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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산업 발전에 핵심이 되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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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에서 탄소중립으로 대응 방향을 수정했다. 탄소중립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또는 제거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양과 흡수·제거되는 양이 상쇄되어 균형을 이루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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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법제화 흐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1992년 채택 당시, 대기 중 인위적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감축하는 것을 협약 목표로 설정했다.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실질적인 목표가 약속됐다. 교토의정서의 시한이 끝나고, 이를 대신할 국제 합의가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진행되며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도출됐다. 당사국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이를 1.5℃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온실가스의 인위적인 배출과 흡수원에 의한 제거 간의 균형을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과 제거 간의 균형을 의미하는 ‘탄소중립’ 개념이 국제 협정에 공식적으로 등장하며 전 세계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목표 설정과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1년 전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2021년 9월「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된 후, 2022년 3월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의 배출량과 비교해 35% 이상 감축한다는 중장기 감축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국가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있으며, 2024년 3월 현재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는 모두 31개국에 이른다. 이는 UNFCCC 198개 회원국 중 약 16%를 차지하는 수치다.
탄소중립 정책, 산업 경쟁력 선점의 도구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국가 차원에서 높아지고,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점은 고무적이다. 글로벌 복합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기후위기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전 지구적 행동이 뒤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앞서 주요국이 발표한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 국민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최근 주요국에서 펼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특징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국의 산업 발전 및 경쟁력 선점을 위한 정책으로서 ‘융합적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이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증진 기술뿐만 아니라 전기차 확대에 따른 이차전지 개발과 보급,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탄소발자국 감소 등 첨단 기술 및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탄소중립을 전면에 내세운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추세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EU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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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린딜은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패키지다. 온실가스,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식품, 생태계, 오염 등 사회 전 분야의 정책과
전략을 제시할 뿐 아니라 법의 제정과 개정까지 포함한다.
사진은 2020년 9월 17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그린딜 기자회견장의 EU에너지 담당 집행위원 카드리 심슨Kadri Simson
탄소중립산업법 통해 청정산업 경쟁력 제고 나선 EU
EU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법적 체계 확립 등 글로벌 탄소중립 선언과 추진을 선도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12월, EU 전체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체계를 구성하고자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EU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며 그 일환으로 2021년 6월「유럽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을 제정했다. 이 과정에서 EU는 탄소중립을 산업통상 정책의 핵심 의제로 선정했다. 즉, 탄소중립과 관련해 EU 역내 공급망 안보와 회복력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시도를 추진한 것이다. 2023년 2월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그린딜산업계획GDIP, Green Deal Industrial Plan과 이 계획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2023년 3월에 초안을 발표한「탄소중립산업법NZIA, Net-Zero Industry Act」이 탄소중립을 산업통상 정책의 핵심으로 고려한 EU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GDIP는 자국 내에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확대하려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청정기술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규제 간소화’, ‘자금조달 촉진’, ‘기술 역량 강화’, ‘국제 협력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라는 4가지 수단을 제안했다. 특히 규제 간소화를 실현하기 위해 NZIA를 제안했다.

NZIA는 EU 내 청정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탄소중립 제조업 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즉, 탄소중립 기술이 신속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개선하고 풍력 및 태양에너지, 히트펌프, 청정수소 등 중요한 기술의 제조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 수요의 40% 이상을 EU 내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제조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 전략 프로젝트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투자 여건 개선,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확대, 탄소중립 기술 역량 및 혁신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법안은 EU 집행위 초안이 발표(2023년 3월)된 후 2024년 2월 EU 입법기관 간 잠정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조만간 효력이 발생할 전망이다. NZIA 잠정 합의 이외에도 2024년 2월 EU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재정의하는 ‘2040 기후목표2040 climate target’와 ‘산업탄소관리전략’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을 향한 일관된 정책 기조를 명시했다.

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것만큼 제거하거나 저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EU는 인위적으로 발생된 탄소의 제거를 인증하기 위한 EU 차원의「탄소 제거 인증에 관한 규정」(탄소 제거 인증제)을 2022년 11월에 제안했다. 2024년 2월, EU 입법기관 간 협상이 타결되어 조만간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자연기반해법(산림, 토양, 혁신적 농업 관행의 복원 등), 기술(탄소 포집 및 저장 등), 내구성이 강한 제품 및 재료(목재 기반 건설 등) 등의 탄소 제거 및 저장 방법이 EU의 단일화된 틀에 의해 인증 및 보상받는다. 인증을 위해서는 탄소 제거의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고 기존 관행 대비 추가적인 기후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누출을 막아야 한다. 탄소 제거 인증제는 탄소 제거 활동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의 그린워싱도 최소화해 시장 투명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IRA로 자국 내 생산 산업에 세금 혜택
미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워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2년 8월 7400억 달러 규모의「인플레이션감축법 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발효했다. IRA는 국가 세수를 늘려서 기후변화 대응, 기후·에너지 분야 투자, 의료보험 확대 등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변화 대책이 포함된 법이다. 이는 청정에너지와 청정차량 세액공제를 통해 자국 내 첨단산업의 육성을 지원하려는 탄소중립 산업정책의 대표적인 예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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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발효된 IRA에 따라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하는 제네시스 G70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의 준공을 2024년 이내로 단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조항은 ‘청정차량 세액공제에 관한 조항’이다. 표면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지만 실상은 자국에 유리한 다양한 세액공제 조건을 설정해 청정차량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매자는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핵심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배터리, 또는 북미에서 재활용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는 배터리 부품 가치의 일정 비율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조항도 미국에서 생산된 청정에너지 중간재에 대해 세액공제를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자국 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보호무역 조치이다.

IRA는 온실가스 감축과 청정에너지 투자라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강한 보호주의적 성격으로 다양한 통상 분쟁 여지를 남겼다.
탄소중립 정책 시대, 우리 산업을 위한 노력
이처럼 ‘탄소중립 달성’을 내세운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와 산업정책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 정부와 국회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한 이후에「탄소중립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발의,「조세특례제한법」일부 개정 등 다양한 법적 틀 안에서 국내 탄소중립과 산업 지원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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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국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
국제 세미나를 통해 정부와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한 혁신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이미 발생한 온실가스를 제거해 탄소중립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기술개발과 산업 육성도 진행 중이다. 온실가스 제거를 위한 대표적 기술로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이 각광받고 있으며, CCUS 기술과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CCUS법)이 2024년 2월에 제정되어 2025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CCUS법은 이산화탄소 저장소의 발굴 및 후보지 선정, CCUS 집적화단지 지정, 지원 및 평가 근거, 공급 특례, 인증, 전문기업 확인, 실증사업 특례 등 다양한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제조업과 수출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던 우리나라는 철강, 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2023년 2월,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전략’에서 철강산업 녹색 전환 촉진 세부 방안으로 철스크랩(고철)의 효과적 활용,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상용화를 제안했다. 또 국내 제조업 생산의 2/3,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국내 산업단지의 녹색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화를 통한 에너지 이용 효율화와 저탄소 에너지 공급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산업 경쟁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녹색 전환을 이룰 것인가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23년 9월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산업계
협력방안 마련 정책토론회’.
EU 및 미국의 탄소세로부터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필요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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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산업계 협력방안 마련 정책토론회’. EU 및 미국의 탄소세로부터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필요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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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영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글로벌산업실 실장
지속가능발전, 개발협력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 민간전문가단, 환경부 한·EU, 한·영 FTA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국내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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