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R&Dism>잡인사이드
탄탄한 공학 기반의
드론 개발이 필요한 시점
이기성 (주)네스앤텍 대표
박향아 사진 김기남

이기성 대표가 개발한 무인항공기에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이 담겨 있다.
막연한 꿈은 치열한 연구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현실이 되고, 평생의 숙명이 됐다.
더 쉽고 빠르게 드론을 만들어내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도, 탄탄한 기술을 토대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무인항공기 전문가 이기성 ㈜네스앤텍 대표를 만났다.

네스앤텍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네스앤텍은 20년 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항법장치, 항공기 제어 시스템, 영상 안정화 등 무인항공기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입니다. 공장 무인화 시스템 역시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업 분야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인화 기술을 연구하고 이 기술로 만들어지는 토털 솔루션을 수요처에 제공하는 일. 그 일을 선도적으로 해나가는 기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네스앤텍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드론 사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요. 무인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다들 그렇듯, 어린 시절 저도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파일럿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요. 1990년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자마자 모형 비행기를 구매했어요. 당시만 해도 모형 비행기는 두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투자해야 할 만큼 고가여서 학생 신분으로는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1년 정도 지나자 여러 대의 모형 비행기와 헬리콥터가 제 방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회사에서도 자동화 시스템 개발을 통해 공정을 무인화하는 업무를 담당했으니 ‘비행기쯤이야! 자동으로 날게 해볼까’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죠. 전공과 취미, 그러니까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일치가 무인항공기 개발 분야에 심취하게 된 시작점이 됐습니다.
국방 분야에 특화된 드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상용 드론과 군용 드론이 성능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군용 드론 개발에 있어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지요. 정보보안 측면에서는 해킹 및 적지 추락 시 보호 기능이, 정밀성 측면에서는 표적 좌표 정밀 취득을 위한 좌표 계산 기술이, 신뢰성 측면에서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무결성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조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정보보안, 정밀성,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이러한 원천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자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무인기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개발과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독도 왕복 비행’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연구하던 시기였죠. 비행 제어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지만, 항법 기술이 부족해 실패를 거듭하던 때였어요. 2006년 한 해에만 6대의 개발용 무인기가 추락했으니까요. 그 후 2년이 지난 2008년 4월 21일 과학의날 우리 충남대 연구팀이 울진 앞바다에 모였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비행 제어, 항법 시스템, 지상통제장비를 검증하기 위한 독도 왕복 비행에 도전하기 위해서였죠. 우리 무인기가 이륙하고 2시간 반이 흐른 후 독도경비대로부터 도착 확인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출발한 지 4시간 반이 흐른 후 육지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보였을 때, 그때의 하늘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의 비행기는 ‘우리나라 최초로 장거리 비행에 성공한 무인기’로 국립항공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론 기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의 드론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참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20년 전만 해도 무인기를 연구하던 산업계, 학계, 연구소 연구원들은 우리나라의 무인기 수준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육군의 군단급 무인기 후속 사업이 사라지면서 무인기 연구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기술과 산업의 성장 속도도 점차 느려졌지요. 한 나라의 기술개발 정책은 경제·국방 논리도 있겠지만, 이전의 성과를 디딤돌 삼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라는 것은 자료로도 남지만 결국 사람입니다. 연구자들이 쌓아온 다년간의 노하우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며, 이러한 요소가 모였을 때 기술의 향상, 더 나아가 산업의 발전도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s7_2_1.jpg
드론 전문가가 되려면 공학을 먼저 공부하라고 이기성 대표는 말한다.
드론에 들어가는 기술들은 기계·전기·전자·구조·항공·재료공학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드론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분야인데요. 드론이 미래 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나가야 할까요?
자동차 같은 것 아닐까요? 과거에는 자동차가 특별한 소수의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자동차를 구입하고 사용합니다. 무인기 산업도 비슷합니다. 요즘은 공학적 기술이 없는 사람이나 회사도 드론 제작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만큼 드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되고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이미 드론과 관련해 R&D 사업, 교육산업, 제조와 서비스 분야 등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났습니다. 앞으로는 드론과 접목될 수 있는 융합 가능한 요소기술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무인기를 토대로 한 산업의 확장이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요한 것은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과 의식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도심항공교통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까요?
흔히 에어 택시, 드론 택시로 불리는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은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체를 이용한 도심 내 항공 이동 서비스입니다. UAM의 시작은 드론을 통한 화물 운송, 드론 택배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미 2022년 국내 한 업체에서 경기도 가평에 편의점 드론 배송 센터를 오픈하고, 인근 펜션 20곳에 편의점 물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포천시에서도 주요 관광지와 물류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 시범을 도입했고요. 소형 드론을 이용해 승객을 목적지까지 수송하는 에어 택시, 드론 택시의 상용화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2023년 드론 택시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고, 항공법 등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드론 택시 외에도 더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까요?
일단 재난 구호에 드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해 재난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구조대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죠. 자연재해 등으로 차량의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호물자를 재난 현장에 전달할 수도 있고요. 농업 분야에는 이미 드론의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는데요. 단순히 농약과 비료를 살포하는 것을 넘어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모니터링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건설 현장이나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안전을 점검하고 작업 진행 상황의 확인, 재료 운반 등에 드론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요. 관련 규정과 법적 규제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질 때 더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론은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입니다. 드론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우선적으로 학습하고 준비하면 좋을까요? 드론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예전의 학생들은 무인기를 날리기 위해 관련 공학을 연구했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드론 관련 학교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픈소스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드론 전문가로 산업 현장에 들어오게 됩니다. 드론 내부의 공학적 수식을 공부하는 게 아닌 조립과 조종 방법, 파라미터 설정법과 같이 사용하면서 축적되는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전문가가 되는 현실이 다소 안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드론 전문가를 꿈꾼다면 정통 공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론에 들어가는 기술들은 기계·전기·전자·구조·항공·재료공학이 기본이 됩니다. 드론 사용법이나 조립법을 배우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드론 분야의 기본이 되는 공학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론 전문가가 되려면 공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s7_2_2.jpg
이기성 ㈜네스앤텍 대표
이기성 ㈜네스앤텍 대표는 누구
모형 항공기 조종을 취미로 하던 대기업 연구원 출신 늦깎이 공학도는 불모지와 같았던 무인항공기(드론)가 미래 국방산업의 주축이 되리라 판단하고, 2010년 네스앤텍을 설립했다. 공장자동화 엔지니어로 18여 년간 근무하며 쌓아온 자동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2008년 국내 소형 무인항공기 역사상 최초로 울진-독도 간 장거리 비행에 성공했다. 2016년 육군 대대급 무인기 영상 짐벌 공급을 시작으로 2018년부터 공공조달 사업화를 통해 민수용과 군수용 드론을 다수 공급·운용하며, 무인항공기 산업 발전에 공헌했다. 이에 공공조달혁신(국무총리) 및 로봇산업 발전 유공자(산업통상자원부), 무인이동체 혁신적 원천기술개발(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위산업 발전 표창(국방기술진흥연구소)을 수상했다.
s7_2_3.jpg
12월호 잡 인사이드에는
똑소리단 김경은, 김대영, 김동민, 김동찬, 김민호, 김영길, 김영석, 김태권, 류창흔, 문준아, 서동성, 서정수, 손상완,
심형훈, 안경은, 윤선희, 윤혜인, 이명열, 전준규, 정연화, 최군환, 함영일 님께서 참여해주셨습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