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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ilm&tech
SF영화에서 예견했던 CES의 최신 기술들
이경원 과학 칼럼니스트

인간은 꿈을 실현하는 유일한 생물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세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최근 CES를 통해 구현된 SF영화 속 놀라운 기술들을 살펴보자.

<치티치티 뱅뱅>의 비행 자동차
1968년 개봉한 영국 영화 <치티치티 뱅뱅>.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는, 괴짜 발명가 카렉타커스 포트가 개발한 자동차 ‘치티치티 뱅뱅’이 나온다. 이 차는 평범한 차가 아니다.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배처럼 물 위에서 떠 가기도 한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 자동차는 과학기술계의 오랜 로망이었다. 100여 년 전인 20세기 초부터 연구가 시작되었고 1930년대부터는 작동 가능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매력을 지닌 데 반해 자동차와 항공기라는 지극히 이질적인 탈것을 하나로 융합하는 데서 오는 기술적 난점, 그리고 이런 장르의 탈것을 감안하지 않고 만들어진 기존의 교통안전 법규 때문에 대중화가 덜 된 장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중 일부는 CES에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4 CES에는 중국 샤오펑 전기자동차에서 eVTOL 플라잉카(콘셉트카)를 전시했다.

2명이 탑승 가능한 이 차량은 직접 조종, 원격 조종, 자율 조종 모두 가능하다. 비행 모드로 전환되면 차량에 수납되어 있던 로터rotor가 전개되고, 이 로터를 돌려 비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전기자동차 제작사의 제품답게 전기로 움직인다. 비행 중 문제를 일으켜 추락할 경우, 내장된 낙하산이 펴져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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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티치티 뱅뱅>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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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에서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샤오펑이 선보인 플라잉카
<아이언맨>의 디스플레이
2008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에는 아이언맨 슈트 말고도 중요한 첨단 기술이 또 나온다. 바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집 창문에도, 슈트 내부에도 디스플레이가 펼쳐져 외부 정보를 전달해준다.

올해 CES에 현대 모비스가 독일 광학 기업 차이스사와 공동 개발해 출품한 홀로그래픽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아이언맨>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현실로 만들었다. 기존의 자동차들은 대시보드에 달린 별도의 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나 현대 모비스의 제품은 자동차의 앞 유리 전체를 홀로그램 AR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디스플레이로 만들었다.

이 디스플레이에는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 등의 주요 정보는 물론 카스테레오에서 재생되는 음악 목록 등이 시현된다. 이런 정보를 대시보드가 아닌 차창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직관적이고 안전한 차량 운전과 정보 이용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는 바깥의 조명이 매우 강할 때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높은 광도와 풍부한 색감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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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비스와 독일 차이스사가 공동 개발한 홀로그래픽 헤드업 디스플레이
<바이올렛 에버가든>의 의수
2018년 공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 전쟁에서 양팔을 잃은 여주인공이 편지 대필가로 살아가면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랑하던 사람과 재회하는 줄거리는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극 중 문명 수준은 20세기 초의 유럽 정도다. 하지만 여주인공의 의수는 그녀의 뇌파로 직접 움직이는 최첨단 제품이다.

이번 CES에서 미국 사이오닉PSYONIC사가 선보인 의수 어빌리티 핸드Ability Hand는 이러한 의수를 바로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제품이다. 3D 프린팅, 금형 사출, 실리콘 복제, CNC 등 다양한 공법으로 만들어진 이 의수는 무게가 490g(실제 성인의 손보다 20% 가볍다)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탄소섬유 등 신소재를 많이 사용한 덕택에 매우 견고하며 방수 성능까지 갖추고 있다. 착용자의 근육이 수축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지시 삼아 관절을 움직이는데 작동에는 전기모터와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한다. 또한 압력 감지 장치도 있어 의수 끝에 압력이 전달되면 이를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휴대폰 앱을 통해 설정과 제어도 가능하다.

사이오닉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의수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신발 끈 묶기, 벽에 액자 달기, 소금을 원하는 양만큼 뿌리기 등 매우 정밀한 일상 속 동작을 무리 없이 해내는 영상들을 볼 수 있다.

SF라는 장르에 대해 ‘허황되다’라는 편견을 품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착착 실현되는 SF영화 속 기술을 보면 현실화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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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이오닉사가 만든 의수 어빌리티 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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