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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녹색성장의 현주소를 짚다
탄소중립 관련 주요 이슈와 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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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2023년 10월, 세계 주요국의 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술적 한계와 경제적 부담 때문이며 이는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그 위에 선 오늘을 들여다봤다.

  • ❶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의 약자로, 파리협정에 따라 참가국이 스스로 정하는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2030 NDC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이다.
대한민국 탄소중립 기본계획
2015년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 제4조 19항은 모든 당사국이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2023년 현재 LEDS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나라는 155개국에 달하며, 그 배출량을 합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에 가깝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UN에 탄소중립 의사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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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기후변화 체제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2023년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밝힌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순배출량은 4억3660만 톤으로 2018년 총배출량(7억2760만 톤) 대비 40% 감축된 양이다. 기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산업 부문 부담을 800만 톤 감축했고, 전환과 국제감축의 감축량을 각각 400만 톤 상향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30%에서 21.6%로 줄었고, 산업 부문의 감축량은 ‘2018년 대비 14.5% 감축’에서 11.4%로 3.1% 완화되었다. 건물 부문은 2030년 그린리모델링 160만 건과 제로 에너지 건축물 4만7000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송 부문은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를 2022년 43만 대(1.7%)에서 2030년 450만 대(16.6%)로 10배 이상(누적) 증가할 방침이다.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정부는 원료 수급,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를 완화했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에서는 “기존의 2030 NDC가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였다면, 이번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현실 가능한 범위로 정해진 것 같다.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비중을 축소한 것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반면 환경단체의 시선은 달랐다. 환경운동연합은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대해 “다배출 기업과 핵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감축 노력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U 국가의 높은 감축목표와 탄소세 도입 등 국제 동향을 고려하고,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산업 부문의 감축량이 상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녹색연합은 국가 온실가스 전체 배출에서 54%를 차지하는 산업계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지적했다. 기존 NDC에서도 낮은 수준인 산업계 목표를 더 낮추어 업계의 감축 책임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산업 부문 배출량 목표가 완화된 것은 아쉬운 측면이없지 않다. 하지만 산업 부문은 공정 설계, 제작, 설치, 운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득이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럽연합 외에서 생산해 수입되는 제품에 탄소 가격을 적용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산업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CF연합의 출범과 COP28 합의
2023년 10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LG화학, 한화솔루션,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 등 14개 기업 및 기관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무탄소에너지연합(CF연합)이 창립됐다. CF연합은 현존하는 모든 이행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기술(재생에너지, 원전, 청정수소, CCUS, 바이오에너지원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CF연합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지난 2023년 11~12월에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에 무탄소 및 저탄소 기술개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CF연합의 출범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CF연합은 ‘24시간 일주일 무탄소 전력 이용’을 원칙으로 하는 CF100과 차이가 있다. 정부가 원전 비중을 2030년 3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CF연합이 원전을 진흥하기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CF연합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다. 또한 CF연합이 국제 이니셔티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가와 국제적 기업을 참여시켜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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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일 두바이에서 COP28이 진행되는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선 기후 시위가 펼쳐졌다.
