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신호는 사실 빛의 친척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라는 옷을 입고 있을 뿐, 빛과 똑같이 전자기파라는 한 가족에 속해 있어서 무언가에 닿으면 일부는 통과하고,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됩니다. 그러니까 ‘벽을 통과한다’기보다는 ‘벽을 만나면 일부만 살아남는다’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살아남는 비율은 벽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석고보드나 나무, 유리는 비교적 너그럽게 통과시켜주지만 콘크리트나 벽돌, 특히 철근이 박힌 콘크리트 벽은 신호를 사정없이 깎아 먹어 한 장만 지나도 신호의 90% 가까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금속은 거의 거울처럼 신호를 튕겨내 버려서, 방문 바로 옆에 큰 냉장고가 있으면 그쪽 방의 와이파이가 유독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현상은 따로 있습니다. 한 번 쏜 와이파이 신호는 곧장 우리 노트북으로 오는 게 아니라 벽과 천장, 가구에 부딪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뒤 시간차를 두고 도착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지면 동심원이 깔끔하게 퍼져나가지만, 좁은 욕조 안에 돌을 던지면 벽에 반사된 물결이 처음 물결과 만나 어떤 곳은 더 크게 출렁이고 어떤 곳은 잠잠해지는데, 와이파이 신호도 똑같이 행동합니다. 운이 나쁘게 반사파끼리 박자가 거꾸로 만나는 자리에서는 신호가 서로 상쇄되어, 공유기가 코앞에 있어도 인터넷이 뚝뚝 끊기는 묘한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같은 책상에서 노트북을 한 뼘만 옮겼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빨라지는 경험도 바로 이 상쇄 구역을 벗어났을 때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