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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기후변화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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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인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 수단으로 CCUS 기술을 추진해왔지만 관련 법이나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사업화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탄소중립의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CCUS는 과연 어떤 개념이고, 어떤 기술이 활용될까요.

CCUS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지구온난화가 걱정을 넘어 공포로 바뀌는 양상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최근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지구 온도가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1.1℃ 높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5년 전보다 20% 상승했습니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온난화를 막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공기는 산소와 질소, 이산화탄소, 아르곤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중 질소 78%, 산소 21%, 이산화탄소가 0.004%를 차지합니다. 두 개의 서로 같은 원자로 이뤄진 질소N2나 산소O2, 0.93%를 차지하는 아르곤Ar 같은 단원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습니다. 반면 서로 다른 세 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O2, 프레온CFC 등은 적외선을 붙잡는 능력이 있어 온난화를 일으킵니다. 공기 중의 약 0.04%에 불과한 이들을 온실가스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6%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물질입니다. 이산화탄소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 한 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기온이 100℃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효과를 냅니다. 게다가 공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머뭅니다.

2015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온도 증가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각 국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현재 배출된 탄소도 제거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해줄 일꾼이 바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입니다.

CCUS는 구체적으로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땅속이나 해양에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과 포집한 탄소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로 나뉩니다.

먼저 등장한 기술은 CCS입니다. 하지만 모든 탄소를 저장하기에는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가 제한적이었고, 지진 등의 이유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했죠. 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탄소 저장만이 아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CCU가 등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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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에서 탄소만 분리해 포집·압축
그렇다면 CCUS는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모으고, 저장하고, 활용할까요? 먼저 포집은 연소 전, 연소 중, 연소 후 ‘포집의 3단계’로 이뤄집니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연소 후 포집’입니다. 발전소, 제철소, 제조사 등 대규모 산업 공정 시설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에서 흡착제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합니다.

특히 연소 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서 없애는 ‘직접 탄소 포집DAC, Direct Air Capture’이 대표적인 기술입니다. DAC 기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거대한 팬fan(선풍기)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공기 중 이산화탄소만을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 포집·압축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공기 속의 0.004%라는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선별해 포집하는 기술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DAC 기술의 핵심인 거대한 팬에는 이산화탄소와 잘 결합하는 ‘아민’ 성분의 흡착제를 바른 필터가 장착돼 있습니다. 이 필터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만을 빨아들이고,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농축(압축)한 후 저장소로 보냅니다. 이산화탄소를 걸러낸 공기는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포집한 탄소, 땅속·바다에 저장하거나 재활용
포집·압축된 이산화탄소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재활용됩니다. 광물화 기술을 활용해 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전환한 후 콘크리트 등의 친환경 건축자재의 원료로 사용합니다. 화학 기술을 통해 경질탄산칼슘PCC으로 전환, 제지 생산 공정의 도포제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도 활용합니다. 또 탄산음료나 합성 항공유(연료)와 같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도 쓰입니다. 이러한 쓰임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법입니다.

한편 활용이 어려운 이산화탄소, 남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깊은 지하나 해저에 안전하게 저장합니다.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을 이용해 고갈된 유전·가스전 등 지하 800m 이상의 땅속이나 바닷속에 주입하거나 저장합니다.

이산화탄소가 주로 저장되는 지층은 퇴적된 암석 입자와 유기물, 그리고 암석이 퇴적된 이후에 생성된 광물 입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러한 퇴적층 속 입자나 광물 사이의 빈 공간은 물이나 가스 등의 유체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곳에 이산화탄소가 주입되면 공간 속의 유체를 바꾸거나 화학적으로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저장됩니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녹거나 광물화됩니다.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은 CCUS를 통해 포집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반면 기후 환경 진영에서는 탄소를 재활용할 경우 또다시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 없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CCUS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IEA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CCUS 기술 기여도를 총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8% 수준으로 제시했고, IPCC도 2100년까지 최대 1조2180억 톤의 탄소를 CCUS로 처리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CCUS 기술과 산업의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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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관계부처 합동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기술혁신 로드맵❯, 2021
CCUS법 통해 지원사격 나선 나라들
현재 CCUS 기술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 연구 분석 플랫폼인 ‘홀론 아이큐Holon Iq’는 전 세계 탄소 기술 시장이 2021년과 비교해 2022년 300% 성장했고, 그중 절반이 CCUS 기술 관련 기업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IndustryARC는 2026년 전 세계 CCUS 시장 규모가 253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CCUS 산업의 주도권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CCUS 기술과 탄소중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거해 2022년부터 탄소 포집을 통한 감축 기업에 톤당 최대 85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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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US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R&D 투자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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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관계부처 합동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기술혁신 로드맵❯, 2021
EU는 지난해 3월 발표한「탄소중립 산업법」에서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로 지정하고 인허가를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호주도 2020년 「CCUS 통합법」을 제정해 배출권 수익을 보장하고, CCS 사업에 2억700만 호주 달러를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CCUS에 관한 법률」(CCUS법)이 통과되고, 2월 6일에 공포되어 2025년 2월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와 운영에 관한 절차가 체계적으로 규정되면서 저장사업 인허가 절차 역시 명확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공간이 부족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CCUS법은 수송과 저장의 정의를 국내외로 명시하고, 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CCUS 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와 공동연구 지원, 사업자에 대한 금융 지원 등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CCUS 기술을 통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103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90만 톤을 더 감축하겠다고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CCUS법이 시행되면 우리 기업의 CCUS 사업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협정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계획처럼 순탄하게만 흘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시각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한국의 산업계에서도 비용, 시간, 능력 등을 이유로 ‘2050 탄소중립’의 목표가 무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본래 반응성이 낮은 이산화탄소를 포획・저장 또는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더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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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청소년 과학 잡지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 <조선일보>, <주간조선>, <시사저널> 등의 매체에 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지구의 마지막 1분> 등이 있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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