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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홈과 도시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사물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올해의 대표적 기술 트렌드는 단연 인공지능 AI 이다. 챗GPT가 몰고 온 AI 열풍이 그칠 줄 모른다.
IT업계는 AI 기술과 함께 사물인터넷 IoT 이 융합된 ‘AIoT’를 크게 발전할 기술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이미 우리 실생활에 접목돼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기술로,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
그중 가장 친근한 분야는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에 어우러진 IoT 등의 기술을 들여다보자.
가정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스마트홈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 미리 스마트폰으로 세탁기를 돌리고, 로봇 청소기에 바닥 청소를 지시한다. 집에 도착해 스마트워치에 명령을 전달하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에어컨이 작동한다. 부엌 조리대 앞의 작은 모니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뒤 오늘의 요리 정보를 검색한다. 음식 요리 방법이 온라인으로 표현되고, 요리를 선택하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으로 연결된 전자레인지, 오븐, 전기밥솥이 자동 동작하여 저녁 식사를 만들어준다.
식사가 끝나면 대화형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소파에 앉아 편안히 휴식을 취한 후, 잠들기 전에는 TV 리모컨에 ‘취침 모드’를 명령한다. 이내 TV와 에어컨이 꺼지고 조명은 수면에 적합한 조도로 조정된다.

가전제품이 척척 알아서 일을 처리하는 똑똑한 집, ‘스마트홈’의 모습이다. 스마트홈은 쉽게 말해 가정 자동화 시스템이다. 스마트 센서와 스위치, 정보 기기 등 주거 환경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집 안의 온도, 습도, 조명, 보안, 가전제품 등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한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손가락 하나로 집 안 가전제품의 상태를 체크하고 동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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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기의 상호작용의 역사
사람이 지능형 생활 기기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생활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일상이다. 온수나 전기만 들어와도 편리하게 여겼던 시절에 비하면 스마트홈은 그야말로 개념이 다른 집이다. 스마트홈은 1980년대 말의 ‘홈오토’에서 출발한다.
홈오토는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의 줄임말이다. 스위치로 냉난방과 각종 전자제품을 제어하거나 전자우편과 컴퓨터를 사용한 재택근무, 케이블TV의 보급 등을 의미하는 말로, 당시에는 아주 먼 미래 기술로 여겼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홈오토 대신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단어가 쓰였다. ‘언제 어디서나’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장소에 관계없이 다양한 기기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후 무선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유비쿼터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사물인터넷 개념이 대두되었다. 가전기기들의 자동화를 지원하는 스마트홈은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AI와 빅데이터, 로봇 같은 첨단기술이 가세해 더 똑똑한 주택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마트홈이 빠르게 대중화돼 한층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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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의 개념과 기술 작동 방식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사물끼리 인터넷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만 인터넷을 통해 교신했다면, 지능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기계(사물)끼리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신해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하는 게 사물인터넷의 핵심 개념이다. 이미 스마트 TV, 스마트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인터넷과 멀어 보이는 화분, 팔찌, 의료기기도 사물인터넷화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는 199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케빈 애시턴Kevin Ashton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사람의 판단 개입 없이, 센서가 심어진 사물들끼리 통신해 스스로 할 일을 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이제는 사물인터넷의 개념이 더 구체화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시스템이나 기기에 데이터를 연결할 목적으로 소프트웨어, 센서는 물론 다양한 기술을 탑재한 사물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인터넷 연결에는 5G와 같은 네트워크 플랫폼이 쓰인다.
사물인터넷 기기의 작동 과정은 간단하다. 먼저 센서를 통해 명령받은 주변 환경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다른 기기에 전송·저장해 데이터를 공유한다. 네트워크 내 모든 기기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처리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자동화하는 데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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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애시턴 Kevin Ashton 교수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는 199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MIT 의 케빈 애시턴 Kevin Ashton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사람의 판단 개입 없이, 센서가 심어진 사물들끼리 통신해 스스로 할 일을 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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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도시의 모든 인프라를 네트워크화하다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사물들의 사용 패턴이 데이터화되고, 그 데이터들이 다른 사물들에 공유되는 사물인터넷 개념은 주택에서 도시로 확장 범위를 넓혔다. 이른바 ‘스마트시티’다. 스마트시티는 인간의 신경망처럼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시를 말한다. 데이터 컴퓨팅과 심층 신경망을 사용해 도로, 항만, 전기 등 도시의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게 목적이다.
스마트시티는 1980년대 미국에서 논의된 개념이다. 당시 사물인터넷이라고 알려진 센서 웹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새로운 도로를 건설할지 여부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자는 것이었다.
사물인터넷 장치가 없다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교통혼잡 지역을 탐지하고, 물 낭비와 오염도를 추적하고, 댐 수위가 높아질 경우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자동화하고, 지진·폭풍 등의 여러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일 등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든 사물인터넷 ‘시티브레인’
현재 지구촌에서는 여러 국가가 스마트시티를 실현 중이다. 처음엔 미국이 기술을 주도했지만,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스마트시티는 중국 동부 도시 항저우다. 이 관할 정부의 한쪽 벽에는 인구 900만 명의 도시 항저우의 정보를 24시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5만여 대의 감시카메라CCTV에서 업로드되는 정보,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된 세부 정보,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시티브레인(City Brain, 도시 대뇌)’이라고 불리는 AI 덕분이다.
시티브레인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원래는 도시의 교통 신호등을 제어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처음엔 도로의 화재나 교통사고 등 사건 사고를 인식해 대응하고, 교통 상황 파악과 통제를 최적화하고,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해 자동으로 불법주차와 같은 교통 위반을 단속하는 게 주요 기능이었다. 시티브레인 도입 이후 교통지옥이었던 항저우 도심의 차량 통과 시간은 평균 15%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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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시티브레인의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대규모 시뮬레이션에 사용 중이다. 이를테면 시민 개개인의 움직임까지 면밀하게 파악해 지명수배 중인 탈주범부터 무단횡단하는 사람까지 모두 추적한다. 정부의 간부나 그 친척이 정부 프로젝트에 입찰을 하면 경보가 울리는 반부패 기능도 시티브레인의 일부다. 또 테러 공격과 같은 시스템을 훈련시키고, 향후 수십 년 동안 항저우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는 등 무려 110가지나 되는 업무를 혼자 처리한다. 시티브레인의 능력이 입증되면서 저장성 취저우, 장쑤성 쑤저우, 마카오 등 중국의 도시들은 물론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도 시티브레인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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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청소년 과학 잡지 <Newton>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K-공감>, <조선일보>, <주간조선>, <시사저널> 등의 매체에 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지구의 마지막 1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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