한편 COP28은 ‘화석연료 종식 시대의 개시beginning of the end of the fossil fuel era’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COP28은 과거 COP 중 가장 강력한 8개 항의 에너지 패키지에 합의했는데, 그중에는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Phase-down’이 포함되어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석탄화력발전기는 58기가 가동 중이며, 3기가 건설 중이다. 2021년 말 기준 석탄발전의 발전량 비중은 2010년대 40% 이상에서 최근 30% 중후반으로 감소했으나, 발전량 기준으로는 국내 제1위 발전원이다. 석탄발전의 단기적인 조기 퇴출은 어렵지만, 신규 건설을 억제하고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는 2027년부터 암모니아 혼소 실증 운전을 시행할 계획이고,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암모니아 전소 발전으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❷ Carbon Free Alliance.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 CCUS 등 무탄소 에너지의 활용과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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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 목소리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21.6%라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한국의 국가적 위상에 반할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반하는 목표”라고 비판했다.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제 비영리재단 클라이밋그룹은 “한국을 다른 선진국보다 뒤처지게 할 위험이 있다”라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유휴부지 활용 등 실현 가능한 수단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40%까지 상향해야 한다”며 “전력뿐만 아니라 교통, 산업, 건물 등의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 마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 역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에너지 수요와 소비 감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에너지 다소비 계층·지역·기업을 대상으로 수요감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조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EU는 2023년 9월 본회의에서 2030년까지 EU 역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당초 32%에서 42.5%로 높이기로 확정했다. 유럽 주요 국가의 재생 전력 비중은 2020년 기준 독일 46.7%, 영국 45.2%, 이탈리아 42.9% 등이며, 일본(21.7%)과 중국(28.6%)도 우리나라(6.3%)에 비해 훨씬 높은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 3배 증대, 에너지 효율성 2배 개선” 서약에 참여했기에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우리나라는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cheme’를 도입해 현재 제3차 계획기간이 진행되고 있다. 배출권 거래량은 322만~1469만 톤으로 변화가 크고 배출권 가격도 3만4155원에서 계속 하락해 2024년 1월 현재 8200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감축목표가 상향되면서 주요 배출권 가격이 EU 8만9414원, 영국 5만8724원, 캘리포니아 5만1534원으로 급격히 인상되어 우리나라 배출권보다 5~11배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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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를 통해 기업들은 스스로 온실가스를 추가적으로 감축하는 비용과 배출권 가격을 비교해 저렴한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의온실가스감축목표는 상당 수준 강화됐지만 배출권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온실가스감축목표가 크게 상향되었지만, 배출권 수요와 가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하락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 하락으로 참여 업체들은 온실가스 감축 설비 및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인 배출권 이월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에너지·탄소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독립적인 시장감독기구 설립과 정부 재량권을 투명화하고 최소화해 시장 유동성 및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대표적 토지 규제인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생태계가 인간 행위로 발생하는 탄소의 50% 이상을 흡수하므로, 생태계 보전을 통해 탄소를 장기간 축적할 수 있는 생태계 보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도 기후위기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 대규모 사업과 탄소흡수원이나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그린벨트를 포함한 보호지역의 개발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훼손된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복원 가능성이 없는 곳을 우선해야 하며, 수소충전소를 비롯해 공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해제해야 한다. 케이블카의 경우, 지역 경제효과와 이로 인한 탄소 저장능력의 감소를 균형적으로 검토해 설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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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청년기후환경단체 회원들이 탄소를
상징하는 대형 풍선을 짊어지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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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인 해는 국가 위기 상황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해 뿐이었다. 10~20년을 내다보는 탄탄한 정책만이 온실가스로부터의 위기를 끝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줄인 해는 1998년, 2019년, 2020년 3개년에 불과하다. 각각 IMF에 따른 국가부도 상황,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LNG 발전량 증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핵심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정책은 10~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정책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약 14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기술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신에너지인 ‘수소’로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조속히 개발해야 한다. 또 다른 기후테크인 CCUS의 경우, 대규모 실증사업 추진이 필요하며 국내외 저장소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균형 있는 전원 믹스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일정 부분 원전에 의한 전기 생산이 불가피하다면,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구체적인 탄소중립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능은 기본적으로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 있다. 탄소중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 지자체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기구에서 각 부처, 각 부문의 탄소중립 대책 이행을 평가해 잘된 경우에는 모델 케이스로 삼아 전파하고, 이행 결과가 미흡할 경우에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의 꿈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탄소중립’은 국가적 어젠다이며,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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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3일 서울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제5차 전체회의.
위원회는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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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한국기후환경원 원장, APEC기후센터 이사장, 지자체 탄소중립위원장, IPCC 주저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장,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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