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 정제와 합성의 시대
인류가 최초로 자연 속의 유효성분을 추출 및 정제해 만든 의약품은 다름 아닌 모르핀이었다. 양귀비를 이용해 만든 생약인 아편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통제로 사용돼왔으나 생약의 한계상 약효가 균일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진통 효과를 못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환자를 죽일 정도까지 가기도 했다.
이에 독일의 보조 약사 프리드리히 제르튀르너는 아편에서 진통 효과를 내는 유효성분만 추출해 투여하면 더욱 균일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투여량에 따라 치료 효과의 크기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편 고형물을 산성 용액에 녹인 후, 암모니아를 가해 침전물(유효성분)을 얻는 화학적 분리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1804년 그는 아편에서 통증을 멎게 하는 백색 결정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 물질의 이름을 그리스신화 속 잠의 신 ‘모르페우스Morpheus’의 이름을 따서 ‘모르피움Morphium(이후 모르핀으로 정착)’이라고 명명했다. 제르튀르너는 동물 실험 및 자가 실험을 통해 이 물질의 약효를 증명했다.
제르튀르너의 모르핀 발견은 자연물 속에서 의약품의 유효성분만 골라내 활용한 인류 최초의 사례였다. 이 발견을 계기로 퀴닌(말라리아 치료제), 코카인, 카페인, 니코틴 등 자연물에서 의약품의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기존에는 100% 천연 물질 채집에만 의존했던 의약품 생산방식이, 화학 기술을 이용해 공장에서 인간이 원하는 만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19세기에 인간은 과학기술을 통해 기존에 없던 유효성분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그 선두 주자는 다름 아닌 아스피린이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흰 버드나무 껍질을 해열 진통제로 사용해왔다. 이 껍질에는 해열 진통 효과를 내는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리실산은 산도가 높아 일부 환자들에게 위통과 위염을 일으켰다. 그 때문에 당시 과학자들은 산도를 낮추기 위해 살리실산을 아세틸화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1853년 프랑스 화학자 샤를 제라르가 아세틸화 살리실산을 처음으로 합성했다. 이후 1897년 바이엘 제약회사의 아르투어 아이헨그륀, 펠릭스 호프만이 합성해낸 아세틸화 살리실산은 제라르가 만든 유사 제품보다 순도와 안정성 등의 성능이 훨씬 좋았다. 바이엘사는 이 물질에 ‘아스피린Aspirin(아세틸의 첫 글자인 A와 살리실산의 공급원인 조팝나무Spirea를 합성한 이름)’이라는 상품명을 붙여 1899년부터 판매, 전 세계적으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인류는 이외에도 다양한 신물질을 만들어 의약품에 활용해오고 있다.
모르핀과 아스피린. 오늘날에는 정말 흔하디흔한 의약품이지만 현대적 의약품의 효시와도 같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