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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
AI 중심 전환AI Transformation을 엿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여전히 주인공은 ‘인공지능’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는 전 세계 14만 명이 넘는 방문객과 160여 개국의 약 4500개 기업이 참가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올해의 핵심 주제는 ‘몰입dive in’이었다. 기술을 통해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러한 주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엿볼 수 있다. 눈에 띄는 하드웨어가 그 첫 번째다. 가전제품 전시회인 만큼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로서의 인공지능AI 기술은 그 중요도가 더욱 강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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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에서 ‘공감지능과 함께하는 일상의 라이프스굿’을 주제로 꾸민 LG전자의 전시관
1_ HARDWARE
차세대 기술 혁신
❶ 차세대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패널 기술과 처리 능력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표 중 하나는 LG의 G5 OLED TV로, 기존에 선호되던 마이크로 렌즈 배열Micro Lens Array 기술을 버리고 혁신적인 4층 OLED 패널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 변화는 이전 모델인 G4에 비해 화면 전체의 밝기를 40% 증가시키며, HDR 하이라이트에만 국한하지 않는 개선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4개의 OLED 패널을 쌓아 올린 구조 덕분에 G5는 소비자들에게 더 밝은 시청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OLED가 기존 Mini LED 패널 TV에 비해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 ❶ Esat Dedezade, “CES 2025 Wrap- Up: The Future Of Tech Is Brighter, Smarter And Picks Up After Itself”, Forbes, (Jan, 10, 2025).에서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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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G5 OLED
❷ 행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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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스의 젠북 A14
CES 2025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기기 설계를 뛰어넘는 혁신이다. 레노보Lenovo의 씽크북 플러스 젠 6ThinkBook Plus Gen 6는 화면이 세로로 확장되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 화면은 14인치에서 16.7인치로 확장 가능하며, 물리적 버튼과 제스처 입력으로 제어된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은 휴대성을 유지하면서도 멀티태스킹 능력을 향상시킨다. 새로운 설계로 초경량을 실현한 제품도 눈에 띄었다. 아수스Asus의 젠북Zenbook A14가 대표적이다. 세랄루미늄Ceraluminum 새시를 사용해 1kg 이하의 무게를 구현한 이 제품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칩과 14인치 OLED 패널을 결합해 최대 32시간의 배터리 수명을 제공한다.
❸ 스마트홈 및 건강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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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자동화와 건강 모니터링 기술도 눈에 띄는 분야였다. 특히 로봇과 건강 분석 기기가 더 복잡한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로봇 분야에서는 로보락 사로스Roborock Saros Z70 로봇 청소기가 주목받았다. 이 제품은 옴니그립OmniGrip 기계 팔을 탑재하여 최대 300g의 물체를 식별하고 들어 올릴 수 있다. 데모에서는 Z70이 양말을 치우며 청소 경로를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건강 기술 분야에서는 위딩스 옴니아Withings Omnia 스마트 미러가 일상적인 건강 모니터링을 통합한 개념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자세와 피부 건강 같은 다양한 건강 지표를 추적하며, 일상 속에서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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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딩스 옴니아의 스마트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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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락 사로스 Z70 로봇 청소기
2_ SOFTWARE
인공지능과 비용 절감
제약만 없다면 ‘차세대 기술 혁신 제품’은 수없이 기술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제품이 그 혁신성을 뽐냈다. 하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닌 제품을 설계하는 과정 혹은 제품에 내재된 인공지능 기술이다. 그중에서도 ‘예측기계’인 인공지능은 도입 단계를 넘어 응용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❶ 기술의 도입과 응용 단계
과거 전기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스위치 조작만으로 화재 위험이 없고 값싼 전깃불을 밝힐 수 있었고, 냉장고, 세탁기, 진공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 등장을 촉발해 가사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기는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고 20년이 지나서도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미국 가정의 3%만이 전기를 사용했다. 다시 또 20년이 지나서야 공장에서 전기를 쓰기 시작했다. 증기는 매우 비효율적인 동력원이었음에도 전기로 전환되는 데 무려 4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마저도 초기에는 아주 일부의 사업가들만 관심을 가졌다.
