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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 Alchemist Diary
기후 위기를 에너지 기회로!
이산화탄소 활용의 특이점이 온다
태양광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액체연료로의 전환 기술개발
김아름 사진 김기남

자연의 원리를 활용해 물질을 변화시키는 ‘연금술Alchemy’, 그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는 연구가 있다. 바로 ‘생체모방 탄소자원화’.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항공기나 선박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고대의 연금술과 비교해 다른 점이 있다면 머지않아 상용화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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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에너지, 두 마리 토끼 잡는 기술
시장조사기업 테크사이 리서치TechSci Research가 발행한 ‘글로벌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CCUS 시장 규모는 36억1000만 달러(한화 5조482억 원)를 기록했다. 6년 후인 2029년에는 그 규모가 47억2000만 달러로 확대된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이산화탄소CO2 감축을 위한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란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꼭’ 이산화탄소일까? 대기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온실가스에는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과불화탄소PFCS 등의 다른 요소도 있는데 말이다.

“실제로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등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큽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산화탄소에 집중하는 것은 ‘양’ 때문입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압도적인 데다가, 산업화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강영수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과제 중 하나인 ‘생체모방 탄소자원화’ 책임연구원이다.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나뭇잎의 화학작용을 모티브로 삼아, 태양광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기 중 농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메탄올이나 에탄올 등의 연료로 재탄생시킨다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 ❶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메탄올methanol, 에탄올ethanol, 포름산formic acid. 선박 및 항공기의 연료나 합성 연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 ❷ 2024년 11월 환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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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의 실험실에서는 이산화탄소의 액체연료로의
전환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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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효율 3%를 향해
탄소를 줄이거나 이를 재활용하는 기술, 광합성 원리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기술 등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실험실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초기 상용화에 진입한 기술 역시 경제성이라는 벽에 막혀 있다.

“공학자의 본분은 기술을 산업에 접목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연구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된 것도 ‘산업 활용 가능성’ 덕분입니다. 우리 사업단의 목표는 수년 내 대용량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산업 현장에 도입하는 것입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세 단계에 걸쳐 사업단의 연구 결과와 향후 가능성을 평가한다. 강 교수 연구팀 역시 2022년에 1단계 연구를 시작했고, 지난 2024년 1월에서야 최종 과제에 이름을 올렸다. 2년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 덕분이다.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적정한 양’의 액체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이 필요합니다. 전기 화학적 작용도 필요하고, 열 촉매 기술도 동반되어야 하죠. 이에 앞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요. 지난 2년은 이 기술들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고 90% 이상 완성했습니다. 이제 태양광을 활용한 액체 전환 기술 연구개발과 실험에 몰입할 때입니다.”

그가 제시한 목표 효율은 3%. 해당 기술의 대용량화에 기준이 되는 수치다. ‘겨우 3%?’ 기자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강 교수가 설명을 이어갔다.

“잘 모르시니 그런 표정이신데, 우리 쪽에서 이 3%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3%만 전환된다는 게 아니에요. 태양광 반응기 위에 놓인 100개 가운데 3개의 에너지가 액체 상태의 연료로 바뀐다는 겁니다. 식물 광합성에서는 이 비율이 1%밖에 되지 않아요.”

현재 연구팀은 2.3% 효율의 기술을 확보했다. 남은 0.7%의 핵심은 전자와 양성자를 분리해 이동시키는 ‘다전자-다양성자 다른 경로 동시 전달’ 기술에 있다.

강 교수는 “자연에선 아주 당연한 반응이 실험실에서는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라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꾸준한 연구개발로 70% 정도는 완성한 상태”라고 답했다. 자신감에 찬 표정이었다.

“이산화탄소가 전환되며 만들어진 액체연료 중 메탄올, 에탄올 등은 선박이나 항공기 등에 활용할 수 있어요. 둘 다 무게 때문에 이차전지 배터리를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좋은 대안이 마련된 셈이지요.”
2028년까지 대용량화 기술 완성할 것
“전기나 열 촉매 등을 사용하는 기술에 비해 태양광을 활용한 기술의 장점 중 하나는 에너지원이 거의 무한정이며 무료라는 것이죠. 또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등 다른 오염물질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기도 하고요.”

해당 과제는 오는 2028년 종료된다. 그때까지 4년가량 남았지만 벌써 전 세계의 눈과 귀가 그의 행보에 쏠리고 있는데, 이 또한 본 연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 덕이다.

“미국 MIT나 하버드대에서도 해당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물론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야 그쪽이 조금 더 우수하지만, 액체연료 전환 기술은 우리가 우세하다고 확신합니다. 국민이 내준 귀한 연구비가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세요.”

강 교수는 2030년을 CCUS 기술의 분수령으로 꼽았다. 2050년 탄소중립에 앞서 2010년 대비 45%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2030년부터는 CCUS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인 환경이 만들어질 겁니다. 탄소 배출에 따른 국제적 규약에 의한 탄소세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때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용량 공정에서 3% 효율을 달성해내겠습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대학교로, 재단은 한국전력이다. 2022년 3월 1일에 개교했으며,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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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외친 그날의 산책
과학의 역사나 저명한 과학자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공통적인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책을 많이 한다는 거죠. 저 역시 아침저녁으로 매일 산책을 즐기는데요, 2019년 어느 가을날의 산책은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태양광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건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무수한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요. 꼬박 몇 달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자연 광합성에서 볼 수 있는 전자와 양성자의 이동 경로를 기술로 구현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전자와 양성자는 각자 이동하는 속도가 다른데 이를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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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 국가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 순위를 낮추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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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술인 ‘전기 화학적 전환 기술’, ‘열 촉매 전환 기술’,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을 동시 수행
  • 태양광 전환 기술 중 3가지 기초 기반 기술(연속적 다전자 전달 기술, 전환 반응 에너지 제어 기술, 전환 반응 에너지 저감, 속도 향상을 위한 이산화탄소 활성화 기술)을 90% 확보
  • 태양광 전환 기술의 핵심인 ‘다전자-다양성자 다른 경로 동시 전달 기술’ 70%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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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광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광전환 효율 3% 이상을 목표로 개발 중(현재 2.3% 수준)
  • 본 연구팀인 포스코, 한전 등과 함께 대용량화 실험 진행(상용화 전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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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화탄소 포집으로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 기대
  • 이산화탄소를 전환한 액체연료로 항공·선박 분야 지속 가능성 향상 및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를 마련
이렇게 시작된 기술이 생체모방 탄소자원화의 핵심 기술인 ‘다전자-다양성자 다른 경로 동시 전달’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환원하려면 물을 산화시켜 생성한 수소 양이온H+을 주입해야 해요. 이때 전자와 양성자를 분리하지 않으면 원자가 두 개인 수소 분자H2가 만들어져버리고 말거든요.

산책 중간에 멈춰 서서 한참 메모한 내용을 다음 날 실험실에서 적용해보았습니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와 양성자를 분리해 이산화탄소에 넣은 순간, 액체연료 전환 반응이 온 거죠! 만약 그날 산책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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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수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 환경·기후기술 산업기술알키미스트사업단장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액체연료로 전환하는 기술과 함께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휘발유, 경유, 수소 등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연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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