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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ech>Interview 1
과학적 분석은
경기력 향상의 디딤돌
윤지유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메달리스트
박향아 사진 홍승진

“이전에는 감독님과 제가 직접 경기 영상을 보면서 상대 선수를 분석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는 상대 선수에 대한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적인 통계를 내고, 이를 토대로 공격과 수비 훈련을 진행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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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이 꿈을 향해 질주하는 뜨거운 축제의 현장.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윤지유 선수를 만났다. 축제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이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매진 중인 윤 선수. 그의 시선은 이미 2028 LA 패럴림픽을 향하고 있다.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2024년 9월 6일 탁구 여자 단식경기가 열린 프랑스 파리 아레나 경기장. 세트 스코어 0-2로 밀린 상황에서 기어이 2-2까지 따라잡은 윤지유 선수가 승자를 가릴 5세트에 나섰다. 치열한 듀스 접전이 이어진 끝에 전광판에 표시된 최종 스코어는 11:13. 세트 스코어 2:3으로 윤 선수는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그에게 이번 패럴림픽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큰 대회다. 탁구 여자 단식과 복식에서 각각 은메달을 수상했음에도 말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애국가를 듣고 싶었거든요. 특히 승리가 손끝까지 닿았던 단식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커요.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그 상황에서 조금만 힘을 뺐으면, 이런 아쉬움이 계속 떠올라서….”

그래도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기에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자신의 올림픽 레이스를 함께 뛰어준 스태프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지만, ‘자신보다 은메달을 자랑스러워해주는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이번 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 전력분석관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윤 선수와 상대 선수의 실점과 득점 유형, 서브 위치 등 경기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이 데이터를 체력 훈련에 반영하기도 했다. 예컨대 윤 선수는 서브할 때 상체가 뒤로 향하는 만큼 코어 강화를 위한 운동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장애인 대회는 중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영상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태프들이 직접 촬영할 때도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경기에서 전문 촬영자가 없이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해주는 장비가 마련된다면, 질 좋은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이대현 전력분석관의 얘기다. 이는 더 정확한 경기 분석, 나아가 윤 선수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연히 만나 운명을 넘어 숙명이 된 탁구
세 살 때 하반신 마비가 찾아온 윤지유 선수는 열네 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탁구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던 장애인복지관. 긴장감 속에서 주고받는 랠리, 순간적으로 상대의 리듬을 흩어버리는 짜릿한 시간차 공격, 온몸의 힘을 실어 날리는 짜릿한 스매싱, 녹색 테이블 위에서 2.7g의 작은 공을 주고받으며 겨루는 승부가 어린 소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마음에 드는 멋진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반짝이는 재능은 숨기기 어려운 법. ‘될성부른 떡잎’을 놓치지 않는 코치진의 권유로 국제 대회를 준비했고, 경험 삼아 참가한 첫 국제 대회에서 덜컥 수상까지 하게 됐다.

그렇게 치열한 선수의 길에 들어선 그는 열다섯 살 겨울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이후로는 승승장구.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한국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해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고, 역시 최연소 국가대표였던 2020 도쿄 패럴림픽 때는 단체전에서 은메달, 단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10월 열린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4관왕에 오를 만큼 국내에는 적수가 없지만, 누구보다 훈련에 진심이다. 그 와중에 한국체대 특수체육학과 학생으로 학업도 충실히 병행 중이다.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선수로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에는 장애인체육 행정가가 되어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적 분야에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더 고민하고 싶고요. 그러려면 훈련도, 학업도 최선을 다해야겠죠. 지금까지 그랬듯 하루하루를 정직한 땀과 노력으로 채워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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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유 선수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적인 통계를 내고, 이를 토대로 공격과 수비 훈련을 진행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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