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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회·세포 단위 치료 가능한
BNCT로 암 정복 나선다

차세대 입자방사선 치료 기술 ‘붕소중성자포획치료’ R&D 중인
다원메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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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6세)까지 생존할 경우 38.1%의 확률로 암의 위험에 노출된다. 남자는 5명 중 2명(39.1%), 여자는 3명 중 1명(36%)에게서 암이 발병한다는 전망이다. 100세 시대의 진정한 행복은 질병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닐까. 다원메닥스의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연구는 그 고민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단 1회, 세포 단위 조사照射로 미세암 및 침윤성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임상 결과 도출에 이르렀다.

word 김아름 photo 서범세, 다원메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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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가속기 전경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R&D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Boron Neutron Capture Therapy 는 암세포에만 흡수되는 붕소의약품을 체내에 투여한 후, 약물과 반응하는 중성자를 조사하는 이원 치료 시스템이다. 암세포 내 붕소가 중성자를 사로잡는 과정에서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며, 암세포 자체가 사멸된다. 다른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정상 세포에 미치는 손상 정도가 적고, 단 1회로 치료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암 치료법으로 불린다.
붕소중성자포획치료 메커니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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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내 붕소의약품 투여
인체로 주입된 붕소의약품은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과발현된 LAT1 수송체를
통해 암세포 내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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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성자 조사
중성자 조사장치를 이용해 치료용으로
적합한 낮은 에너지의 중성자를
병변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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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성자와 붕소 반응
암세포 내 붕소가 중성자를 포획하면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고 고에너지의
2차 입자들(리튬, 알파 입자)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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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암세포 사멸
2차 입자들은 세포거리 단위(10μm)로
이동. 정상세포의 파괴를 최소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
다원메닥스가 BNCT 연구개발을 시작한 때는 2015년 무렵. 모기업인 ‘다원시스’가 일본 쓰쿠바대학교University of Tsukuba에서 진행되던 BNCT 과제에 전원장치를 공급하게 되면서부터다. 당시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최소 침습으로 변화하던 시기로, 비침습적이며 세포 단위 치료가 가능한 BNCT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다원시스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BNCT 기술의 성장에 발맞추어 시작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과제에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국내 기술·국산 소부장으로 구축한 종합 솔루션
BNCT는 방사선 치료 영역의 한 부분이다. 방사선은 치료선의 종류에 따라 ‘광자선’과 ‘입자선’으로 구분한다. 광자선의 대표적인 예는 X선, 입자선에는 양성자선과 탄소이온선이 있다. BNCT 역시 입자선 분야에 속하지만, 중성자 발생장치를 통해 양성자를 중성자선으로 변환시켜 사용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입자선 사용 전 체내 의약품을 투여한다는 점에도 차이가 있다.

