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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보행을 위한
매우 특별한 기술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의 운동보조 슈트형 로봇
‘워크온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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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속에서 제임스 로드(워 머신)는 일반인과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모습으로 캡틴 아메리카 일행을 맞는다.
앞선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를 판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임스를 일어서게 만든 웨어러블 로봇, 그것이 바로 워크온슈트의 개념이다.

word 김아름 photo ㈜엔젤로보틱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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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의학이 만나 탄생한 워크온슈트
인공지능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워크온슈트’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등에서부터 발바닥까지 연결된 로봇을 입으면 스스로 기립을 유지해 서거나 움직일 수 있다. 비장애인 성인 남성의 걸음걸이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고, 2시간 이상 연속 보행도 가능하다. 20도 이상의 경사로나 표면이 편평하지 않은 도로는 물론, 계단도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온전히 착용자의 의지로 말이다.
워크온슈트에 적용된 핵심 기술 4가지
웨어러블 로봇에 적용된 수많은 기술 가운데 엔젤로보틱스만의 핵심 기술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 착용자 맞춤 궤적 생성 기능.
쉽게 말해 환자 맞춤형 걸음걸이를 지원한다는 것. 로봇뿐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사용자의 적응을 요구한다. 물론 워크온슈트 역시 로봇 자체에 대한 적응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정 시간 사용한 후부터는 착용자가 편안하게 느끼는 걸음걸이를 제공한다. 인간행동 반복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오래 신은 신발이 자신의발 모양에 따라 변하는 것처럼, 워크온슈트 역시 착용자의 걸음걸이와 체형 등을 반영해 그에 어울리는 형태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고출력 구동기 및 마찰보상 기능.
평지를 걸을 때와 달리 경사로나 계단을 걸을 때는 순간적인 힘과 속도가 필요하다. 워크온슈트에는 2.9kg의 가볍지만 강력한 구동토크를 갖는 고출력 구동기 모듈이 탑재되어 있어, 순간 최대 180Nm의 보조력을 생성할 수 있다. 덕분에 지면의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보행을 지속할 수 있다.
세 번째, 자세 측정 및 균형 유지 기능.
웨어러블 로봇이 내장된 센서를 통해 착용자의 자세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서 있을 때와 걸을 때 상체를 얼마나 숙이는지 엉덩이와 무릎 관절은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해두었다가, 착용자가 넘어지거나 외부 자극이 가해져 몸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작동한다. 로봇 스스로가 착용자의 몸상태를 능동적으로 이동시켜 안정된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 사용자 인터페이스.
워크온슈트에는 총 6가지 동작 모드가 탑재되어 있어 착용자가 원하는 모드를 필요한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
일어서기와 앉기, 평지 보행 등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3가지 모드와 계단 오르내리기, 경사 오르내리기, 옆경사 등 3가지 장애물 극복 모드를 제공한다. 워크온슈트와 함께라면 하반신 완전마비 환자도 일반 사회 인프라를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엔젤로보틱스만의 기술적 우위, 비결은
엔젤로보틱스처럼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곳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이스라엘의 라이프워드Lifeward(리워크로보틱스), 미국의 엑소바이오닉스Ekso Bionics다. 이들은 각각 ‘리워크Rewalk’, ‘엑소Ekso’ 모델을 개발해 의료기관 및 장애인 등에게 제품을 공급한다.
두 기업 모두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해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했지만, 실상 기술경쟁력에선 엔젤로보틱스가 한 발앞선다. 그 비결은 바로 ‘기술의 방향’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엔젤로보틱스의 워크온슈트4.0은 인간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학습한다. 기술의 목적이 ‘인간의 편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고정되고 제한된 각도와 높이, 기울기를 오가는 제품들과 달리 워크온슈트는 착용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움직임을 목표로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보행이 있다. 그 때문에 정형화된 보행 궤적이나 보조력 패턴을 적용할 경우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보행이 되고 만다. 그에 반해 워크온슈트는 착용자가 20회의 반복적인 보행 훈련을 수행하면 알고리즘이 생성되며, 생성된 알고리즘을 기기에 적용해 보행속도와 안정성을 개선한다. 따라서 로봇의 발이 지면과 접촉하며 가해지는 충격이 적고 착용자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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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사이배슬론 금메달리스트인 엔젤로보틱스 김병욱 선수가 워크온슈트를 입고 보행 중이다.
엔젤로보틱스의 기술적 우위는 국제 사이배슬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사이배슬론Cybathlon은 사이보그와 애슬론의 합성어로, 장애인들이 재활로봇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해 경기를 치르는 대회를 말한다. 2016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에서 최초 개최된 후 4년에 한 번 열리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제1회 사이배슬론 착용형 외골격로봇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2020년에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 동일 부문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15개국 20팀 가운데 1등과 3등이 모두 엔젤로보틱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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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강의 중인 공경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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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온슈트의 등판부 디스플레이. 사용자 전용 크러치와 해당 화면을 통해 원하는 보행 방식을 설정할수 있다.
최고의 기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준, KEIT
하나의 기술이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셀 수 없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이는 워크온슈트도 다르지 않다.
2003년, 엔젤로보틱스의 창업자인 공경철 대표가 석사 과정중 개발했던 웨어러블 로봇 ‘EXPOS’는 이후 불완전마비 환자의 보행 재활을 위한 연구로 이어졌고, 12년의 노력 끝에 2015년 ‘워크온슈트1.0’으로 귀결되었다. 이듬해 개최된 제1회 사이배슬론에서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안고 돌아와, 대기업의 투자도 받았지만 제품 상용화의 길은 멀었다.
그때 연을 맺은 곳이 바로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KEIT이다.
R&D의 중요성과 난제는 물론, 창업자들의 니즈를 잘 아는 전문기관의 도움은 주효했다. 그렇게 2019년부터 2021년까지총 33개월간의 지원을 통해 워크온슈트는 지금의 4.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공경철 대표는 “제2회 사이배슬론 출전을 위한 기술개발 비용과 파일럿을 위한 로봇 제작 비용, 대회 참가등 많은 예산이 필요했는데 KEIT의 R&D 지원 덕분에 당초 계획했던 ‘개인맞춤형’ 로봇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과제 종료 후에도 매년 로봇산업기술개발을 추진하는 KEIT의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EIT의 R&D 지원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이제 로봇산업 분야의 리더가 되어 국내 로봇기술 개발 역량 및 제도 개선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엔젤로보틱스는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R&D 우수성과 10선에 선정된 워크온슈트 외에도 다양한 단계의 웨어러블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 환자들을 위한 ‘엔젤 메디 angel MEDI ’, 노인이나 보행 불편 환자 등이 신체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상생활 보행보조 브랜드 ‘엔젤 슈트 angel SUIT’, 제조업이나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골격계를 보호하기 위한 라인 ‘엔젤 기어angel GEAR ’ 등이다. 이 중 엔젤로보틱스 제품이 가장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곳은 의료 재활 현장으로, 2022년 말부터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받고 있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낮아졌고 병원의 수익성은 향상됐다. 좋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안겨주는 이익이다.

지난 2023년 11월에 열린 ‘SBS D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공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거의 동등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신체의 불편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이들, 노화와 질병으로 한계를 규정짓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이 엔젤로보틱스에서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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