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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말에 영향을 받을까? 음악을 들으면 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걸까? 명상을 하면 뇌 노화가 느려질까? 달리기를 한 직후의 집중력이 가장 좋다는 게 사실일까? 이 모든 걸 대답해줄 수 있는 공통의 답은 바로 우리의 뇌다. 우주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뇌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자.
마이클 본드 지음 /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펴냄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뇌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뇌
올해 초 전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마 평소보다 그날의 기억은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던 순간의 일상을 더 오래 기억하고, 영국인들은 1997년 8월 31일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순간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를 잘 기억한다고 한다. 이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준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전염 현상이 인간 사회적 행동의 필연적 결과라고 설명한다.
소문의 힘이 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행동의 근거가 빈약해도 사람들은 무리를 따른다. 신용이 나빠졌다는 소문이 도는 은행은 뱅크런이 일어나 도산할 수 있다. 대중적 애도
현상이나 금융 불신의 영향력처럼 과식도 전염성이 있다. 식사 행동 연구에 따르면 각 개인은 상대의 먹는 양에 의존하며 우리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더 많이
먹거나 술을 마실 때 상대방과 동시에 술잔을 드는 일이 잦은 이유 등에 대한 특징이 설명 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은 뇌는 타인에게 다가가고 사람들과 소통하도록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사회적응이 우리를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인이다. 자아라는 개념은
문화적으로 결정된다. 집단 정체성이 자기 정체성에 앞서고 협력이 자율성을 앞선다.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
그렇다면 타인은 어떻게 나에게 영향을 주는 걸까. 보통 체제가 위협받으면, 상징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경제와 사회의 불안은 우리의 이러한 집단 성향을 과장해왔다.
합심해 외부 집단을 박해하면서 이 체제를 공고히 해온 것이다.
군대를 예로 들어보면 군대를 결속하는 힘은 집단 신의였다. 미국 남북전쟁을 다룬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같은 지역에서 모집되고 나이가 비슷하며 전쟁 전에 직업이 비슷한
사람들(농부나 노동자)과 함께 복무한 연방군은 탈영이나 무단이탈을 감행할 가능성이 훨씬 적었다. 누가 계속 남아 싸울지는 사기나 이념적 열정보다 신의가 훨씬 중요했던
것이다. 연대의식과 전쟁을 마치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투의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였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주의 속에서 악인을 비난하기란 어렵다. 악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를 사로잡은 신념과 그런 신념이 범람한 사회, 그런 신념을 공급한 정치체제, 그런 신념을
용납한 환경을 바로 봐야 한다. 유대인 학살에 대해 ‘악의 평범성’을 주창한 한나 아렌트는 사람들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의견에 굴복한다고 지적한다. 스스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인지하거나 자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한다. 평범성이 흔히 존재한다는 게 아니라 기계 안에서 아무 생각도 없는 톱니가 될 때 왜 기계를
지지하느냐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전 세계 다양한 문화, 종교, 민족의 사례에서 뇌과학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 속 폭력성을 실험한 밀그램의 실험이 보여주듯, 폭력의 부속품이 되면
인간은 직접적 가해자가 될 때보다 양심의 가책이 줄어드는 인간군상을 확인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범은 자살 성향이 강한 개인이 아니었다. 나이도, 배경도, 교육
수준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살테러범이 된 이유는 자살폭탄을 둘러싼 거대한 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순교자의 임무를 주도한 단체가 장례식을 주관하고, 순교자의
용기를 찬양하는 책자를 배포하고, 최후의 증언을 비디오로 촬영한다. 순교 행위는 그렇게 기록된다.
반면 나치 정권에 협조한 프랑스 비시 정권의 지시를 거부한 마을 주민들은 공동이 추구하는 도덕성이 존재했다. 종교적 소수파로 핍박받은 역사를 지닌 민족이며, 지도자의 호소가
있었다. 즉 사회와 종교,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집단행동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폭력적이거나 극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반응은 언제나 잠재의식과 동료의 힘에 끌리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자기 인식을 키우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했다. 저자는 주변 환경의 영향에 저항할 수 있고 이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전염현상#소문의힘#집단신의#공동체주의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지음 / 이정미 옮김 / 현익출판 펴냄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음악감독인 히사이시 조와 일본의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대화록이다. 이 책을 보면 음악이란 매우 논리적인 이론에 기반해 짜여지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이성적인 표현이 언어라고 할 때, 언어로 표현되지 않지만 음악은 시간과 공간의 기본 개념이기 때문에 매우 이성적 조합이다. 멜로디와 리듬, 화음으로
이뤄진 음악은 시간과 공간의 기억장치인 멜로디, 시간을 쪼개는 리듬, 공간을 채우는 울림까지 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두 거장은 시간이 관계하면 논리적인 구조가
생겨나고, 귀는 논리어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반면 시각(눈)은 직관적이기 때문에 순간적 장면이 맥락을 속일 수 있다고 비교한다.