BNCT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치료계획시스템TPS’, ‘붕소의약품’및 ‘고효율의 중성자선’이 필수적이다. BNCT 자체가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구동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최적화된 종합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다원메닥스의 강점 역시 ‘종합 솔루션’에 있다. 경쟁사 대부분이 종합 솔루션의 ‘분업화’를 택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TPS 개발을 맡기고, 제약사에 붕소의약품 연구를 맡기는 것이다. 반면 다원메닥스는 전체 솔루션을 기업 연구실 내부로 가지고 들어와 직접 연구에 돌입했다.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딜지 몰라도 가격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에 효과적이며, BNCT 종합 솔루션 전문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추게 된다는 장점이 컸다. 개발에 필요한 세부 기술과 소재·부품·장비 대부분이 국내 기술, 국산 제품인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선형 가속기 시스템으로 기술적·경제적 우월성 확보
현재 글로벌 BNCT 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일본의 스미토모 중공업. 2020년 3월 품목허가를 받고 일본 간사이 BNCT메디컬센터 내에서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없을까, R&D에 10여 년을 집중하기보다 기허가된 제품을 수입하는 편이 나은 선택은 아니었을까. 기자의 우려 섞인 질문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다원메닥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보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이지 세일즈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기허가된 제품은 원형 가속기를 쓰기 때문에 조사 후 잔류 방사선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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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자 조사장치에 사용되는 양성자 가속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원형 가속기Cyclotron와 선형 가속기LINAC, 그리고 정전형 가속기Electrostatic이다. 셋 중 중성자를 만들기에 가장 쉬운 방식은 원형이다. 원형 가속기는 양성자를 균일한 자기장 안에서 원 운동을 시켜 중성자로 만든다. 원리가 간단해 중성자 발생이 용이하지만 높은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잔류 방사선에 의한 방사화 위험이 크다. 반면 다원메닥스는 선형 가속기를 선택했다. 원형에 비해 중성자를 만들어내는 기술적 부담이 크지만 낮은 전압을 사용하는 덕분에 방사화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잔류 방사선량의 차이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동일한 시간 내 몇 명을 치료할 수 있느냐로 연결된다. 따라서 방사화 수준이 낮은 선형 가속기 기반 시스템이 경제적 우월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선형 가속기 기반 BNCT를 개발하고 있지만 다원메닥스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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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에 위치한 BNCT 중성자암치료연구센터에서 다원메닥스의 임상 실험이 진행중이다.
의료기기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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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세계 최초의 선형 가속기 기반 BNCT 종합 솔루션을 개발 중인 다원메닥스. 10여 년 R&D의 결실을 목전에 두고서도 의료기기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늘 처음 그 마음으로 연구실을 지킨다. 2021년 세계 최초로 ‘붕소중성자포획치료용 실시간 중성자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한 것도 R&D를 향한 진심 덕분이다. 해당 기술은 환자에게 조사되는 중성자의 정확한 선량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중성자의 선량을 간접적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중성자를 생성하는 타깃(리튬 및 베릴륨 등)의 상태에 따라 변화되는 중성자의 생성량을 파악하기 불가능했다. 따라서 중성자 생성 타깃의 상태가 변질됐을 경우, 조사되는 중성자의 양이 부족하거나 과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다원메닥스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신호처리 방법을 통해 양성자가 타깃에 충돌한 후 생성되는 중성자를 직접 측정해 양을 파악한다. 이 기술은 전 세계 BNCT 연구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를 거쳐 공식 사용을 허가받았다. 2024년 3월에는 핵과학과 방사선 물리학에 대한 연구를 다루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방사선 측정 Radiation Measuremets❯에 연구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최근 다원메닥스는 ‘실시간 붕소 농도 측정이 가능한 디지털 감마 영상시스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같은 용량이라도 환자마다 약물이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치료 최적화를 위한 기술개발에는 끝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원메닥스의 BNCT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이제 1년 6개월 남은 기간 동안 또 어떤 놀라운 성과로, 글로벌 BNCT 시장을 놀라게 만들까. 이를 통해 우리는 암 정복에 얼마나 더 가까워질지 자못 기대된다.
국내 기술, 국산 소부장이
글로벌 BNCT의 표준되도록
다원메닥스의 R&D 전략과 역량은 무엇인가?
다원메닥스는 2015년 9월 설립 이래 순수 국내 소재·부품·장비를 바탕으로 독자 기술을 구축해왔다. 또 BNCT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3대 요소 ‘치료계획시스템TPS, 붕소의약품, 중성자 조사장치’를 직접 개발했다. 종합 솔루션을 직접 우리 손으로 기획하고 제작했기 때문에 시스템 간의 연결성이 우수하고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앞으로는 각 구성 요소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R&D에서 제품 출시에 이르는 단계에 놓여 있다.
과정상 마주하는 어려움은 없는가?
의료기기 특성상 임상실험 환자 모집에 고충이 크다. 특히 BNCT는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어서인지, 실험자 모집이 한층 까다롭다. 기허가된 일본 스미토모의 경우, 수요자인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BNCT 기술개발을 의뢰했다. 그 덕분에 정부나 기업, 의료계 등의 지원이 다채로운 편이었는데 우리는 상황이 그렇지 못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의료기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BNCT 출시 후 의료 현장에 미칠 효과를 예측하자면?
BNCT 시스템 구축에 적지 않은 비용과 설치 면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금 먼 미래엔 분명 환영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암 치료는 첨단 기술과의 전쟁이고, 분야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 고도화가 여기저기에서 진행되고 있다.
BNCT가 속한 방사선 치료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개발 초기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향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우선은 목표한 기간 내 상용화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초기에는 기존 방사선 장비로 치료가 불가능한 방사선 저항성 암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점차 보편성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우리 기업이 선형 가속기 기반 BNCT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지만 북미와 일본,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이 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 국산 소부장이 글로벌 BNCT의 표준이 되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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