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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공급망과 산업계 타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길어지면서 반도체 공급망 등 국내 산업계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산업계 공급망의 현재 상황과 장기화 시 우려되는 산업계의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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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와의 교역 비중이 2021년 기준 각각 2.2%, 0.1%로 낮았지만,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네온·크립톤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교란, 글로벌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하 이-팔 전쟁)도 장기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예상치 못한 경로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롬과 항공기용 무선방향탐지기 대체 어려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2023년 1~8월 기준 이스라엘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7%, 수입 비중은 0.27%에 불과했고, 팔레스타인의 수출입 비중은 모두 0.01% 이하다.
하지만 교역 전체의 규모가 아닌 개별 품목 단위로 살펴보면 위험 요인이 있다. 2023년 1~8월 기준 우리나라 8개 수입품목의 이스라엘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품목이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타 파래, 흑단 단판 목재, 주석 웨이스트·스크랩 등은 수입 금액이 적고 대부분의 경우 대체가 가능해 높은 수입의존도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들이다. 예를 들면 ‘기타 파래(HS코드 1212214090)’ 대신 ‘냉장 파래(1212214020)’를 먹으면 되고, ‘주석 웨이스트·스크랩(8002000000)’ 대신 ‘주석 괴(8001100000)’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브롬과 항공기용 무선방향탐지기다. 브롬은 원자번호 35번의 비금속원소로, 우리나라에서 주로 난연제, 석유 및 가스 시추, 정제 테레프탈산PTA 합성, 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데,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염소와 요오드 등으로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체가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브롬의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99.6%에 달한다. 이-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로부터 브롬을 수입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2021년 요소수 대란을 생각해보면 특정 품목의 공급망 교란이 야기하는 사회적 혼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항공기용 무선방향탐지기는 드론용 레이더, GPS 등 품목을 의미하는데, 이스라엘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94.8%로 높은 데다 이스라엘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스라엘은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 엘빗 시스템즈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인항공기 생산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군사용 드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
에너지 원자재는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말 그대로 에너지(화력, 전력, 동력)를 발생시킬 수 있는 원자재를 의미하며, 현대 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급률이 낮아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동차 기름값, 전기 요금, 가스비 등 생활 전반의 물가가 상승한 데 이어, 이번 이-팔 전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다행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원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국제유가는 이-팔 전쟁 발발 직후 하루 만에 4%대로 상승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반영되는 듯했으나, 금세 안정화되면서 기존 수준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문제는 천연가스다. 지난 10월 9일 이스라엘 정부가 타마르 가스전에서의 천연가스 생산을 중단시키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만에 16.8% 급등했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로부터 직접 에너지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지 않더라도 문제가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에너지 원자재는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에서의 공급 부족은 결국 전체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추후 중동 산유국의 참전,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 등 전쟁의 향방에 따라 원유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첨단산업 영향
이스라엘 첨단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3.9%에서 2022년 18.1%로 4.2%p 상승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자율주행(모빌아이), 무인기 드론(엘빗 시스템즈, IAI)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거점을 두고 있는 첨단산업의 허브다. 인텔은 이스라엘에 자사 CPU 공장을, 삼성전자는 R&D 센터를, SK하이닉스는 낸드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문제는 이-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텔의 CPU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CPU와 서로 보완적인 성격이 강한데, 인텔의 CPU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이와 맞물려 우리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둔화될 수 있다. 맥주가 없으면 치킨을 사지 않고, 우유가 없으면 시리얼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팔 전쟁으로 업황 회복 시기가 늦춰진다면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아직은 이-팔 전쟁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고, 우리에게는 대비할 시간이 주어져 있다. 지나친 불안감 조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지양하되, 전쟁의 확대·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응책을 세워둘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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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공급망분석팀 연구원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제학, 수학, 통계학을 공부했으며 2020년부터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GVC산업분석TF를 거쳐 현재 공급망분석팀에서 연구 중이다. 주요 연구로는 <주요 원자재 공급 구조 분석 및 가격 상승의 영향>,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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