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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ilm&tech
미디어 속 수소자동차들
이경원 과학 칼럼니스트

연소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꿈의 에너지 수소. 우리가 매일 접하는 교통수단인 자동차에도 쓰일 수 있다.
미디어 속에서는 그 수소자동차를 어떻게 묘사했을까?

1978년 <마켓플레이스> 속 ‘H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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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소자동차의 꿈은 꽤 오래됐다. 무려 200여 년 전인 1807년 프랑수아 이자크 드 리바즈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첫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논의된 것은 관련 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되고 석유의 한계(부존량, 환경파괴, 일부 산유국의 자원 무기화 등)가 부각된 20세기 후반부터였다.

아마 수소자동차가 은막과 연을 맺은 최초의 사례 중 하나는 캐나다 CBC TV의 소비자 조사 프로그램인 <마켓플레이스>가 아닐까 싶다. 1972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방영되고 있는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1978년 쉐보레의 콘셉트카 ‘H2-4’를 선보였다. 그리고 드라이버로는 무려 유명 배우 잭 니콜슨이 나왔다.

H2-4는 내연기관 차량으로, 석유계 연료 대신 수소 연료를 사용하도록 개조되어 있었다. 잭 니콜슨은 방송에서 이 차량의 배기관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어 보였다. 차량의 배기관에서 물(수증기) 외에 다른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가 쓴 선글라스에 김이 서리자 누구나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됐다.
차량과는 직접 상관없는 얘기지만, 이 방송에서는 차량에 사용되는 수소 연료가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들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수소 연료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환경파괴 요소나 기존 에너지의 사용이 전혀 없는, 완벽한 수소경제를 구현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물론 이 차량이 나온 지 거의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전 세계가 그런 수소경제 시대로 진입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쉐보레의 다른 수소자동차들
쉐보레는 이 차량 이외에도 수소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1966년 세계 최초로 도로 주행 가능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일렉트로밴’을 만든 곳도 GM의 쉐보레다. 2005년에는 자사의 차량 ‘트래버스’를 기반으로 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콘셉트카 ‘시월’을 선보였다. 2016년에는 군용 수소연료전지 차량 '콜로라도 ZH2’를 만들어 미군의 테스트를 받았으며, 낮은 소음과 열 배출,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 능력과 물 생산 능력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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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포드 엣지 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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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007 살인번호>(원제 Dr. No)를 시작으로,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후속편이 꾸준히 나오는 장수 시리즈 <007>. 2008년작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수소자동차(?)도 출연한다.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이 차량들의 작중 설정이 좀 묘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악당 모리스 그린(마티유 아말릭 분)은 환경운동가라는 위장 신분으로 생활하면서 ‘포드 엣지 SEL’ 수소자동차를 여러 대 운용한다. 그러나 이 차량들은 실제로는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차들이었다. 영화 속 그린의 위장 및 그의 정체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수소자동차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포드사는 이 영화에 차량을 납품하면서 영화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자사의 수소자동차, ‘엣지 하이’ 시리즈(영화 속에 나오는 가짜 엣지 수소자동차와 같은 계열이라 외관도 비슷하다)를 적극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 차는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전기 플러그인 차량이었다. 기존 대부분의 수소연료전지 차량은 수소연료전지가 모터를 직접 돌린다. 수소연료전지는 전기를 장시간 일정한 속도로 방출하기에 적절하게 설계돼 있어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는 차량의 에너지원으로는 적절치 않다. 그래서 포드는 수소연료전지로 리튬전지를 충전하고, 이 리튬전지가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을 취했다. 차량의 운용 환경에 있어 리튬전지가 수소연료전지보다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제작사 발표에 따르면 이 차량의 연비는 리터당 17.4km였다.
BTS와 함께한 ‘넥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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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보이그룹 BTS는 좀 특별한 동영상을 찍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수소에너지 홍보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은 그해 2월 21일 미국 뉴욕의 메리어트 마퀴스 호텔의 전광판에 상영됐다.

그리고 이 동영상에는 BTS만큼이나 유명한 현대자동차의 수소자동차 ‘넥쏘’도 출연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상용 수소전기 SUV 넥쏘는 항속거리 609km, 복합 연비 93.7km/kg, 최고속도 시속 179km 등의 성능을 갖췄다. 출시된 해 유로 NCAP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유럽 자동차 안전 평가 프로그램)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3만7000여 대가 팔리며 수소차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

자동차는 우리 생활 속에 밀착된 문명의 이기다. 그런 문명의 이기가 공해물질의 배출원이라는 사실은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문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친환경적인 이동과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태어난 수소자동차가 있으니.
  • ❶ 항속거리: 연료나 배터리 등의 에너지원을 가득 채웠을 때 자력으로 최대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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