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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M.AX Series②
AI 만난 세포 지도,
신약 개발의 새 장을 열다

신약 개발 혁신 주도하는 공간전사체 기술

김선녀  사진 김기남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 원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임상 성공률은 10%에 불과하다.
공간전사체 기술과 AI를 결합해 신약 개발의 구조적 한계를 바꾸려는 포트래이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다.

포트래이가 개발한 공간생물학 기반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동 화면.
질병 관련 세포와 면역세포가 종양 미세환경 내에서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시각화하고 약물 반응을 예측해낸다.
실패율 90%… 신약 개발의 구조적 한계
신약 개발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확률의 게임이기도 하다. 글로벌 제약산업은 매년 수십조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붓지만 임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의 90% 이상이 끝내 시장에 나오지 못한다. 실패의 상당 부분은 동물 실험 모델과 인간 조직 사이의 생물학적 간극에서 비롯된다.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보인 약물이 인간에게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동물 모델이 인간의 복잡한 종양 미세환경TME(암세포가 증식하고 진화하는 총체적인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도 실제 임상 단계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해 막대한 비용이 매몰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이제 ‘더 많이 실험하는 방식’에서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포트래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 임상의 4인이 공동 창업한 포트래이는 신약 개발의 실패 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이고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테크바이오 기업을 지향한다. 포트래이의 문제 인식은 신약 개발의 실패가 근본적으로 ‘데이터 부재’에 기인한다고 보는 데서 출발한다. 신약 개발의 성패는 인간 생물학을 얼마나 정교하게 데이터화하고 반복 가능한 검증 구조로 전환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 확보와 AI 기반 사전 실험 체계가 맞물려야 한다. 결국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고, 이를 실제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공간생물학 데이터는 양이 매우 많고 구조도 복잡하다. 따라서 데이터를 쌓는 일 못지않게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과 고품질의 표준화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대량생산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포트래이가 데이터 확보와 더불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건은 이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기 쉬운 ‘지도’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공간전사체 기술로 신약 개발 생태계 구축
포트래이가 보유한 주요 기술 중 하나는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기술이다. 기존 유전체 분석이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공간전사체는 여기에 위치 정보를 더한다. 쉽게 말해 기존의 벌크 분석이나 단일 세포 분석이 여러 과일을 갈아 만든 스무디의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이라면, 공간전사체는 각각의 과일 성분을 분석할 뿐 아니라 개별 과일이 어떤 형태로 어디에 놓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3차원 지도를 그려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질병 관련 세포와 정상세포, 면역세포가 실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즉 질병 미세환경의 분포를 공간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그 결과 약물이 정확히 어디로 침투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

포트래이 기술의 핵심은 방대한 데이터를 한데 모아 정리하고 빠르게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찾을 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 공간생물학 기반의 ‘생물학적 세계 모델’에 있다. 이 모델은 세 개의 핵심 축으로 작동한다. 먼저 다중 모달 엔진인 ‘VGLVision-Gene-Language’을 통해 조직 이미지와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해석하고, 약동력학 물리 엔진인 ‘TME-PK’를 통해 체내 주입된 약물이 조직으로 퍼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또한 ‘TME-PD’ 알고리즘을 통해 약물 도달 후 세포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해낸다.
공간전사체ST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종양 미세환경 내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TME-PK’ 플랫폼 검증 도해.
가상 시뮬레이션과 실제 생체 데이터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플랫폼의 정밀도와 타당도를 입증한다.
이러한 기술은 항암제처럼 정밀한 표적이 중요한 신약 개발에서 특히 강점을 발휘한다.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물리적 거리와 상호작용 패턴을 분석해 특정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을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정상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야 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나 방사성의약품RPT, T세포 인게이저TCE 등 항암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포트래이는 이를 바탕으로 여러 기업과 새로운 신약 타깃을 찾거나 개발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등 다방면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실증에서 사업화로, AI 신약 개발 가속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포트래이는 실증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컴퓨팅 환경으로는 PB(페타바이트) 단위로 쏟아지는 공간 배열 데이터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고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과 차세대 바이오 IT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면서 하드웨어 측면의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M.AX 얼라이언스가 갖는 의미도 분명해진다. 바이오산업도 이제 첨단 컴퓨팅과 제조 자동화가 결합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데이터 생산과 처리, 반도체와 컴퓨팅, 실험 자동화와 AI 분석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는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다. 포트래이는 M.AX를 통해 이러한 이종 산업 간 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업화 측면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포트래이는 3000건 이상의 환자 샘플과 세계 최대 규모인 1억2000만 개 이상의 공간 해상 세포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 타깃 발굴, 바이오마커 개발 등 신약 개발과 중개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25년 10월 셀트리온과 최대 8775만 달러(약 1259억 원) 규모의 신약 탐색 공동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외 톱티어 제약사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의 상업성을 입증해가고 있다.

포트래이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리적·생물학적 약물 반응을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는 완성형 생물학적 세계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아웃을 실현하는 것이다. 포트래이는 AI 바이오 대전환의 한가운데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AACR 학회 현장에서 포트래이의 AI 기반 매핑 기술을 설명하는 모습.
포트래이는 대규모 공간 해상 세포 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 및 연구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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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포트래이 대표
Q1. 기술 실증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공간전사체라는 개념을 대부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생물학 전공자들에게도 친숙한 개념은 아니어서 이 기술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이해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더 어려운 점은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입니다. 공간전사체는 상용화된 지 얼마 안 된 기술이라 데이터 구조나 포맷, 알고리즘 등이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Q. 신약 개발 분야에서 데이터와 AI는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신약 개발에서 데이터는 현실을 담는 재료이고, AI는 그 현실을 해석하고 예측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도구입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자동화돼 있지 않으면 모든 일을 사람의 손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향후 더 큰 도약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궁극적으로는 어떤 환자의 종양이든 가상으로 약물 반응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완성형 생물학적 세계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뿐 아니라 강건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상업성 입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진행 중인 셀트리온과의 공동연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자체 발굴한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까지 연결해 기술적 가치와 성장성을 시장에 입증하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와 AI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모두 지닌 융합형 인재를 확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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