용기를 낸 일부만이 전기를 도입한 것이다. 증기력은 작업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의 30~85%가 소실되지만, 전기는 그렇지 않았다. 증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음을 이해한 사업가들은 기존 증기터빈을 전기모터로 바꿔 비용을 줄이고자 했다. 이것이 ‘도입 단계’다. 하지만 도입 단계에서는 전기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크게 혜택을 보지 못한다. 기존 공장 형태에서 동력원만 전기모터로 바꾼다고 동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효율이 증기보다 낮아지기도 한다. 공장의 구조가 증기 동력에 맞게 설계된 탓이다. 공장의 설계가 전기 동력을 쓰기 알맞게 변해야 함을 깨닫는 시기가 ‘응용 단계’다. 중앙 동력장치에서 에너지가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기계장치 한 대에 별도의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 필요함을 깨닫는 단계다. 동력원뿐만 아니라 기계장치 자체를 교체하여 전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전력의 응용 단계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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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 지커Zeekr가 선보인 AI 기반 스마트 주행 전기차
❷ 인공지능 응용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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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기계 업체 구보타의 로봇 농부
CES 2025에서 확인한 인공지능의 활용 단계도 과거 전력 기술과 유사하다. 지난 CES 2024가 인공지능의 도입 단계였다면,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 응용 단계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도입 단계에서 주목하는 점은 기술도입을 통한 비용의 절감이다.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인공지능의 가격이 저렴해졌음을 의미한다. 기술 발전은 언제나 비싸던 것을 싸게 만든다.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된다는 것은 예측의 값이 저렴해졌다는 방증이며, 이는 더 다양한 곳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 기능을 단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형식의 도입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증기터빈에 적합한 공장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전기모터만 대체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고민은 인공지능 응용 단계로 넘어가는 기반이 된다. CES 2025에서 유독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로봇이라는 응용 구조가 요구되는 것이다. 전기 동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 기계 설비를 교체한 것과 유사한 변화다. ‘모빌리티관’의 핵심이었던 자율주행 기술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에 기존 차량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차량 내부의 하드웨어는 감지기를 장착하고, 온보드 프로세싱을 갖춘 뒤 기계 조작이 가능하도록 재설계되었다. 기술에 맞춰 구조가 변화한 것이다. 로봇과 자율주행 모두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디자인 변화가 이뤄진 결과물들이다.
3_ HARDWARE&SOFTWARE
비용우위에서 가치 창출로
CES 2025를 통해 살펴본 모습 중 하나는 아직 진정한 ‘AI moment’는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CES 2024를 통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도입되는 모습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포장 우려가 해소되었고,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의 힘이 다방면에서 구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을 진정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적인 변화는 아직 살펴보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변화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진정한 인공지능의 활용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가치 상승이 인공지능 도입을 위한 솔루션 개발과 수용에 드는 비용을 넘어설 때 비로소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법이 된다.

CES 2024와 CES 2025에서 각각 보여준 도입과 응용 단계는 기존 경쟁우위 창출 방식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 구조로는 불가능하다. 이때의 인공지능 도입은 다른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생산 전반에 연쇄적인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전기 동력을 쓰기 위해 기계장치를 바꾸고 나면 이에 맞는 배전망이 필요하고, 인력의 배치가 필요하고, 공장입지의 변화가 동반된다. 전기 동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모든 의사결정의 변화가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도 이와 같다.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기존 경쟁우위 창출 방식의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산업 전략을 ‘디지털 전환’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때의 변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든다. 모든 것이 바뀌려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공지능으로 창출 가능한 가치에 대해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 방식이 유리한 사람들도 변화하려 할 것이다. CES 2025에서는 인공지능 중심 전환에 세계가 바짝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CES 2026, CES 2027에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 중심의 인공지능 도입이 아닌 인공지능 중심으로 모든 것을 다시 바라보는 전략적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도입과 응용을 넘어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이 이뤄지는 시스템적 변화, ‘AI 전환AI Transformation’에 대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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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봇 기업 톰봇에서 선보인 반려동물 로봇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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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사에서 소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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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 KDI 전문연구원·중앙대학교 겸임교수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이며, KBS1라디오 <성기영의 경제쇼> ‘디지털 이코노미’ 코너에 고정 출연하고 있으며 <동아비즈니스리뷰DBR> ‘파괴 없는 혁신’ 등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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