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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roject
대한민국 첫 UAM 기체,
설계부터 시험비행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유무인겸용 분산추진 수직이착륙 1인승급 비행시제기 시스템 개발
김아름 사진 서범세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2016년 10월 본격화되었다.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우버Uber가 “도심용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는 계획을 밝힌 덕분이다. 당시 개인용 항공기 등을 개발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역시 UAM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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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의 조건
2019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총 57개월간 진행된 ‘드론택시의 원천기술’이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R&D 대표 10선에 선정되었다. 정확한 명칭은 ‘유무인겸용 분산추진 수직이착륙 1인승급 비행시제기 시스템 개발’. 국내 첫 UAM 기체인 ‘자율비행개인항공기OPPAV’와 이를 작동·제어·관리하기 위한 ‘종합 시스템’이 실제 성과물이다. KARI 항공연구소 UAM 연구부 강희정 박사가 본 과제명을 쉽게 풀어 말했다.

“사람이 직접 조종할 수 있고, 드론처럼 지상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는 기체입니다.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어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데, 하나의 큰 프로펠러(로터)가 회전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작은 프로펠러를 여러 개로 구성해 추진력을 분산시킨 특징이 있지요. 몸무게 80kg 성인 1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만든 비행시제기 OPPAV와 지상통제 시스템, 통신 시스템, 지상충전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 과제는 항공 분야에서 쓰이던 여러 기술을 UAM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새롭게 구축한 것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타입의 항공기를 설계·개발·운행했다는 측면에서 드론택시 원천기술로 불린다.

“사실 드론보다 항공기의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무인화, 전기 동력 등의 요소를 가진 기체를 ‘드론’이라고 통칭하다 보니 드론택시라고 통용되는데, UAM 기체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❶ 비행시제기飛行試製機, Prototype Aircraft: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설계와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된 시험용 항공기
헬리콥터와 항공기의 특징 모두 갖추다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헬리콥터나 전투기 등의 소형 기체를 만드는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데 도심용 소형 항공기, 다시 말해 UAM 기체를 만드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울까 하는. “UAM 기체는 일반적으로 헬리콥터라고 부르는 ‘회전익’과 고정형 날개를 가진 ‘고정익’ 항공기가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UAM 기체는 도심 곳곳에서 이륙과 착륙을 반복해야 한다. 따라서 좁은 공간에서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헬리패드Helipad에 뜨고 내리는 헬리콥터처럼 말이다. 고정익 항공기의 빠른 속도, 안정적인 탑승감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틸트로터Tiltrotor 기술을 활용, 복합형 추진 방식의 비행체 개발에 나섰다.

틸트로터는 항공기 프로펠러의 추진 방향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착륙 등 수직 비행 시에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가 위쪽을 향하도록 하고,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수평 비행 때는 정면을 향하도록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프로펠러가 위를 향하면 수직 방향의 추력이 발생하여 기체를 띄우게 되고, 정면을 향하면 전진 비행을 위한 추진력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기체 앞부분에 총 4개의 틸트로터 프로펠러를 설치하고, 뒷부분에는 수직 추력만을 생성하는 리프트 프로펠러 4개를 설치했다. 프로펠러 반경은 75cm. 각각이 내는 힘은 적지만, 8개가 동시에 돌아가며 거대한 힘을 만들어낸다. 프로펠러의 개수가 늘어나며 안전성 또한 강화되었다. 운행 중 1~2개 프로펠러가 고장이 나도, 다른 프로펠러들이 작동한다면 무사히 비행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대 흐름에 맞게 기체 자율비행 시스템도 구축했다. 위성 관성항법장치GPS/INS와 대기압력계기, 레이더/레이저 고도계 등 다양한 센서를 활용해 비행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 및 통제하고 자동 이착륙, 자동 제자리비행, 비상 상황 발생 시 회기하는 자동 귀환 기능을 도입했다. 하나의 조종간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조종사의 편의성을 높였고, 비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고장에 대비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3중화 비행제어 시스템도 마련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조종이 어려워지면 여분의 시스템이 작동해 자동으로 비행을 지속시킨다. 도심 위를 비행하는 모빌리티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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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 시대의 현실과 미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K-UAM’의 로드맵이 세워졌을 당시, 상용화의 시작은 2025년이었다. 그리고 5년 후인 2030년에 본격적인 UAM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계획은 유예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2016년 10월 UAM 개념을 들고 나왔던 우버의 에어택시사업부, 우버 엘리베이트Uber Elevate의 상용화 계획은 2023년이었다. 이후 우버 엘리베이트는 미국의 대표 UAM 개발기업 조비 항공Joby Aviation에 매각되었고, 조비 항공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4 파리올림픽에 맞춰 시험 운행을 계획했던 독일의 스타트업 볼로콥터Volocopter 역시 실제 운행에 고배를 마셨다. 안전상의 우려로 파리 시민들의 허락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기술적인 안전성이 확보되더라도 사회적 수용성 문제로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두려움, 거부감 해소가 기술 발전과 병행되어야 진정한 UAM 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UAM 분야에 KARI만큼 기술력을 보유한 곳은 거의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토가 좁아 시장성이 낮고, 그로 인해 투자 규모 또한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 박사팀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정부 R&D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선진 기술 수준으로 UAM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본 연구개발 중에 완성된 기술은 이미 여러 기업으로 이전되었다”라며 “향후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기술을 공유하겠다”라고 연구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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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정업무리더책임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공연구소 UAM연구부
UAM 기체는 전기에너지로 운행된다고 알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와 유사한가?
그렇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 OPPAV에 탑재한 배터리 셀은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제품이고, 일반적인 자동차 배터리 충전기를 사용해 충전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충전 시스템이 확대될수록 UAM의 충전 또한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1명이 탑승 가능한 기체를 개발했다. 실제로 사람이 탑승해 운항한 적이 있나?
지금은 해당 항공기의 기술을 개발,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을 탑승시키지는 않는다. 사람이 탑승하려면 그에 필요한 절차와 안전 검증을 따로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80kg 정도의 성인 1명이 탑승한다는 가정으로 무게를 책정한 개념이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2023년 3월, 비행시험 중 OPPAV 1대가 추락하고 말았다. 당초 2대를 만들었기 때문에 남은 1대로 비행시험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과제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이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최종 비행시험 준비를 빈틈없이 했고 무사히 과제를 끝낼 수 있었다.
UAM 기술 개발자로서 어떤 UAM 시대를 꿈꾸고 있는지 궁금하다.
본원(대전)에서 비행시험장이 있는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센터(고흥)로 자주 출장을 가는데, 3시간 30분을 운전해서 가야 한다. 그 때문에 일과의 반나절을 도로에서 보내는데, UAM이 활성화된다면 이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만든 UAM으로 출장을 다니게 된다면 연구원으로서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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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1989년에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 우주발사체(누리호), 인공위성, 항공기 설계 등을 연구개발한다. 본 과제에서는 주관 기관으로 OPPAV 시스템 형상 설계 및 지상·비행시험 등 종합 업무를 담당했다.
2024년 5월, 우주항공청 출범으로 그 역할과 성과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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