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Changing Tomorrow>R&D Project
물류 이송 로봇 기술의
무한 잠재력을 연구하다
산업현장이나 일상생활 환경에서 사용자를 추종하여 다양한 물품을 운반할 수 있는 사람 추종형 이송 로봇 개발
| ㈜트위니
김아름 사진 김기남

“준비된 행운이었죠That was luck founded by vision.” 이는 “엔비디아의 성공이 행운이었냐”는 물음에 대한 CEO 젠슨 황의 대답이다.
결국 미래를 보는 안목과 부단한 노력이 시대라는 기회를 만난 것일 터. 자율주행로봇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 트위니가 ‘잘따르고’ 기술개발에 도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s2_1_1.jpgs2_1_1-mo.jpg
현실을 위한 혁신적 기술 ‘나르고’
s2_1_2.jpg
트위니는 물류센터에서 활용하는 오더피킹Order Picking 로봇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오더피킹은 포장을 하기 전에 창고에서 물건을 찾아오는 작업이에요.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며 이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자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아마존의 자동화 물류센터 영상으로 이 개념이 유명해졌죠. 포장 담당자는 제자리에 있고, 로봇이 물건이 담긴 랙Rack을 가져오고 다시 가져가요. 효율이 굉장히 높아지겠죠. 근데 아마존의 기술은 통용되기가 어려워요. 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물류센터 자체를 자동화에 맞게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이죠.”

천홍석 대표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 물류센터 신축 비율은 평균 2~3%. 자동화를 구축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와 달리 트위니는 기존 물류센터의 실정에 맞는 기술을 연구했다. 바로 ‘나르고 오더피킹’이다. 나르고 오더피킹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오전 9시, 일과가 시작되면 한쪽에 정렬돼 있던 로봇들이 ‘각각의 임무’를 명령받고 물류센터 곳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저마다 옮겨야 할 물건 앞에 멈춰서 ‘삐삐삐’ 소리를 낸다. 해당 구역을 담당하는 직원은 그 신호를 듣고 로봇에게 향한다. 로봇 화면에 옮겨야 할 제품과 수량이 표시된다. 화면을 본 직원이 각 물건을 로봇 바구니에 담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로봇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 같은 작업을 반복한 뒤 포장 작업대로 물건을 나른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것, 하루 수십 수백 번 같은 길을 오가는 것 모두 로봇이 맡는다.

“GPS가 없는 실내 환경에서 로봇 스스로 자기 위치를 인식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나르고의 핵심 기술입니다. 단순히 장애물을 피하면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구현하기 어렵죠.”

나르고는 3D 라이다 센서 기반으로 주변을 인식한다. 유동 인구가 많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자기 위치를 인식,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위치 인식을 위한 별도의 마커(QR코드)나 추가적인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그뿐만 아니다. 로봇끼리 부딪치거나 교착되지 않도록 편대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모두 트위니의 자체 기술력이다.
다음 시대를 위한 미래형 기술 ‘잘따르고’
s2_1_3.jpg
2015년 설립해 10년이 채 되지 않은 트위니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기술’에 목을 맨 공학도의 고집과 호기심이 주효했다. 천 대표는 “세상에 없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며, “당장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기술이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들기도 하잖아요?”라며 반문한다.

그는 2020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수상하며 국내 로봇 분야의 입지전적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트위니는 기술 기반 기업이에요. 달리 말하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R&D를 병행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저희같이 규모가 작은 기업이 마음 편히 R&D를 할 수가 있나요. 정부 R&D 지원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실제 트위니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KEIT로부터 총 32억3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혁신적인 로봇 기술을 연구했다. 당시 진행했던 과제는 ‘잘따르고’라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트위니의 기존 기술들을 융합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사람을 따라다니는 ‘따르고’ 기술과 스스로 물건을 옮기는 ‘나르고’ 기술을 합쳐, 다양한 환경에서 사람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물류 이송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수요 기업 평가를 통해 일반 카트피킹 대비 12% 이상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지요.”