음악을 듣다 보면 과거 기억이 재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음악을 들었느냐에 따라, 음악과 듣는 이의 관계는 재설정된다. 예술가들이 추구하는 독창성이란
새로운 공감을 발견한다는 것이기에 대중성과 떼려야 뗄 수 없기도 하다. 공감을 받지 못하는 독창적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의 경우 개성이 지나친 경우다. 독창성과 대중성
사이를 줄타기하는 예술가들에게 뇌란 이 줄타기를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무기일 수 있다.
#음악감독#뇌과학자#새로운공감#대중성
대니얼 골먼, 리처드 J. 데이비드슨 지음 / 김완두, 김은미 옮김 / 김영사 펴냄
뇌를 재구성하는 과학적 마음훈련
명상은 과학인가 아닌가의 논쟁이 뜨거웠다. 이 책의 저자들은 서양 1세대 명상가이자 뇌신경과학자들로, 명상이 왜 과학인지 소개한다. 이들은 명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긍정적
변성 상태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21명의 수행자들은 각자 총 수련 시간이 1만2000시간에서 6만2000시간에 달했다. 3년짜리 집중 수련을 최소 한 번
이상 마친 이들은 매일 최소 8시간씩 명상을 했다.
수행자들의 뇌 활동에서 일반 사람들과 달리 나타나는 특징은 감마파였다. 정신적 요소들이 찰칵하고 맞아떨어지는 통찰의 순간에 주로 발생하는 이 뇌파는 수행자들의 경우 대조군과
비교해 25배나 큰 진폭의 감마파를 보였다.
저자는 명상이 건강을 좋게 하거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런 이점들로 대중화됐지만 진정한 목적은 뇌의 변화였다. 명상 고수들의 뇌는 동년배의 뇌보다
노화 속도가 느렸다. 다른 사람들이 휴식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뇌 상태를 명상하는 동안 보이기 때문이고, 매일 수련하면서 더 편안해지고 즐거워졌다고 했다. 큰 노력 없이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신경학적 증거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들의 뇌는 몸, 그중에서도 심장과 더 긴밀하게 연결됐다. 집착, 욕심, 자기중심주의가 감소되는 것을
뒷받침하는 뇌의 구조적 변경이 확인됐고, 신경학적 변화가 더 있는지에 대한 더 많은 뇌과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는다.
#명상#수행자#뇌파파#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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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outube.com/@CuriousBrainLab
운동과 뇌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 장동선 뇌과학자는 아침 운동이냐 저녁 운동이냐 묻기 전에 일단 짧게라도 아무 운동이나 하라고 말한다. 학습 능력과 집중력, 혈류량, 심혈관에 긍정적 효과가 있고, 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50%가 줄기 때문이다. 뇌를 많이 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걷기나 달리기는 도파민 회로가 강화되어 집중력을 높여준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심한 경우 다른 일에 시선을 뺏기기 쉬우며 도파민이 고갈되면 주의집중 조절 능력이 약화된다. 이때 뇌와 몸을 같이 쓰는 운동을 하면 도파민이 나온다. 운동 직후 오히려 좋은 집중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운동은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게으른 나의 이유는 나의 나약함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뇌 때문이라고 하면 조금 위로가 된다. 해야 하는 걸 미루는 습관이 있다면 5초 내로 바로 해버리는 것을 추천했다.
#도파민#운동과집중력력#주의력결핍#신경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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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ed.ted.com/lessons/how-sugar-affects-the-brain-nicole-avena
당분은 어떻게 뇌에 영향을 주는가 ▶마약, 약물, 담배와 술만 중독이 위험한 것이 아니다. 당 중독인 사람들 역시 자신의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사람들은 당이 들어간 음식을 자주 찾고 많이 먹는 걸까. 맛을 느낀다는 것은 대뇌피질에서도 느낀다는 것이다. 전기 화학적 복잡한 연결 과정을 통해 뇌의 다른 영역으로 이동해 보상 시스템이 작동된다. 당 중독 역시 친교 행위나 성적 행동, 약물과 마찬가지로 이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하면서 자제력을 읽고 내성이 생겨나면서 자꾸 당을 찾게 되고 살이 찐다. 내장에 있는 당분 수용체는 포만감을 뇌로 보내 인슐린을 더욱 분비하게 되고 그럴수록 당에 더욱 중독된다. 그 과정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화학물질이 나와 더욱 큰 자극을 찾게 된다. 브로콜리와 같은 야채는 이 도파민 생성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된다. 하지만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뇌가 병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중독#대뇌피질#세로토닌#뇌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