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안의 위기 대응 시스템
사람의 몸을 이루는 세포 각각에는 2m에 달하는 DNA가 핵 속에 촘촘히 접혀 들어 있다. 이 DNA는 생명의 설계도이자, 세포가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정보의 원천이다. 그런데 이 정밀한 설계도는 놀랍도록 자주 손상된다. 자외선, 방사선, 환경오염, 독성 화합물, 활성산소, 심지어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의 실수까지, 하나의 세포는 하루에 수만 건 이상의 DNA 손상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손상은 DNA 염기Base 하나가 변형되거나 DNA 이중나선의 한쪽 가닥만 끊어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심각한 손상이 있는데, 이는 이중나선의 양쪽 가닥이 동시에 절단되는 ‘이중가닥 절단DSB, Double-Strand Break’이다. 다른 손상은 DNA 반대편 가닥의 상보성Complementarity을 이용해서 복구가 가능하나, DSB는 이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치명적이다. 즉 사다리로 비유하면 기둥 양쪽이 동시에 부러진 셈이다. DSB가 정상적으로 복구되지 않으면 염색체가 분리되고, 유전정보가 소실되거나 뒤섞이며, 결국 세포는 암세포로 변하거나 사멸한다.
그렇다면 세포는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놀랍게도 세포 안에는 이를 전담하는 정교한 단백질 군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손상을 감지하고, 신호를 증폭하며, 복구 방식을 결정하고, 실제 수리를 수행한다. 최근 생물물리학자들은 이 과정을 분자 하나하나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