문제는 시장성이었다.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따라다니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은 극히 적었다. 이에 천 대표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큰 자율주행로봇 나르고의 기술 고도화에 전념했다. 그는 “‘잘따르고’는 시대를 앞선 기술”이라고 말한다. 자율주행로봇 시장이 이제 막 생겨난 만큼 언젠가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거라고 믿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s2_1_4.jpg
공장자동화와 딜리버리, 자율주행로봇의 새 방향성
최근 자율 제조의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장자동화를 위한 ‘나르고 팩토리’ 제품에 대해서도 물었다.

“표준화된 모델을 공급할 수 있는 물류센터와 달리 공장자동화는 커스터마이징이 필수입니다. 100곳에서 제품을 요청하면 각 공장에 맞게 100개의 로봇을 만들어야 할 정도죠. 이에 대비해 개발한 것이 바로 모듈형 로봇인 ‘나르고 팩토리’입니다.”

나르고 팩토리는 작업 환경별로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저상형 자율주행로봇으로, 로봇 팔, 컨베이어벨트, 리프트 부착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또한 별도의 인프라나 장치 없이 복잡한 공장 내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트위니의 다음 목표는 자율주행로봇 기술을 고도화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금 저희는 기 제작된 지도를 로봇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로봇의 주행을 위해 지도를 제작(매핑), 활용하고 있는데, 건물 밖 세상 전체를 그리려면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이미 제작된 지도를 활용하면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나르고가 물건을 잘 나르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겠네요.”

마지막 질문으로 ‘잘따르고 기술을 활용한 반려로봇 혹은 로봇집사의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트위니의 대표로서는 “시장성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공돌이’로서는 “언젠가 해보고 싶은 일”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자율주행로봇 분야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트위니의 연구실에서 또 어떤 기술이 탄생할지 자못 궁금하다.
Mini Interview
s2_1_5.jpg
천홍석 (주)트위니 대표
<테크 포커스> 독자들이 트위니의 자율주행로봇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가 있나?
제품 대부분이 물류업체나 공장 등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공공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머지않은 시기에 직접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KTX 역사, 공공기관 등에서 우선적으로 운영해볼 방침이다.
KEIT 과제를 진행하며 비용적인 부분 외에 도움을 받은 것이 있다면?
로봇이나 전자기기에 대한 안전성이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국제표준 안전 인증인 ‘ISO13482’가 필수적인데 우리 내부에는 전문가가 없었다. 방법을 찾던 끝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인증평가사업단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정부 R&D 사업을 진행해서인지 관련 절차가 훨씬 수월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로봇 기술은 인간의 일자리 대체 이슈를 수반하는 것 같다.
그렇다. 늘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지금 우리는 네 번째 산업혁명을 맞고 있다. 그사이 자동화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전체 고용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자동화는 사람이 하는 ‘고된’ 노동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 트위니 역시 자율주행로봇을 통해 물류센터와 택배회사에서 발생하는 ‘과로’ 문제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단순하고 힘든 일을 하며 시간과 체력을 쏟기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여유 있는 일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자율주행로봇 환경은 어떻고,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지?
지금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은 식당에서 쓰는 서빙 로봇이다. 그 외에 방역과 보안 등에서도 쓰이는데, 성장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물류 분야다. 물류업계는 인력난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3D산업으로 인식되어 젊은 층의 유입이 줄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람이 부족하다고 현장을 멈출 수도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아마 자율주행로봇은 그런 환경에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우리 회사가 물류센터용 ‘나르고 오더피킹’에 주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s2_1_6.jpg
(주)트위니
자율주행로봇 전문 기업으로, '사람의 수고를 덜고 여유를 더한다'를 모토로 삼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자율주행 물류 이송 로봇 ‘나르고’ 시리즈.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나르고 오더피킹(물류센터), 나르고 팩토리 (공장자동화), 나르고 딜리버리(고층 빌딩·생활 물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