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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olicy
AI와 ESG 시대의 R&D 정책
이슬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해외
세계 각국, 반도체 기술개발에 사활 건다
AI와 반도체 기술
올해 노벨상의 테마는 가히 인공지능AI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은 AI 기반의 머신러닝과 인공신경망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교수와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상했다. 이어 화학상의 영예는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는 AI 개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노벨상이 인류에 공헌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한다는 취지를 감안하면 AI가 그만큼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각국이 반도체 기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역시 AI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AI가 고도화될수록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높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므로 고성능 반도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AI가 특정 무기를 개선할 뿐 아니라 무기의 운용체계, 전쟁과 관련된 정책 결정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기술 패권은 곧 국력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실제 각국은 반도체 기술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에만 810억 달러(한화 약 11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 투입되고 있으며, 미국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 분야에 총 3800억 달러 규모의 지원 예산을 마련한 상태다.
반도체 기술개발에 전폭 지원
미국은 2022년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과시키고 인텔, TSMC, 삼성전자 등에 390억 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해 인건비 등 제조 비용을 낮춰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이 극히 취약해진 상태였다. 만약 전쟁 등 유사 상황이 벌어져 타국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을 하지 못하면 국내 산업도 무사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미국은 보조금 지급을 통해 다시금 자국 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첨단 기술을 견제하는 것 역시 미국의 또 다른 목표다.

유럽연합EU 역시 최근 463억 달러 규모의 지원 예산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360억 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EU는 인텔에 11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TSMC도 독일에 110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 역시 반도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1공장 투자비 1조3000억 엔(약 11조5000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4760억 엔을 지원하는 등 반도체를 경제 안보상 중요 물자로 규정하고, 3년간 반도체 관련 예산 총 4조 엔을 확보해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1990년대까지 세계 10위권 내 반도체 기업이 6개나 있었지만, 현재는 한 군데도 없다. 일본은 대규모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한국과 대만에 빼앗긴 영광을 다시 찾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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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연구개발 프로젝트 600개⋯ 2030년까지 추진
AI 적용 방법에 대한 고민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꼽힌 사람 중 한 명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인에게도 매우 익숙한 사람이다.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AI ‘알파고’의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왜 ‘화학상’ 수상자로 꼽혔을까? 바로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고 이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데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선 AI를 산업 현장의 연구개발R&D과 혁신 과정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AI를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수백 시간에 걸쳐 일일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AI는 축적된 데이터로 순식간에 가능성을 분석해줄 수 있다. 휴식이 필요 없는 로봇과 AI가 24시간 연속해서 자동으로 반복적인 실험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양한 추진 전략 발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월 ‘AI+R&DI’ 추진 전략을 발표하며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AI를 연구 설계와 실험 수행에 적용하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600개 추진하고, 203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신규 R&D 과제의 100%에 투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술혁신 소요 기간과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고, 사업화 매출을 40% 확대하는 한편, 정부 R&D에 참여하는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50% 경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특히 행정 업무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 AI 어시스턴트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AI가 사업계획서 초안 작성을 지원하고, 연구 데이터 관리-연구 노트 기록-결과 보고서 제출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제공한다. 연구비 증빙서류를 자동으로 검토·분류하고, 법률·규정·사례 정보 등을 24시간 챗봇 상담으로 제공한다.

한편 정부는 AI를 토대로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병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 세계에 흩어진 기술과 인재 등 혁신 자원을 AI를 통해 탐색하고 연결할 수 있는 테크-GPT 플랫폼을 구축한다. 특허 1억1000만 건, 논문 2억2000만 건 등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를 대형 언어 모델LLM로 학습시켜 2025년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는 실시간으로 인재와 기업 정보를 탐색하는 기능을 도입하고, 2027년부터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인재 정보를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정부는 100억 원, 민간은 61억 원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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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제3차 산업디지털전환 위원회에 참석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살펴보고 있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내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투자 적극 지원
철강, ESG 흐름에 발맞추다
철강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추세에 가장 발맞추기 어려운 산업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석탄을 주요 연료로 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감축이 매우 어려운 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제조업 부문에서 철강은 이산화탄소 배출 1위 산업 분야다. 다만 ESG 추세에 역행한다 해서 철강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철강은 기계뿐 아니라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 산업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반 산업이기 때문이다. 철강이야말로 우리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소재나 다름없는 셈이다.

따라서 ESG 흐름에 걸맞게 철강산업을 키우는 방안에 대해 각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고민 끝에 탄소배출이 없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해 지난 4월 시험설비 출선(철강 쇳물을 뽑아내는 일)에 성공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 환원을 위해 기존 환원제로 사용된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함으로써 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혁신 기술을 말한다. 철강 생산 과정은 크게 철광석에서 산소를 빼 순수 철로 만드는 ‘환원’과 형태를 변화시키기 위해 액체인 쇳물로 만드는 ‘용융’ 두 공정을 거친다. 전통적으로는 석탄을 이용하는 고로에서 환원과 용융을 동시에 진행한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환원과 용융 설비를 분리한다. 환원된 철강은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용융로ESF를 통해 쇳물이 된다. 수소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배출된다. 4개 환원로와 전기로를 결합한 방식을 사용하는 기업은 포스코가 전 세계 철강사 중 유일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생산비는 전통적 방식의 생산보다 30% 이상 비싸다. 아무리 탄소배출이 없다 하더라도 자동차·조선·가전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의 생산비가 높아지면 국가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R&D 등 정부 지원 확대
정부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에 2030년까지 73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을 올해 6조 원에서 내년 9조 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탄소중립 핵심 기술 R&D에 대한 재정 지원도 올해 2조 원에서 내년 2조2000억 원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영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및 설비 전환에 2050년까지 최소 2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현재까지 확정된 2023~2025년 정부 지원액은 269억 원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경쟁력 1위 유지와 탄소배출량 감축을 동시에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해 수소환원제철 원천 기술 확보 및 생산 설비의 전환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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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수소월드 특별전에서 선보인 수소환원제철 모형.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 환원을 위해 기존 환원제로 사용된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함으로써 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혁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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