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데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든 작품이다. 극 중에서 인류는 기계와의 싸움에서 패배해 기계를 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전락하고, 기계가 제공하는 가상현실 속에 빠져서 그 비참한 현실을 보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저항 조직들이 생겨나 기계로부터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싸우고,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 역시 우연한 기회에 그 저항 조직에 합류한다.
물론 기계들이 멍청히 당하고 있지는 않는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요원(Agent. 공교롭게도 본지 이번 호에서 다루는 AI 에이전트의 그 에이전트다!)들이, 그리고
현실 속에서는 스퀴드 로봇들이 저항 조직을 공격하고 있다.
요원들이 인간을 적대한다는 점만 빼면 매우 훌륭한 AI다. 가상현실 속 어디라도 순간 이동하고 강력한 힘으로 싸운다. 심지어 필요하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거나 자기
복제도 가능하다. 이러한 요원들의 모습은 실제 AI 에이전트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에이전트의 역할을 영화 속에서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는 사용자 또는 다른 프로그램을 대신해 움직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구체적 사례로는 ‘시리’·‘알렉사’ 등의 개인용 도우미, 자동으로 웹을 검색해
정보를 수집하는 웹 크롤러, 금융시장에서 자동으로 거래를 수행하는 트레이딩 에이전트 등이 있다. <매트릭스>에서의 요원 역할과 가장 비슷한 것은 소프트웨어 메인터넌스
에이전트가 아닐까. 이들은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율적으로 실행되고, 버그 발견 및 코드 최적화 등의 소프트웨어 유지관리를 실행한다. 이로써 인간은 더욱 복잡한
문제의 해결에 전념할 수 있다.
물론 물리적 공간 내에서 주인공들을 공격하는 스퀴드 로봇도 그 자체로 이미 AI 에이전트다. 모든 로봇 역시 AI 에이전트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매트릭스>에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의 이름, 예를 들면 스위치, 마우스, 사이퍼 등도 모두 IT 용어다. 제작자의 IT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