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의료 로봇
주인공 로봇 베이맥스는 여러모로 볼 때 지극히 이상적인 의료 로봇이다. 스캔을 통해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을 알아내고, 질병마다 정확한 처방을 제시할 뿐 아니라 직접 치료도 가능하다. 또한 외피가 부드러운 소재로 돼 있어, 작업 중 사람이나 사물과 충돌해도 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놀랍게도 베이맥스는 실존 과학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제작자 돈 홀은 <빅 히어로> 제작 수년 전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소프트 로봇공학, 즉 팽창 가능한 부드러운 소재로 이루어진 로봇 기술의 연구개발 장면을 보았다. 이 기술은 노인과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식사와 목욕 등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런 로봇은 특히 작업 중 사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외피에 풍선 같은 유연한 팽창식 소재를 사용했음은 물론, 내부 골격도 공압식으로 작동되게끔 만들어 부상 위험이 있는 단단한 부품의 사용과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런 로봇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기존 로봇보다 가벼운 소재로 제작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공기를 빼서 부피를 줄여 보관할 수도 있다. 또한 제작 과정 및 수리에 드는 에너지가 적어 환경을 덜 파괴한다. 현재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자 크리스 애트키슨 교수 연구팀은 작품 속 베이맥스를 실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베이맥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다양하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진단하는 인공지능 기술, 인간의 촉각 역할을 하는 유연 감각 센서 기술,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 카메라 등의 센서로 간단한 건강상태를 검진하고, 의료용 거대 언어 모델로 환자를 문진해 처방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유연 감각 센서 기술은 로봇의 외피에 압력·온도 센서를 인쇄하는 방식으로 구현돼 있으며, 현재는 로봇이 사람을 껴안거나 움켜잡을 때 상대방의 옷 두께나 미끄러짐 정도까지 감지해 힘을 조절하는 순응 제어 기술을 개량하는 중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노약자를 돌볼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로봇 개발에 미국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까지 생각이 닿게 하는 영화, <베이맥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