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의 등장
스마트시티의 등장은 제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제2차 산업혁명의 공간은 1900년대 초 발생했으며 대량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시 공간 역시 물리 공간상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도록 수평적으로 압축되고 수직적으로도 높은 빌딩들이 등장했다. 도시는 수직 건물들로 가득 차고 인구가 밀집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면서 도시인구 역시 급격하게 증가한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50년 이후 시작되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촉발되었다. 제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가상공간을 통해 수많은 관계가 형성되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가상공간은 물리적 공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물리적거리와 시간적 제약조차 없는 공간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공간이며 이러한 공간은 스마트시티의 공간이기도 하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공간의 물리적 자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인터넷 공간상의 시간·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장소다. 세계 각국 및 도시들은 스마트시티의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기후 중립과 스마트시티화 목표
유럽은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며 초기부터 스마트시티를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명시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마트시티 전략을 마련했다. 스마트시티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유럽연합EU 내 유럽집행위원회EC, European Council 중심으로 2012년 7월 ‘스마트시티 및 커뮤니티 혁신 파트너십EIP-SCC, European Innovation Partnership on Smart Cities and Communities’을 출범시키면서부터다. EIP-SCC는 2013년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Strategic Implementation Plan’을 발표했으며 이 전략에서는 ① 지속가능한 도시이동성, ② 지속가능한 지역개발 환경, ③ 에너지·ICT·운송 인프라 및 프로세스 통합으로 설정했다.
“다양한 기술이 도시 공간에
접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외적 요소의 중요성을 명시함으로써 스마트시티 추진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
특히 첨단기술로 도배된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기술이 도시 공간에 접목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외적 요소의 중요성을 명시함으로써 스마트시티 추진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전 세계 스마트시티 정책에 미친 영향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EIP-SCC는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마트시티 실증 사업을 유럽 내 도시들에서 시행했으며 2022년에는 기존 추진 전략을 연계해 기후 중립-스마트시티 달성 위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기후 중립-스마트시티 실행계획은 이전 계획보다 더욱 야심차게 진행되어 2030년까지 적어도 유럽의 100개 도시를 기후 중립-스마트시티화하고 2050년까지는 100개 도시를 모델로 유럽 내 모든 도시를 기후 중립-스마트시티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중국: 도시문제 해결 및 내수 진작을 위한 성장 동력
중국의 스마트시티 정책은 과거 30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 및 내수 진작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스마트시티에 대한 투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그 영향력이 크다. 현재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국의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도시의 개수는 약 700개에서 800개로 특히, 첨단기술을 통한 도시문제의 해결과 이를 통한 첨단산업의 발전을 달성하고자 한다. 따라서 중국 스마트시티는 AI 및 도시 내 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랫폼인 ‘시티브레인’, 안면 인식을 통한 지불 방식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정보 활용 제한으로 추진이 어려운 분야까지 첨단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기술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화웨이 등 글로벌 첨단기업들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스마트시티와 기업 모두 기술적 성과를 축적할 수 있었다. 다만, 첨단기술 성장의 이면에는 선진국보다 덜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향후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알리바바, 화웨이 등 글로벌 첨단기업들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스마트시티와 기업 모두 기술적 성과를 축적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 강력한 부처 간 거버넌스 도입·컨트롤타워 지정
싱가포르는 스마트시티 관련하여 글로벌 우수 도시 선정 시 항상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시티는 2014년 11월 리셴룽 총리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문제 해결 및 효율적 도시 운영을 위한 스마트네이션 의제Smart Nation Initiative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싱가포르 스마트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융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총리실 직속의 스마트네이션 디지털 정부 지원그룹SNDGG을 설치해 스마트시티 관련 모든 사항을 일원화했다는 점이다. 강력한 부처 간 거버넌스 도입 및 컨트롤타워를 지정함으로 효율적이고 빠른 스마트시티 추진이 가능했고 이는 글로벌 스마트시티 우수 도시에 매년 선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도 첨단기술을 수단으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는데 센서 정보 및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국가센서플랫폼을 구축해 신뢰성 높은 대중교통 구축, 공공보안 개선 등에 활용하며 스마트 주차장, 스마트 쓰레기통, 스마트 가로등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CODEX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재사용 가능한 공통 서비스의 활용 및 공통 도구, 표준 등을 채택해 시민들에게 더 나은 디지털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첨단기술을 수단으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는데 센서 정보 및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국가센서플랫폼을 구축해 신뢰성 높은 대중교통 구축, 공공보안 개선 등에 활용하며 스마트 주차장, 스마트 쓰레기통, 스마트 가로등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CODEX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재사용 가능한 공통 서비스의 활용 및 공통 도구, 표준 등을 채택해 시민들에게 더 나은 디지털 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융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총리실 직속의 스마트네이션 디지털 정부 지원그룹SNDGG을 설치해 스마트시티 관련 모든 사항을 일원화했다.”
일본: 주민 눈높이에서 지역 당면 과제 해결 위한 서비스
일본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필수적 도시 서비스의 지속적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의 입장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새로운 스마트시티 개념인 ‘슈퍼 시티’를 제시했다. 슈퍼 시티는 주민 편리성 향상을 목적으로 철저하게 주민의 눈높이에서 주민 합의를 통해 미래 사회 실현을 위한 첨단기술의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기술 중심이 아닌 주민 눈높이에서 지역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민들의 삶 속에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슈퍼 시티에서 추구하는 서비스는 모든 행정절차를 개인 단말기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마을 안전을 기술로 집중관리, 모든 의료 및 요양이 거주 공간에서 가능하며, 모든 주민·어린이에게 최첨단 교육 환경을 제공하거나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이동·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민들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행정,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슈퍼 시티는 주민 편리성 향상을 목적으로 철저하게 주민의 눈높이에서 주민 합의를 통해
미래 사회 실현을 위한 첨단기술의 안착을 도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의 원대한 비전 ‘네옴시티’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의 지시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의해 2016년 4월 사회문화·경제구조 개혁을 포괄하는 종합 개혁안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으며 그중 ‘네옴시티’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서쪽에 계획형 신도시 건설을 위해 총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 원)를 투입해 서울 면적의 44배 넓이 규모로 친환경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큰 포부인 네옴시티는 지나친 기술 낙관주의, 원주민 강제 이주, 천문학적 투자 비용 등의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친환경 스마트시티를 추진 중이다.”
도시문제 효율적 해결 위한 세계의 스마트시티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스마트시티는 대체로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수단,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대부분 도시가 추구하는 도시문제의 효율적 해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처럼 산업을 재편 하거나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그것이다. 스마트시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수단 역시 사용되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첨단기술의 적극적 활용, 유럽 및 일본과 같이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 유럽 및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표준화를 통한 지역 확산 가능성 확대 등의 다양한 수단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마트시티는 첨단기술로 도배된 미래도시가 아니라 도시문제의 효율적 해결, 기후 위기 대응 또는 새로운 산업 창출의 공간 등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정책 역시 앞서 살펴본 해외 각국 및 도시들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환경 속에서 스마트시티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재용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국가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국토연구원 스마트공간 연구센터장, 스마트녹색도시 연구센터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