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Focus Story>Trend
반도체 제대로 읽어드립니다
메모리부터 시스템까지
s_double.jpg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는 반도체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고 파는 제품, 반도체.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어디를 가든 반도체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데, 정작 반도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반도체란 무엇인가
조금 과장해 TV만 틀면 반도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반도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반도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도체’와 ‘부도체’를 알아야 한다. 이 둘은 전기의 흐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도체는 전기가 아주 잘 흐르는 물질이다. 구리나 금 등의 금속이 대표적인 도체로, 전선이나 전자기기 회로에 사용된다. 부도체는 도체의 반대 개념이다.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는다. 고무나 유리 같은 물질이 대표적이다. 과거 전구를 갈 때 고무장갑을 꼈던 것이 그 때문이다. 부도체는 전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면 안 되는 곳에 사용한다. 도체와 부도체, 그 중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는 전기를 흐르게 하기도 하고, 흐르지 않게도 한다.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은 전기가 흐르는 양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런 반도체의 특징을 살려 개발한 것이 트랜지스터Transistor다. 트랜지스터는 모든 반도체의 기본 빌딩 블록이다. 벽돌을 쌓아 벽을 만들 듯,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트랜지스터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류가 흐르고, 누르지 않으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TV 리모컨을 생각해보자. 리모컨 내부에는 작은 반도체 칩이 있다. 이 칩은 버튼을 누를 때 전기신호를 만들어내고, 그 신호를 TV로 보낸다. TV는 그 신호를 받아 채널을 바꾸거나 볼륨을 조절한다. 이처럼 반도체 칩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s1_3_2.jpg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제작된 반도체가 층층이 쌓여 있다.
명령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리모컨용 반도체에는 트랜지스터가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스마트폰이나 태플릿 등에서 앱을 실행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 칩에는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 이 두뇌 같은 칩을 ‘시스템 반도체’라고 한다. 스마트폰을 터치할 때 화면을 보여주고, 특정 앱을 누르면 해당 앱을 실행시키며,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글자를 입력할 때 그 텍스트들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 반도체 덕분에 우리는 작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고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는 머리카락 두께의 1/1000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수천만 개 들어갔으나, 최근 출시된 아이폰15에는 그보다 수십 배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가 수백억 개 사용됐다. 트랜지스터가 많아지면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 기존 제품보다 더욱 똑똑해지는 것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
s1_3_3.jpg
이렇게 똑똑한 시스템 반도체도 이것이 없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바로 기억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단기 기억이 없다면, 메신저로 장문의 메시지를 쓰는 중 앞의 내용이 사라져버린다. 또 장기 기억이 없다면 사진첩 속 사진들은 배터리 소진과 함께 지워져 버린다. 따라서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 ‘DRAM(디램)’과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NAND(낸드)’가 필수적이다.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낸드와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디램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 또한 메모리 반도체 덕분이다.

디램은 트랜지스터 스위치와 작은 전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Capacitor로 구성된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류가 흐르고, 그 전류는 커패시터라는 작은 통에 담긴다. 이 통에 전류를 보관하고 있으면 디지털 세계의 언어인 ‘1’이 되고, 보관하지 않으면 ‘0’이 된다. 작은 구멍이 있어 전류가 새어나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전류를 보충해줘야 하는데 이 기능을 ‘셀프 리프레시Self Refresh’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원이 꺼지면 전류가 다 새어나가고 보충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단기 기억을 담당한다.

반면 낸드는 특수 개발된 트랜지스터 스위치로 구성된다. 스위치 안에 반영구적으로 전류를 저장하는 공간이 있고, 강한 전류로 스위치를 누르면 그 안에 전류가 갇히게 된다. 이 공간을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라고 부른다. 이곳은 전원이 꺼져도 값이 유지된다.
반도체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설계, 생산, 포장이라는 3단계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보통 한 회사에서 모든 과정을 다 진행하며, 이를 종합 반도체 회사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라고 부른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각 과정을 다른 회사가 하는 경우가 많다.
s1_3_4.jpg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설계만 하는 회사를 ‘팹리스Fabless’라고 하고, 생산을 담당하는 회사를 ‘파운드리Foundry’, 조립과 테스트·포장을 담당하는 회사를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기업으로 분류한다.

