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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술과 친환경의
즐거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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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은 사회와 산업현장 곳곳에서 비효율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주지만 작동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와 에너지를 소비한다.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필수적 도구인 AI의 그린Green화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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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은 인류 문명의 종속 기간을
연장할까 아니면 단축할까?
국내외 기술 기업들은 성능은 우수하면서 에너지를 덜 쓰는 AI 반도체와 서버, 불필요한 학습을 줄이고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높인 알고리즘 같은 그린 AI 구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드는 에너지를 친환경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담그고 서버를 특수한 기름에 빠뜨리는 것 같은 실험도 서슴지 않는다. 그린 AI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하지만 국내 IT 기업들도 변화에 진심이다. DX(디지털전환)와 ESG를 양축으로 하는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은 글로벌을 관통하는 혁신 키워드가 되었다.
AI가 진화할수록 지구는 힘들다
AI의 전성비와 비용 이슈는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챗GPT 서비스를 위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챗GPT 개발에 든 비용만 약 2조 원에 달하고, 그중 장비 비용만 8000억 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AI를 운영하려면 GPU(그래픽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 같은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 전기 조달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챗GPT의 하루 운영 비용은 9억 원, 연간 약 33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GPU는 사고 싶어도 바로 살 수 없는 ‘귀한 몸’이다. AI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와 훈련 비용도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AI의 성능이 높아지고 쓰임새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더 많은 탄소를 뿜어낸다는 점이다. 오픈AI가 공개한 GPT-3, GPT-4 같은 고성능 AI는 기존 AI 모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결과 더 많은 탄소를 유발한다. 오픈AI가 2020년 6월 공개한 GPT-3는 학습 과정에서 기존 GPT-2 모델보다 100배 많은 컴퓨팅 자원을 사용했다. GPT-4는 당연히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오픈AI는 최근 GPT-5 출시 계획도 시사했다.
AI에 쓰이는 자원, 매년 3~4배 증가한다
무심코 하는 클릭 한 번과 이메일 한 건도 다 에너지이고 탄소다. 이메일을 한 번 보내는 데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스트리밍 영상을 1시간 동안 보면 자동차가 1km를 달릴 때와 비슷한 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가 쓰는 에너지와 내뿜는 탄소배출량은 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기술 진화가 거듭됨에 따라 AI에 사용되는 자원은 매년 3~4배씩 증가할 전망이다. AI가 생산하는 데이터 양이 인간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2030년 이후에는 AI가 지구환경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 수요의 약 1%를 소비하며,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의 0.3%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의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기구인 더 쉬프트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5~3.7%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는 항공산업의 2.4%, 한국이 배출하는 양 2%보다 높은 수치다.
AI·IT 작동 방식 바꾸는 기업들
ESG와 탈탄소라는 숙제가 주어진 기업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본과 기술을 모두 가진 글로벌 빅테크들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친환경에너지 기술과 혁신적 건축 기술, 차세대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며 AI와 IT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핵심은 AI의 브레인이자 심장인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전면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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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8년부터 2년간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나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가동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전기를 쓰는데, 차가운 바닷속에 담가서 열을 식히겠다는 것이다. 이 시도를 통해 해저 데이터센터가 지상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MS 의 목표는 탄소중립에서 한 발 나아가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배출한 탄소보다 많은 양을 제거·상쇄해 결과적으로 탄소를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MS는 지난해부터 ‘행성컴퓨터’라는 개념으로 자사뿐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 동향을 파악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메타는 북극에서 약 100km 떨어진 스웨덴 룰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SDS와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센터 내부 온도를 20℃ 이상으로 유지한다. 구글은 2030년까지 클라우드 사업 탄소제로화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대형 배터리와 원자력 기술, 그린수소, 탄소 포획 기술 등 차세대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체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 전력 생산자와 구매 계약을 맺어 쓰고 있다. 데이터센터 백업 전력은 배터리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또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은 탄소배출이 낮은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존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직접 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진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200건이 넘는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은 사무실부터 유통 매장, 아마존 웹 서비스 데이터센터에 공급한다. 2025년까지 사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목표인데, 이는 기존 목표였던 2030년보다 5년 앞당긴 것이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을 비롯해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경제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2020년 탄소중립을 이룬 애플은 오는 2030년까지 사업, 공급망,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체로 이를 확장한다. 제조 협력사들을 포함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든 애플 기기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화한다는 목표다. 최근 출시한 ‘애플워치9’은 애플의 첫 100% 탄소중립 제품이기도 하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도 친환경화 노력과 맞닿아 있다.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최대한 낮추고 자사 제품·인프라와 최적화해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다.
에너지 덜 쓰는 AI 반도체
AI의 기술구조를 바꿔서 친환경적 기술로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드웨어로는 AI 반도체, 소프트웨어는 AI 알고리즘의 친환경화가 대표적이다. 구글, MS, 엔비디아 등 빅테크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AI 반도체 상용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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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은 최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NPU) ‘X330’을 공개했다. NPU는 차세대 AI 반도체로, 딥러닝 같은 AI 작업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현재 AI용으로 주로 쓰이는 GPU에 비해 전력을 덜 소모하면서 투입 대비 성능은 더 우수하다. NPU는 앞으로 AI 산업에서 GPU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X330은 사피온이 2020년 내놓은 국내 첫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220’에 비해 성능은 4배, 전력 효율은 2배 높다. 올해 나온 엔비디아 동급 GPU보다 연산 성능이 약 2배, 전력 효율은 1.3배 높다. 사피온뿐 아니라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같은 국내 기업들이 NPU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며 엔비디아의 입지에 도전하고 있다. SKT, KT, 네이버, 카카오 등이 이들 반도체의 고객이다. 퓨리오사AI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리벨리온은 KT와 협력하고 있다.
20와트의 낮은 에너지로 복잡한 사고 활동을 하면서 병목현상 없이 연산, 저장, 학습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뇌를 모방한 반도체도 개발되고 있다. 연구자들과 기업들은 뇌 구조를 모방해서 전력을 적게 쓰면서 AI 작업을 할 수 있는 뉴로모픽 반도체에 주목하고 있다.
AI·소프트웨어도 ‘그린’이 대세
MIT 공과대학은 탄소배출을 덜 하는 딥러닝 신경망 연구와 알고리즘을 고안해 GPU 사용 시간과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이는 길을 보여줬다. MIT 공과대학 연구팀이 사용하는 IBM의 슈퍼컴퓨터는 초당 2000조 번의 계산이 가능하지만 탄소배출은 기존보다 1000분의 1 수준으로까지 줄인 친환경 슈퍼컴퓨터다.

AI를 개발할 때 알고리즘 설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염두에 두거나, 꼭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리소스만 쓰도록 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효율적인 데이터 학습과 매개 변수 수집, 불필요한 학습 줄이기, 에너지 효율적인 하드웨어 사용 등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AI 학습을 클라우드에서 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배출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의 앨런AI인스티튜트는 2019년 발표한 논문에서 ‘그린 AI’의 개념을 제시했다. 레드 AI와 대비되는 환경친화적 AI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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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디지털타임스> 편집국 ICT과학부 부장
ICT와 과학기술 분야를 20년 이상 현장에서 취재하고 현재 <디지털타임스> ICT과학부 부장을 맡고 있다. 과학기술,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클라우드, 바이오 등 기술개발과 산업현장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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