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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콘크리트 숲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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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는 지구상에서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산업 재료로 꼽힌다. 건물, 도로, 다리 등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인프라 어디에나 콘크리트가 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콘크리트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콘크리트는 전체 온실가스의 5%를 차지할 만큼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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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는 전통적인 재료다?
콘크리트 건물, 콘크리트 도시. 콘크리트라고 하면 삭막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기분도 풍긴다. 그런데 우리는 콘크리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콘크리트와 시멘트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을까? 비슷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 차이부터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모두 석회석에서 출발한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주재료로 하는 회색의 가루 물질이다. 여기에 모래와 자갈, 돌 등을 섞어 물과 함께 반죽해 굳히면 돌처럼 단단한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을 콘크리트라고 한다. 다시 말해 시멘트는 콘크리트를 만드는 재료 중 하나고, 시멘트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물건이 콘크리트다.

얼핏 생각하면 시멘트를 건축에 사용한 것은 현대 과학 기술이 발달한 후의 일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덕수궁 돌담길 같은 조선시대 건물을 유심히 보면 이와 비슷한 재질을 발견할 수 있다. 벽돌과 벽돌 사이에 발라놓은, 흰색과 회색 그 어디쯤 가까운 물질. 그것이 지금의 콘크리트와 비슷한 물질이다. 현대의 것과 비교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기본 원리나 성분은 동일하다. 조선시대에는 이런 재질을 가지고 건물을 짓는 작업을 ‘회칠한다’고 표현했다.

특히 조선 중기부터 무덤을 만든 후 단단히 봉인하는데 회칠 작업이 자주 활용됐다. 고고학자인 서울대학교 권오영 교수의 말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백제에서도 콘크리트와 유사한 재질을 대량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시멘트와 콘크리트는 전통적인 건축 재료이자 한국적인 재료라고 부를 수 있다. 지하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에선 시멘트의 주재료인 석회석이 풍부했다. 그러므로 삼국시대든 조선시대든, 오늘날 대한민국이든 우리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 셈이다.

콘크리트가 건물의 주재료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유럽에서 ‘포틀랜드 시멘트’라고 부르는 고품질의 시멘트를 개발되면서부터다. 질 좋은 시멘트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며 시멘트 사용이 늘어났다. 지금 우리가 쓰는 시멘트 역시 포틀랜드 시멘트다. 이를 통해 초고층 건물, 거대한 다리, 항구, 공항, 발전소 등과 같은 대형 시설을 안전하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역시 연 5000만 톤에 달하는 포틀랜드 시멘트 생산국이 되었고 전국 가구 절반 이상이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에서 사는 나라가 되었다.
콘크리트는 나쁘고, 목재가 좋다?
최근 세계 선진국 중 많은 나라가 앞다투어 콘크리트에 제약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콘크리트를 나쁜 물질로 매도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목재, 즉 나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물론 나무로 만든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나무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숲에서 잘 자란 나무를 잘라내야 한다. 목재 사용량이 늘수록 산은 헐벗고, 숲은 파괴되며 동식물은 터전을 잃게 된다.

게다가 콘크리트 건물은 밀집해서 높게 짓기에 좋지만, 목재 건물은 이것이 어렵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무로 건물을 지으면 층수를 높이기가 어려워 그만큼 더 넓은 공간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나라 수도권에는 2000만 인구가 밀집해 있다. 그 가구들이 모두 나무로 지은 단독주택에서 산다고 생각해보자. 산과 들판에 온통 집이 지어져 있어 자연이 보존된 공간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콘크리트 대신 목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석과 기타 원료를 가열하는 클링커링Clinkering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조선시대 회칠 재료를 만들 때나 포틀랜드 시멘트를 만들 때나 비슷한 필수 과정이다. 결국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재료를 굽는 시설을 소성로 또는 킬른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킬른의 온도는 낮게 1200℃, 높게는 2000℃까지 올라간다. 우리가 고기를 숯불에 익힐 때 온도가 200~300℃이니, 시멘트 공장 소성로 정도의 높은 온도를 유지하려면 대단히 많은 연료가 필요하겠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의 양도 늘어난다. 한편 시멘트를 만드는 데는 유연탄이라는 석탄을 연료로 많이 쓰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연탄값이 많이 올랐다. 유연탄을 생산하는 러시아와의 교류가 줄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멘트값이 오르고 건물 공사비와 집값까지 영향을 미쳤다.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석회석을 이루는 주요 물질은 탄산칼슘CaCO3이다. 이 탄산칼슘을 반죽하기 쉽게 만들었다가 다시 잘 굳는 물질로 만들려면 별도의 화학반응이 필요하다. 보통 산화칼슘CaO이나 그와 유사한 재질로 바꾸는데, 두 이름에서부터 뭔가 빠진 느낌이 있다. 바로 ‘탄’이다. 탄소가 빠진 것. 시멘트를 만드는 화학반응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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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흡수하는 콘크리트 가공 기술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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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2 양생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콘크리트(왼쪽)와
해당 기술을 적용한 콘크리트(오른쪽).
콘크리트의 pH를 이용한 방법으로 보라색으로 변색되지 않으면
콘크리트가 CO2를 흡수한 것으로(탄산화) 판단한다.
자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리나라를 포함해 시멘트, 콘크리트의 생산과 사용이 많은 국가, 기업들이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당연히 새로운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콘크리트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넓게 보면 CCUS, 즉 탄소 포집·활용 기술의 일종으로 ‘CCU Concrete 기술’로 부르기도 한다.

콘크리트를 오랫동안 공기 중에 노출시켜 사용하면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가 서서히 반응을 일으키며 내부의 시멘트 성분 속으로 파고든다. 이것을 ‘콘크리트의 탄산화’라고 부른다. 화학적으로 보면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빠져나간 탄소 성분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되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이를 두고 콘크리트가 낡았다고 여겼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어차피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그렇다면 이것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이산화탄소를 가장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매체로 콘크리트를 꼽은 바 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콘크리트가 도리어 더 튼튼해지게끔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다. 미국의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주최하는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4년간 진행되는데, 이보다 앞선 프로젝트에서 2000만 달러(약 224억 원)의 상금을 획득한 기업이 바로 이산화탄소 흡수 콘크리트를 개발한 ‘카본큐어CarbonCure’다. 캐나다 기업인 카본큐어는 공기 중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 주입해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것은 물론 콘크리트의 강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와 함께 미국 UCLA의 카본빌트CarbonBuilt 팀이 미 서부 와이오밍 트랙에서 우승을 거두었는데, 이들 역시 시멘트 제작 공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주입한 기술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올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나노버블, 아주 작은 크기의 공기 방울을 이용해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주입시키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 또한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물론 콘크리트의 압축강도와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이 시멘트 생산 기업 및 장비 기업들과 협력해 설비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한다면 머지않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콘크리트 건물을 만들지 모른다.

산림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인 이산화탄소 2억9100만 톤의 11%에 해당하는 3200만 톤의 탄소 감축량을 국내외 산림 부문에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건강한 산림을 조성하고 도심 숲을 조성하며, 목조건축을 중심으로 국산 목재 등을 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명체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그와 함께 CCU 콘크리트 기술이 실현된다면, 도시 곳곳에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그때는 콘크리트 빌딩 숲이라는 말이 삭막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빌딩 숲이 진짜 숲처럼 환경을 지키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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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소설가·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에서 영상화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여러 분야의 책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으며, 공학박사로 숭실사이버대 경안전공학과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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