필요 없이 이미 개발된 미국과 일본의 제조 장비와 소재를 도입해서 반도체 제조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발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발전 과정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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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이다. 2022년 760억 달러의 매출에 34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가장 정밀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다.
국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반도체 경제
반도체 공급망이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발생한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 등 글로벌 자동차산업 강국들이 자동차 제조에 차질이 발생하자 각국의 수장들이 최대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인 TSMC를 직접 찾아가 제품 생산을 늘려달라고 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TSMC가 이러한 긴급 요청에 대응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자 이번에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가 부족해졌고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 사태를 겪은 후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역내 생산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벌어지기 전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탄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대만 TSMC의 등장
지난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후공정을 시작한 것이 사실상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형성의 초기에 해당한다. 미국 기업들이 제조 공정 중 부가가치가 낮은 후공정을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1970년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만을 하는 팹리스가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기업은 한정적이었다.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만 해주는 기업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등장한 것이 대만의 TSMC이다. 대만의 TSMC는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시점과 비슷한 시기인 1987년에 설립되었는데 대만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후공정 경험은 있었으나 제조 장비와 소재 등 후방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해 제조 장비와 소재는 미국과 일본 등에 의존해야 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세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반도체의 핵심이자 기본 소재인 웨이퍼의 전 단계인 잉곳Ingot은 일본에서 생산되어 한국과 대만으로 이동하고 한국과 대만 기업은 미국과 일본의 제조 장비로 잉곳을 절단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웨이퍼를 준비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수행했으나, 설계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툴과 IP는 미국과 유럽 기업으로부터 조달했다. 그리고 제조 단계에서는 다시 미국과 일본의 제조 장비와 소재를 이용하고 있었다.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은 미국 기업으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서 미국과 일본의 제조 장비와 소재를 이용해 생산했고, 후공정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 수행했다. 이렇게 반도체는 한 국가나 지역에 생산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국가가 각자 핵심 역량을 발휘해 이동하면서 생산되었고 이렇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형성되었다
  • ❶ 금속 또는 합금을 한번 녹인 다음 주형鑄型에 흘려 넣어 굳힌 것이다.
  • ❷ 반도체 칩에 삽입되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블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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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망 관련
주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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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CHIPS Act 제정
2.
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
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부족 현상
필연적이었던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사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부터다.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것을 강력하게 견제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다음은 2019년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어온 공급망이 정치 논리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반도체 부족 현상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조 장비와 소재의 최대 수요국이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공급 국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공급망이 재편되면 우리의 경쟁력이 힘을 잃어 일본이 반도체 제조업 강국에서 후방산업 중심으로 변한 것처럼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반도체 강국으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이 상황을 기회로 만드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탄탄한 시기에는 오히려 변화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의 질서가 흔들릴 때 내부에서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것과 같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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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전 주 일본 한국대사관 경제과 전문조사역을 역임했으며, 현재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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