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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공학자의 시선
수소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
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현재 카이스트 연구원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 수소연료전지 기술, 리튬 황 전지다. 이 세 가지 기술 중 수전해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수전해 기술에는 AWE(알칼라인 수전해), PEMWE(양이온 교환막 수전해), AEMWE(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등이 있다. 이 세 가지 그린수소 수전해 방식 중 AWE는 기술적으로 가장 성숙한 수전해 장치로, 알칼리 전해액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많이 상용화되어 있다. 그러나 AWE는 전류밀도가 낮은 편이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나오는 전기를 이용해 짧은 시간 안에 고순도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교환막을 이용한 수전해 장치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 ❶ 수소를 추출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
수전해 장치 귀금속 촉매 양 저감을 위한 연구
양이온 교환막을 이용한 수전해 장치인 PEMWE는 간단히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라고도 불리며, 주로 수소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나피온Nafion 혹은 탄화수소계의 양이온 교환막을 전해질로 이용한다. 높은 전류밀도로 운전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서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를 할 수 있는 장치다. 단점으로는 매장량이 많지 않은 귀금속인 이리듐계Ir 산화물을 음극 촉매로 다량 사용해야 하는데, 본 연구팀은 담지 촉매 개발 등 PEMWE 가운데 양극Anode에서 촉매인 Ir의 양을 저감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 Ir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루테늄Ru이나 비귀금속인 코발트Co계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AEMWE도 차세대 수전해 장치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AEMWE는 음이온 교환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며 비교적 높은 전류밀도를 나타낼 수 있는데, 음극으로 Ir계 대신 비귀금속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양극 촉매로 다량의 백금Pt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본 연구진은 Pt의 양을 줄이거나 궁극적으로 Pt를 비귀금속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다양한 수전해 장치에서 귀금속 촉매 양을 줄이는 연구를 주 연구 테마로 수행하고 있다. PEMWE 및 AEMWE에서 Ir과 Pt 등의 귀금속 양을 줄이는 연구는 향후에 PEMWE 및 AEMWE의 설치 및 운영 가격을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린수소의 생산 단가가 블루수소 등에 비해 높기 때문에 그린수소 수전해 셀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NIET에서도 독자적으로 귀금속 양을 줄이며 내구성이 뛰어난 PEMWE의 Ir계 촉매와 AEMWE의 Pt계 촉매를 개발 및 판매하고 있으며 대학 실험실과 공동으로 개발해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현재 CTO로 일하고 있는 ㈜NIET에서는 대학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논문으로만 쓰이고 사장되지 않도록 기술이전 등 많은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양이온 교환막 수전해 장치 모식도PEM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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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있는 귀금속 저감 단원자 촉매 모식도.
연결될 때 더 큰 힘이 나는 기술
현재 국내 많은 대기업이 수소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여러 대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대기업의 수소 시장 진출 의지를 인지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현대자동차, SK, 한화, 포스코,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의 대기업이 수전해 등 수소 사업에 뛰어들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수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국내 중견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PEMWE의 경우 대기업이 MW급 스택을 생산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이 양이온 교환막, 촉매, Membrane-Electrode-AssemblyMEA, Porous transport layerPTL 등을 개발 공급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요소를 대기업이 연구개발, 생산 및 판매하기는 어려우므로 병합할 요소기술을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 간의 연계 형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향후 수소 시장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수소 분야는 당장의 매출을 통해 이익이 많이 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요소기술 개발 이후 MW급 스택 장치 개발의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소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대학 및 국책연구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요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대학이 우수 인력과 함께 원천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대학의 경우 한국 수소 분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소위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에 요소기술 개발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계는 연구비 수주를 위해서 영향력 높은 논문을 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노력이 제품화로 연결되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논문 발표를 넘어 대기업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실제 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다듬어 나가면서 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방향성을 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 기업과 국책연구원 그리고 대학에 있는 교수들이 함께 모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연구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토의할 수 있는 산학연 협의체 등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협의체를 통해 기업과 대학이 서로의 니즈를 파악하면, 대학 연구진은 단순히 톱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넘어 미래 수소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기술 및 산업적으로 선점하는 쪽으로 연구하게 될 것이다.
미래 수소 산업의 토양을 다진다는 사명감
필자 역시 수소연료전지를 연구하는 교육자 및 공학자로서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 시장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수소 분야의 성장은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인 스토리를 이끌어냈던 리튬이차전지 분야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현재 리튬이차전지 분야의 경우 국내 주요 대기업이 전기자동차, ESS 및 휴대폰 등의 분야에서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대기업들은 이차전지 분야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이차전지 분야를 주도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속된 대기업의 의지와 기업 연구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또한 대학 및 연구원에서 기초 연구를 수십 년간 활발히 진행하면서 기업의 제품 사업화에 도움을 주고 기업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곧 수소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하는 차세대 주력인 대학원생들에게 국내 대기업의 수소연료전지 분야 채용은 그 규모가 작은 데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큰 이차전지에 비해 인기가 많은 분야가 아니다. 학생들이 수소연료전지 분야를 연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수소 시장의 성장과 수소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전하는 등 언제나 많은 설득이 필요하다.

필자 역시 공학자로서 아주 가까운 미래에 열리게 될 수소 시장의 토양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나와 함께 연구실에 있는 학생 및 박사후연구원들 역시 당장 눈앞에 펼쳐질 장밋빛 미래는 아니지만 곧 다가올 수소 시장에 큰 기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매진 중이다. 대학에서 공학자는 현재 눈에 보이는 주력 산업뿐 아니라 잠재적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 분야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연구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인력 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수 및 공학자로서 가장 보람되는 시간은 후학들이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고 학계, 산업계, 연구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다. 특히 후학들이 기업에 들어가 학교에서 배운 기초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여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적으로 반드시 성장시켜야 하는 분야다. 이를 위해 필자는 지금도 연구원들에게 미래 수소 시장의 주역이 될 거라는 사명감을 심어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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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1998년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학사, 2003년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박사학위 취득 후 포항공대 화학공학과에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8년부터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3년 3월부터 ㈜NIET에서 CTO로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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