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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의 역사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2022년 챗GPT의 등장은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람의 사고를 보조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AI 에이전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어떤 여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

AI 에이전트의 발달, AI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AI는 문자 그대로 인간이 만든 지능이다. 지능이라 불리려면 인간과 같이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가 과연 추론이 가능한가? 20세기 초중반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앨런 튜링의 튜링 기계, 알론조 처치의 람다 대수 등을 통해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수학적으로 표현 가능한 인간의 추론은 모두 기계 언어로 변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이로써 컴퓨터의 탄생이 가능해졌다. 인간의 사고 과정을 가장 단순한 형태인 이진법(0과 1)으로 바꾸어 입력하면, 이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는 장치가 바로 우리가 오늘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앨런 튜링의 이론을 기반으로 개발한 ‘콜로서스Colossus’라는 기계는 현대 컴퓨터의 시초로 불린다. “기계의 응답이 인간의 것과 구분되지 않는다면, 그 기계는 지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는 이른바 ‘튜링 테스트’는 인공지능 개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 연구의 본격적인 시작은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열린 AI 학회에서 비롯되었다. 이 회의를 기점으로 1974년까지 이어진 인공지능의 제1차 황금기에는 눈에 띄는 성과들이 속속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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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군용 암호를 풀기 위해 만들어진 콜로서스 컴퓨터.
대표적인 예로, 1957년에는 프랭크 로젠블랫이 초기 인공신경망 모델인 ‘퍼셉트론Perceptron’을 개발했다. 이는 2중 컴퓨터 학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계가 패턴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 첫 시도 중 하나였다. 또한 1965년에는 요제프 바이첸바움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대화형 프로그램 ‘ELIZA’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사람과의 상담을 흉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 이 프로그램은 당시로서는 놀라울 만큼 인간적인 반응을 보였다. 컴퓨터가 인간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에는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인 개념이었다.

같은 해,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세계 최초의 전문가 시스템 ‘DENDRAL’ 개발에 착수했다. 전문가 시스템은 인간 전문가가 가진 지식, 경험, 직관적 판단력 등을 컴퓨터에 내재화시켜, 특정 분야의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기 AI 형태다. DENDRAL은 특히 화학 분야에서 분자 구조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었으며, 컴퓨터가 전문가 수준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규칙 기반 AI로 움직이는 전문가 시스템은 규칙과 논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의료 진단 체계인 MYCIN(마이신)이 있다. 19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개발한 MYCIN은 특정 감염병에 대한 치료 방식을 의사에게 추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 기반 후방 추론 전문가 시스템이었다. 다만 MYCIN은 의료 현장에서 임상실험을 거치거나 의료 실무에 투입된 적은 없었다.

1988년에는 연구자 서튼과 바토가 인공지능의 학습법으로 강화 학습을 개발해낸다. 강화 학습은 행동심리학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어떤 환경 안에서 정의된 에이전트가 현재의 상태를 인식하여 선택 가능한 행동들 중 보상을 최대화하는 행동 혹은 행동 순서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 기술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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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AI인 자율주행 자동차도 AI 에이전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AI 연구가 누적되어, 약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AI 에이전트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즉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정보를 처리해 결정을 내리는 AI가 대중 앞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에 대두된 것이 반응형 에이전트와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MAS, Multi-Agent Systems이다. 반응형 에이전트는 현재 환경을 인식하고 미리 정의된 규칙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지능형 에이전트다. 이들은 과거의 경험이나 내부 모델을 활용한 복잡한 추론이나 계획 수립 없이, 오직 현재의 입력에 기반하여 행동한다. 인간의 반사작용과 유사하다. 단순하고 반응 속도가 빨라 로봇 청소기, 자동 온도조절 장치, 간이형 챗봇 게임 NPC, 스팸 필터의 두뇌로 쓰인다.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은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연결, 이들이 상호작용 및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기계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기계학습은 컴퓨터가 명시적인 프로그래밍 없이도 데이터로부터 학습하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능을 향상하는 인공지능AI의 한 분야다. 즉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데이터 속에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예측이나 의사결정을 내리고, 더 나아가 갈수록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컴퓨터를 훈련하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들은 의사결정과 예측 성능을 높이기 위해 확률적 기계학습 모델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또한 이 시기부터 자연어 처리 기능도 향상되었다. 인간의 언어에 대한 이해 능력이 높아진 것이다. 이로써 AI 에이전트는 인간과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현실 세계에서의 쓸모도 높아졌다.

2010년대에는 딥러닝 기술로 AI에 혁신이 일어났다. 딥러닝은 인간의 신경망처럼 여러 층으로 구성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사용해 복잡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을 인식하는 기계학습의 한 분야다. 1940년대부터 개념 연구는 이루어졌으나, 당시의 컴퓨팅 기술 한계 때문에 구현은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0년대 들어 제반 기술의 성숙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딥러닝 덕택에 AI는 더욱 복잡한 임무를 더욱 잘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인식, 대화 인식, 자연어 해석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AI 에이전트들의 능력 또한 크게 발전시켰다.

따라서 2010년대 들어 AI 에이전트는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오는데, 그 선봉에 가상 도우미들이 있었다. 애플의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간의 자연어 명령을 알아듣고 일정을 알려주고, 음악을 재생하고,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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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깊숙이 파고든 AI 에이전트의 사례로는 알렉사 같은 AI 도우미를 들 수 있다.
관련 기술이 더욱 발달한 2020년대는 문자 그대로 에이전틱Agentic AI의 시대다.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율적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기존의 AI 시스템들이 특정 작업이나 미리 정의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데 반해,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여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장기 계획 능력, 다른 AI 에이전트와 협력하는 능력,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 역시 더욱 뛰어나다. 또한 챗GPT로 유명해진 거대 언어 모델은 AI 에이전트의 자연어 이해 능력을 크게 높여놓았다.

덕분에 2020년대에는 여러 산업계에서 AI 에이전트를 이전보다 더욱 흔하게 볼 수 있다. 개인용 금융 도우미, 프로그래밍, 콘텐츠 관리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또한 업무 자동화, 데이터 분석, 고객 상담 등에도 사용되어 기업의 업무 효율을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과 보급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면 확대되었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될수록 이들의 안전성, 신뢰성, 판단의 윤리성 등도 더욱 중시되고 문제시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것이 잘 안 될 경우 발생하는 것이 거짓말을 해대는 생성형 AI나 대인·대물 피해를 일으키는 로봇일 것이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AI가 아닌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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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등장한 챗GPT는 거대 언어 모델을 사용한 AI로,
매우 발전된 AI의 자연어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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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월간 항공> 기자, <파퓰러사이언스> 외신 기자 역임. 현재 과학·인문·국방 관련 저술 및 번역가.
<과학이 말하는 윤리>, <화성 탐사> 등의 과학 서적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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