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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ilm&Tech
영화 <베이맥스!>가 보여주는
의료의 미래
이경원 과학 칼럼니스트

우리는 모두 몸을 가지고 있기에 그 몸의 상태인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건강을 지키는 의료 방식 역시 급변하고 있다.
첨단기술이 열어가는 미래형 의료. 그 모습을 편안하면서도 뼈 있게 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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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모든 영화는 재난 영화”라는 말이 있다. 영화뿐 아니라 모든 서사물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다. 모든 서사물은 거대한 도전에 맞선 인간의 응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드라마를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서사물의 특징 때문에 의학물, 특히 SF 의학물 중에는 비위가 약한 사람(필자도 포함된다)은 정말 눈 뜨고 못 보는 잔인한 작품이 많다. 현실 세계에서 질병과 부상당한 사람을 보는 것도 정말 괴로운데 SF로 넘어가면 그 질병과 부상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화면 속 누군가는 외계인이나 매드 사이언티스트, 우주 병원체의 공격으로 쓰러지고, 그가 내 주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두려움과 혐오감은 더 커진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작품 <베이맥스!>는 그런 걱정을 내려놓고 봐도 좋은 편안한 SF 의학물이다. 애당초 아동용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여러 가지 묵직한 함의를 담고 있다.

<베이맥스!>는 2014년에 나온 <빅 히어로>의 외전 격인 작품이다. 전작의 주인공인 의료 로봇 베이맥스가 여러 환자를 만나 그들을 치료해주는 내용을 다룬 옴니버스식 구성을 하고 있다.
우리의 자화상
극 중에 나오는 모든 환자는 처음에는 베이맥스의 처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베이맥스가 자신의 처방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서 이 작품의 극적인 요소가 발생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와 꽤 닮았다. 우리도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정작 건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은 안 하거나 못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작품 속 환자들이 베이맥스의 처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주된 요인은 다름 아닌 생업이다. ‘건강 때문에 일을 쉬면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은 망설인다. 이 작품의 제작 국가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핑계에 묵직한 설득력이 더해진다. 미국은 ‘건강 불평등’이 극에 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난한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가 너무나도 힘든 나라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65세 이상 노령층을 위한 메디케어 등 일부 계층만을 위한 공공 의료보험을 제외하면, 모두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비싼 상품뿐이다. 이런 상품에 가입할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병원에 갈 때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의료 또한 거의 완전히 민영화돼, 의료 비용을 대부분 환자의 지출로만 충당하기 때문이다. 독사에 물린 환자를 치료하는 데 무려 2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청구되었다니 알 만하다. 작품 속 베이맥스는 모든 환자를 무상으로 치료해주지만, 제작 국가 미국의 실정에 비하면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데서 묘한 아이러니와 쓴웃음이 배어 나온다.
이상적인 의료 로봇
주인공 로봇 베이맥스는 여러모로 볼 때 지극히 이상적인 의료 로봇이다. 스캔을 통해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을 알아내고, 질병마다 정확한 처방을 제시할 뿐 아니라 직접 치료도 가능하다. 또한 외피가 부드러운 소재로 돼 있어, 작업 중 사람이나 사물과 충돌해도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놀랍게도 베이맥스는 실존 과학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제작자 돈 홀은 <빅 히어로> 제작 수년 전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소프트 로봇공학, 즉 팽창 가능한 부드러운 소재로 이루어진 로봇 기술의 연구개발 장면을 보았다. 이 기술은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식사와 목욕 등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런 로봇은 특히 작업 중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외피에 풍선 같은 유연한 팽창식 소재를 사용했음은 물론, 내부 골격도 공압식으로 작동되게끔 만들어 부상 위험이 있는 단단한 부품의 사용과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런 로봇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기존 로봇보다 가벼운 소재로 제작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공기를 빼서 부피를 줄여 보관할 수도 있다. 또한 제작 과정 및 수리에 드는 에너지가 적어 환경을 덜 파괴한다. 현재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자 크리스 애트키슨 교수 연구팀은 작품 속 베이맥스를 실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베이맥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다양하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인공지능 기술, 인간의 촉각 역할을 하는 유연 감각 센서 기술,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 카메라 등의 센서로 간단한 건강상태를 검진하고, 의료용 거대 언어 모델로 환자를 문진해 처방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유연 감각 센서 기술은 로봇의 외피에 압력·온도 센서를 인쇄하는 방식으로 구현돼 있으며, 현재는 로봇이 사람을 껴안거나 움켜잡을 때 상대방의 옷 두께나 미끄러짐 정도까지 감지해 힘을 조절하는 순응 제어 기술을 개량하는 중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노약자를 돌볼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로봇 개발에 미국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까지 생각이 닿게 하는 영화, <베이맥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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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맥스는 환자와 접촉해 치료하는 의료용 로봇이므로, 부상을 막기 위한 소프트 로봇공학이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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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맥스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로봇공학자 크리스 애트키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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