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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olicy
AI로 설계하는 기술 경쟁력
김리안 <한국경제신문> 기자
국내1
인공지능으로 산업 기술개발 가속화한다
“인공지능AI은 새로운 전기다.”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의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100년 전 전기가 전 산업을 뒤흔들며 문명을 바꿨듯, AI는 오늘날 거의 모든 산업의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AI의 혁신성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데이터를 수집·해석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돕는 AI는 연구개발R&D의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 도입이 대기업 중심으로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전반으로 AI 활용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총 100개 이상의 산업·에너지 분야 AI 활용 기술개발 과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산업부 장관 주재 민관합동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에서 발표한 ‘AI+R&DI 추진 전략’의 후속 조치다.

산업부에 따르면 로봇·반도체·디스플레이·신재생 등 13개 산업 분야에서 881건에 이르는 AI 활용 기술개발 수요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수요 과제 74개를 1차 공고했으며, 상반기 내에 2차로 30개 이상의 수요 과제를 추가 공고할 예정이다.

정부는 산업 파급효과가 크고 다양한 산업 기술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용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내년도 신규 사업 예산을 확보해 지원한다. 이 모델은 대량의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해 확장성과 범용성을 갖춘 AI 모델로, 기업·연구소의 연구자들이 필요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AI와 로봇공학을 활용해 자동으로 실험을 수행하는 ‘기업 공통 활용 자율실험실’도 올해부터 도입한다. 전 세계 기업·기술·인재를 AI로 탐색하고 연결하는 ‘Tech-GPT’는 5월부터 140여 개 산업 현장 기업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거친 뒤, 10월부터 전 세계 특허 1억1000만 건, 논문 2억2000만 건을 학습한 기술정보 무료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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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2
산업부, AI 팩토리 본격 추진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AI 기반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조 현장에 AI를 도입해 제조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부 사업에 기업들의 폭발적 관심이 이어졌다. 산업부는 제조 AI 도입의 시급성과 현장 수요 등을 감안해 기존 ‘AI 자율제조’를 ‘AI 팩토리’로 전면 확대 개편하고, 사업의 양적·질적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AI가 새롭게 접목되는 연간 제조 현장의 수를 현재 26개에서 2030년까지 1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제조업과 AI의 결합은 기업들의 필수 생존 전략인만큼 우선은 기계·로봇 기술 개발 등 유관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예산 증액을 위해 예산당국, 국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양적 확대와 더불어 사업도 다각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자동차, 조선 등 대규모 제조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소규모 제조 현장이나 프랜차이즈, 유통·물류 등의 소비자 이용시설 등에도 확대 적용된다. AI 도입 효과를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 산업에 확대 적용하고, AI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기존 사업과는 다르게 단년으로 추진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대기업부터 1~3차 벤더인 중견·중소기업까지 하나의 공급망 내에서 AI가 체계적·수직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대·중·소 협력 프로젝트도 별도로 가동된다. 여기에 지난 4월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을 중심으로 제조현장에 휴머노이드를 본격 투입하여 실증하는 사업도 첫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해 산업부는 제조 AI 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12개 업종, 153개 기업·연구기관 등이 참여한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출범한 바 있다. 산업부는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로 확대 개편하고 AI 전문기업 등을 얼라이언스에 포함시켜 민간 역량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이들은 얼라이언스를 통해 개별 프로젝트 수행, 기존과제 점검, 제조 데이터 활용 방안 마련,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등에 참여하게 된다.

산업부는 AI 팩토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모든 제조 현장에 범용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도 만든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개별 사업에서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전문연구기관들과 전문기업 등이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빠르면 2027년부터 개발 중인 파운데이션 모델 일부를 제조 기업들에게 오픈소스로 제공해, 이를 기초로 개별 기업들이 자사의 공정에 특화된 인공지능 제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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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규제’에서 ‘투자 촉진’으로⋯유럽의 AI 전략 변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유럽연합EU이 반격에 나섰다. EU는 200억 유로(약 32조 원)를 투자해 초대형 AI 인프라를 갖춘 ‘AI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AI 대륙 액션 플랜’을 발표하고, 유럽 전역에 최대 5개의 AI 기가팩토리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시설은 대규모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첨단 데이터 센터로, 대형 AI 모델의 학습과 개발을 위한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EU는 13곳 이상의 일반 AI 팩토리도 설립할 예정이다. 스타트업·산업계·학계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들 시설은 첨단 AI 기술의 연구개발R&D 허브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액션 플랜에는 AI 기술의 산업 응용 확대도 포함됐다. EU는 특히 의료 및 공공 서비스 분야에 AI 도입을 촉진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AI 전문 인력을 유럽으로 유치하는 전략도 병행한다.
규제 측면에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2023년 유럽의회를 통과한 ‘AI법AI Act’의 핵심 원칙은 유지하되,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AI 시장은 현재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개발된 주요 AI 모델은 40개로, 중국(15개)과 유럽(3개)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은 최근에도 ‘스타게이트Stargate’라는 대규모 AI 인프라 계획을 발표하고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5000억 달러(약 730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딥시크DeepSeek’ 등 유망 스타트업을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월 알리바바 등 주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과의 회동에서 AI 산업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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