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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분석과 활용으로 인간의 삶을 바꾸다, 생명정보분석가
김상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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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바이오 시대가 도래했다. 유전자 연구는 18세기 자연관찰 방식에서 출발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연구했던 19세기를 지나, 2000년 초 인간유전체프로젝트HGP, Human Genome Project로 인간유전체 해독을 완료하면서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이때 막이 오른 생명정보학은 데이터 생산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바이오 빅데이터 시대를 열고 의학계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연구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다.

word 김규성 photo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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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정보학은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에게 조금 낯선 학문인데요. 생명정보학의 최신 동향과 산업에 적용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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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정보학은 생명현상에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분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뤄 원하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물의 유전정보와 생명 활동에서 발생하는 반응 결과를 데이터화해 해석하는 일을 주로 수행하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특정 돌연변이에 의해 몸속 신호 경로가 어떻게 변하는지, 왜 질병에 걸리는지, 어떤 약이 효과적일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종별 분화 과정이나 생명체의 특성을 분석할 수도 있죠. 가령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 할 수 있는 유전자를 확인하거나, 시장에서 파는 소고기의 종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능해졌습니다. 오늘날에는 DTCDirect-to-consumer 검사를 통해 침이나 혈액 등 샘플 시료를 택배로 보내고 앱으로 결과를 조회할 수 있을 정도로 유전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생명정보분석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야 혹은 과업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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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정보분석가를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대학, 연구원, 기업(제약, 분석), 병원(의생명정보)처럼 다양한 장소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생명현상을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건 및 의료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데요. 1971년 미국 정부가 ‘암과의 전쟁War on Cancer’을 선포한 후 전 세계 연구자들은 암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를 높이고자 꾸준히 노력해왔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분석하는 등의 대응을 해왔습니다. 더불어 유전정보를 분석해 진화의 이해, 항노화 인자 발굴, 희귀질환 진단, 신약 개발 등을 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명정보나 유전자 등을 분석하여 돌연변이를 찾거나 자유롭게 재조합할 수 있게 된다면 미래 사회의 풍경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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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는 이미 가까이 와 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2024년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10개를 선정하여 소개했어요. ▲차세대 롱리드 시퀀싱 ▲DNA 나노모터 ▲인간-기계 상호작용 제어기술 ▲마이크로바이옴 표적 항암백신 ▲신경질환 치료 전자약 ▲면역펩티도믹스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육종 ▲AI 기반 자율재배 스마트팜 ▲바코드 미생물 기술 ▲데이터 기반 친환경 농약 합성기술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생명 정보의 분석과 활용을 통해 실현될 기술들이죠. 앞으로는 생명 정보 기술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나 유전자를 활용하는 일이 보건 분야 외 환경 및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될 것입니다.
생명정보분석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한마디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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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경우 진로의 방향성이 중요할 텐데요. 아이들은 흔히 어른을 모방하려 하고, 진로를 정할 때 본인이 가진 지식 안에서 상상하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다면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이슈를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가 구체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정보를 다루기로 결심했다면, 생물학적 질문을 데이터 처리로 풀어가야 하기에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친해져야 합니다. 요즘에는 주피터 노트북이나 구글 코랩 등에서 코딩 블록을 실행하는 버튼만 누르면 결과를 볼 수 있는데요. 편리한 시스템을 이용하기보다 간단한 코드라도 직접 타이핑해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프로그래밍은 ‘언어’라고 하죠. 언어를 학습할 때 중요한 요령은 많이 읽고, 쓰고, 말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래밍 역시 코드를 많이 읽고, 쳐보고, 내가 원하는 코드를 짜보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잘할 수 있게 되죠.
생명정보분석가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역량이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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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 연구는 내 가설에 대한 논리를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생명정보분석가는 크게 두 분야의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 구성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는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접근 방식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과 자료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전산학적인 사고와 생물학적인 지식을 잘 접목해야 할뿐더러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통계적으로도 탄탄한 논리를 세워야 완성됩니다.
현재 생명정보분석을 통해 얻어낸 정보와 결과물을 활용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의 관심을 받는 분야나 기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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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헬스케어 분야죠. 특히 레드 바이오(의료, 보건)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을 구분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유전자 서열을 직접 편집하거나 인공장기 등을 활용하는 합성생물학 분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 그린 바이오(식량, 자원) 분야에서도 많은 생명정보분석가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자 하는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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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정보 연구 초창기만 해도 개인의 유전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마치 1990년대 공중전화 부스의 전화번호부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처럼요.
반면 오늘날에는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보유량이 늘어나면서 휴대폰 번호처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는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유전정보나 임상정보를 활용한 연구에 대한 규제, 절차 등이 정비되는 추세입니다. 연구 현장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원 또한 유전정보 활용 시 이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보안 네트워크 정비나 개인 식별을 어렵게 변환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차세대 반도체 활용 등 신기술과 연계해 성장 전망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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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분류하거나 예측하는 일은 생명정보학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해왔던 일들인데요. AI가 발달하면서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전산 컴퓨팅 자원이 고도화되며 전엔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접근 방식의 시도가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었던 대량의 데이터를 메모리에 올린다거나 연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든지요(ex. 몇 개월 ⇨ 수 분). 이러한 기술의 발달을 통해 다양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난 2004년 인간의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한 뒤 20여 년이 흘렀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유전체 서열이 분석 완료됐고, 우리나라도 100만 명 분석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간 생명정보학이 유전체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데 주력해왔다면, 향후에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명정보분석가가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직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 혹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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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생물학을 연구하며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실험보다 프로그래밍이 더 재밌었어요.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적성’이라고 한다면 운 좋게도 잘 찾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이들도 코딩을 배우고 있지만, 제가 학생일 때만 해도 그 자체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물론 저 역시 진로를 처음부터 한 가지 방향으로 정했던 것은 아닙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즐기는 적성을 생명과학과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발견했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적성을 강의하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생명정보학과 생명정보분석가에 대해 쉽고 재밌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연구소에서만 할 수 있는 과업을 수행하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소속된 ‘연구자 김상옥’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예를 들면 국가 차원의 연구에 참여하거나 국내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들을 통해서요. 그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역량 또한 많이 발전해 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고, 다른 연구자들에게 환원하여 종국에는 국내 연구 역량을 확대해나가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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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잡인사이드에는
똑소리단 김경탁, 김동찬, 김태권, 김형우, 류승연 류창흔, 손상완, 윤혜인,
임주왕, 전준규, 정연화, 조상래 님께서 참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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