팹리스는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지 않고 설계만 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Nvidia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하고 실제 제조는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마찬가지로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들어가는 A시리즈, M시리즈 등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설계하지만, 제조는 TSMC가 맡는다.

TSMC는 대표적인 파운드리 기업이다. 팹리스 회사로부터 설계 도면을 받아 직접 반도체를 만든다. 반도체 제조 공장은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많은 팹리스 회사들이 직접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파운드리 업체에 제조를 맡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협력해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한 후, OSAT 회사로 보내 포장과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 결과물이 작은 반도체 칩 형태로 만들어져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 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의 두 공정, 전공정과 후공정
s1_3_5.jpg
반도체 생산은 다시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Front-end Process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다양한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반도체의 성능과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계로,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장소Clean Room에서 이뤄진다.
  • ❶ 피자를 만들 때 토핑을 올리기 전, 도우와 비슷한 개념. 실리콘, 갈륨 아세나이드 등으로 만든 기둥을 적당한 두께로 얇게 썬 원판이다. 대부분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실리콘)로 만든다.
다음은 전공정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눈 과정이며 웨이퍼 위에 수행한다.
s1_3_6.jpg
이 과정 중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들고 비용이 높은 단계는 ‘포토’ 공정이다. 더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들기 위해 아주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 중 미세 기술은 네덜란드 장비기업 ASML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ASML의 EUVExtreme Ultraviolet 기술은 7나노미터 이하의 작은 공정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후공정은 반도체를 만드는 마지막 단계로, 세부 과정은 다음과 같다.
s1_3_7.jpg
웨이퍼 테스트 후 작은 칩을 떼어내 조립 후 최종 패키지 테스트를 한다. 후공정은 반도체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만의 ASE, 미국의 앰코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 등이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패키징과 테스트는 만들어진 반도체의 이상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 ❷ 패키징이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반도체를 포장하는 기술로 이해하면 쉽다. 반도체 자체를 보호하기도 하고, 단일 반도체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을 첨단 패키징을 통해 극복하기도 한다.
최근 후공정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생겼다. 따라서 이제는 여러 개의 칩을 함께 포장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그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둘째, 하나의 칩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기가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스마트폰 기기를 100% 활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 제품이 더 좋아지길 기대한다. 당연히 제품의 성능은 높아져야만 하고, 이를 위해선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포장할 수밖에 없다.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과 그래픽처리장치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이용한 AI 반도체가 그 예가 된다.
s1_3_8.jpg
PC, 모바일, 데이터센터 시대의 반도체
반도체 산업은 PC에서 시작해 모바일로 옮겨갔고, 지금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PC 시대는 인텔 CPU가 주요했으며 모바일 시대가 되며 암ARM 홀딩스 기반의 저전력 프로세서가 주도하게 되었다. 특히 모바일에는 작고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성능이 높은 반도체가 필요해졌다.
  • ❸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저전력 CPU 설계로 유명하다.


이제 AI와 빅데이터 처리가 중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 중심의 컴퓨팅 시대가 되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므로 고성능 GPU와 CPU가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GPU 기반의 병렬 처리 기술로 AI, 특히 딥러닝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AI 기반 컴퓨팅을 지원하기 위해서 반도체는 또 다른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열쇠가 바로 패키징에 있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다양한 첨단 패키징 기술로 지금도 반도체 산업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똑똑하고 빠른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반도체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며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s1_3_9.jpg
반도체에서 빠지지 않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
인텔의 공동 창립자 고든 무어Gorden Moore가 1965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반도체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은 오랜 기간 동안 반도체 기술 발전의 지침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조 비용 증가와 물리적 한계로 인해 그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새로운 패키징 기술과 혁신적인 설계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무어의 법칙은 여전히 반도체 기술 발전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s1_3_10.jpg
최정윤 SK하이닉스 TLTechnical Leader
광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HW/SW Co- simulation을 통한 하드웨어 최적화로 관련 EDA Tool 개발 과정에서 SSD Architecture를 위한 스위칭 방법 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에서 SoC 설계를 하고 있으며 PCIe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