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Focus Story> Interview
컴퓨팅 발전의 흐름 보면
반도체 산업이 보인다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
s_double.jpg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2024년. 이 중 반도체 수출액은 1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견된다. 전체 수출 규모의 20%를 차지하는 중요성과 달리, 반도체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는 ‘중요한 첨단 산업’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반도체를 알리고자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입문서를 집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연구자가 있다. 최리노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반도체 산업 전반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word 김규성 photo 김기남

s1_5_1.jpg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
Q. 교수님께서는 그간 반도체 기술 연구에 매진함과 동시에 대중에게 반도체를 쉽게 알리고자 애써오셨습니다.
주요 연구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CMOS 반도체소자 분야를 연구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내 ‘3D나노융합소자연구센터’를 운영하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연구 외적으로는 큰 틀에서 반도체 산업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자 간에도 반도체를 바라보는 시각, 지향점이 다르기에 산업 전반의 체계를 세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데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동기부여가 됩니다.
  • ❶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금속 산화물 반도체로 구성된 트랜지스터, 현재 로직 소자를 만드는 가장 보편적인 반도체 기술
Q. 반도체 산업은 AI의 도입, 패키징 기술 등으로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산업 동향은 어떤가요?
기존의 컴퓨터는 폰 노이만 구조로 제작되고 있는데요. 해당 과정에서는 반도체 소자 미세화를 통해 빠른 속도와 높은 집적도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컴퓨팅 속도는 10년에 1000배씩 늘어났죠. 하지만 단위 소자의 크기가 점점 분자 크기에 가까워지면서 미세공정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분자 사이즈 이하로는 더 작아질 수 없을뿐더러 그 근처만 가더라도 개발비용이 크게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방안 중 하나가 AI의 활용입니다. 숫자를 계산하는 것은 폰 노이만 구조가 훌륭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인지나 바둑을 두며 다음 수를 어디에 둘지 판단하는 등의 영역에서는 AI가 훨씬 뛰어나죠. 다만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와 고양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학습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인공신경망을 구성한다’고 정의합니다. 이 인공신경망 형성을 위해 필요한 병렬연산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존의 반도체와 차별화되는 첨단 패키징 기술 등이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세계 각국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추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동차 생산 공장이 문을 닫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모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생산 설비를 다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 ❷ 폰 노이만 구조Von Neumann architecture: 폰 노이만이 제시한 주기억장치, 중앙처리 장치, 입출력장치의 전형적인 3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 구조
s1_5_2.jpg
최리노 교수가 쓴 반도체 입문서,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
Q. 교수님께서는 평소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 표현하시는데요. 미국, 대만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뛰어난, 혹은 보완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첨단 패키징 기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종집적이라고 표현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은 파운드리 산업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파운드리가 이제는 단순히 칩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제품에 맞는 시스템 해법을 제공하는 데까지 도달했습니다. 반도체 제품의 최종 사양을 만족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이러한 시장 변화는 대만 TSMC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차세대 반도체 제작에 있어 중요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지만 경쟁 전망이 밝다고 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Q.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힘쓰고 계신다고요.
3D나노융합소자연구센터는 지난 2022년 정부의 ‘대학중점연구소’, ‘기초과학 연구역량강화-핵심연구지원센터’ 사업에 선정되어 9년간 약 120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인하대학교의 반도체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에 매진할 기회를 얻은 것인데요. 현재는 ‘M3D’라고 불리는 모놀리식Monolithic 3D 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음 세대의 반도체에 활용될 잠재력 높은 기술인데요. M3D가 완성된다면 만들어진 소자 위에 다시 소자를 만들어가는 방식이기에 효율성이 더 높다고 하겠습니다.
s1_5_3.jpg
Q. 최근 반도체 산업에 세계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부 주도하에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논의하고, 민관 협력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과업을 수행해나갈 사람이 있어야 하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력’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AI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반도체와 AI 분야 모두를 이해하면서 일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한데요.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바는 이를 가르칠 사람이 몹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AI와 반도체 모두에 특화된 인력은 대부분 미국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기에, 이런 고급 인력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반도체 산업 발전과 교육에 나서도록 만들 방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음으로 국내 AI 및 반도체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이들이 연결될 수 있는 학술적 모임, 교육, 세미나 등을 활발하게 운영한다면 인재 육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향후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에 대한 그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반도체 기술은 컴퓨팅 발전에 따라 맞춤형으로 따라갈 것입니다. 기존의 컴퓨터는 CMOS 기술로 통칭되는 반도체 집적 소자 기술로 구현돼 있는데요. 향후 이런 구조 자체를 벗어나 ‘비욘드beyond CMOS’라 불리는 차세대 컴퓨터가 곳곳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인간의 두뇌를 모사한 뉴로모틱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어떤 특정 방식이 주도권을 갖는다기보다 필요에 따라 각자의 영역에서 함께 쓰이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s1_5_4.jpg
s1_5_5.jpg
AI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와 AI 분야를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합니다.
Q. 인하대를 비롯해 교육계에서는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어떤 시스템을 마련했고, 또 어떤 교육 방식을 추구하고 있는지요?
앞서 언급했듯이 반도체 업계에서는 융합형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인하대에서는 ‘반도체 전공 트랙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융합전공을 통한 이론 교육, 3D나노융합소자연구센터에서 진행되는 실습 교육,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한 현장실습과 멘토링을 받아 산업 맞춤형 인재로 거듭나는데요. ‘소자 및 소재·공정·장비 트랙’과 ‘집적회로 및 시스템 설계 트랙’을 병행해서 통합형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더불어 학생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는 점을 항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자, 회로 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기에 반도체와 관련된 수업을 다양하게 수강하고, 이를 넘어 AI 분야까지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산업을 보다 쉽게 알리고자 입문서 출간, 언론 인터뷰, 유튜브 촬영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반도체에 대해 누구나 꼭 알고 있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반도체 산업 전반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반도체를 통해 그 너머의 더 큰 세계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반도체의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반도체는 부품에 불과하며 더 나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발전한다는 말입니다. 가령 일상에서 활용하는 자동차,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컴퓨팅에 요구되는 분야가 늘어나면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 공급 부족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또 모두에게 충격을 준 AI의 등장은 컴퓨팅 발전 방향을 바꾸어놓았고, 반도체 또한 AI를 활용해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대학생, 또 일반인에게도 향후 컴퓨팅 시스템의 전환 방향과 시장 동향을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라는 첨단 산업을 상징하는 단어에서 벗어나 컴퓨팅의 발전을 분석한다면 무엇을 배워야 하고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s1_5_6.jpg
“소자 미세화에 큰 부분을 의지하고 있던 컴퓨팅 성능의 향상을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이 반도체 소자는 단순한 공업 제품이 아니고 현재 인류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최리노의 한 권으로 끝내는 반도체 이야기>-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