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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가르는 21세기 해양 모빌리티
전 세계 1위, 대한민국 조선의 핵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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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친환경 및 스마트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에 집중해 수익성이 개선되었고, 2011년 이후 13년 만에 한국 조선소들의 실적이 동반 흑자를 기록 중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920만CGT로 이 중 한국이 전체의 49.7%인 457만CGT(97척)을 수주하며 글로벌 1위의 위상을 입증했다. 선종별 현황을 보면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 21척(55%), 14만㎥ 이상의 대형 LNG선 26척(70%)을 수주하는 등 주력 선종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였다. 이는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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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저감에 따른 친환경 선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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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업에 걸쳐 친환경 열풍이 불며 국제 해운산업도 친환경 선박 관련 다양한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❶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에 따르면 ‘국제 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최소 20% 저감, 2040년까지 최소 70% 저감’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2050년 국제 해운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Net-zero 목표’에 따라 국제 해운산업에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선박 도입이 중요해졌다.

아직 ‘친환경 선박’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선박은 기존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환경 오염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선박을 의미한다.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증가하며 글로벌 해운선사는 선대 및 자국의 산업 환경에 적합한 대체 연료를 채택하는 한편 원활한 연료 공급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시행된「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선박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체 연료의 개발 및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소, 암모니아, 바이오연료, 메탄올 등이 검토되고 있으나 인프라, 규정, 공급 가능성, 환경 영향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 ❶ IMO: 유엔 국제해사기구. 선박의 선로, 항만 시설, 교통 규제의 국제적인 통일, 국제 해운의 안전과 자유통상을 위한 차별적 조치제거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이다.
선박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체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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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들이 절대적인 강점을 가진 분야인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박의 경우, LNG 연료를 사용한다. LNG는 황산화물SOx을 배출하지 않으며 질소산화물LOx과 이산화탄소CO2를 기존보다 20%씩 덜 배출한다. LNG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CO2 배출량 저감 잠재력이 가장 높은 탄화수소 연료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운송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저장 및 운송에 극저온 시스템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다른 연료로 대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현재 LNG선박의 비중은 전체 선대의 1% 내외에 불과하지만 2022년 후반 발주량에선 17%를 차지했으며 점차 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LNG연료의 풍부한 매장량과 인프라 확대로 인해 경제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식물이나 미생물과 같은 바이오매스를 통해 얻는 바이오연료는 추진기관에서 직접 연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선박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바이오 가스 등이 현재 상용화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연료는 에너지 생산 자원이 산발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연료의 대량 생산 및 수송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선박은 항만 등 지정학적으로 연료 수급이 용이해야 하는데, 바이오연료는 공급 및 유통 인프라 발전이 다소 더딘 상황이다.

메탄올은 선박 내 기존 탱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기존 엔진을 개조하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미흡한 국제 규정과 관련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박 연료에 적용되는 국제 규정 ‘IMO IGF code’에 메탄올 관련 내용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수소를 이용한 추진방식은 수소연료전지 또는 수소연소엔진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소연료전지 추진의 핵심 기술로는 수소 연료 저장시스템, 연료공급 시스템,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시스템, 전력을 이용해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전기추진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편 수소연소엔진의 경우 수소를 연료로 이용하지만 기존 내연기관 엔진과 큰 차이가 없어 기존 내연기관의 부품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저순도 수소를 정제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먼지가 많고 진동이 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엔진으로부터 발생되는 고열로 인해 질소산화물이 발생하고, 수소연료전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 ❷ IMO IGF code: International Code of Safety for Ships using Gases or other Low-flashpoint Fuels code. 안전 및 환경협약과 관련된 규제
대체 연료 선박에 필요한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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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옮기는 방법으로는 압축수소, 액화수소, 액상유기화합물, 암모니아 등이 있다. 압축수소의 경우 에너지 밀도가 낮고, 대형 고압 탱크 제작이 어려워 운송에는 적합하지 않다. 액화수소는 별도의 공정 없이 바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253℃의 초저온으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액상유기화합물LOHC은 상온 및 상압에서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나 수소를 사용하기 위해서 탈수소화 공정이 필요한데 이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암모니아는 LNG나 수소와 같이 극저온 환경을 요구하는 연료와 비교해 저장탱크의 제작 및 운용이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IMO 탄소감축전략에 적합하다. 하지만 낮은 에너지밀도 때문에 저장탱크 용량의 증가가 필요하고 질소산화물 저감과 암모니아의 독성을 완화하기 위한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암모니아는 안전 규정, 기술적 성숙도,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무탄소 연료이며, 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하는 2행정 디젤사이클 엔진도 상용화 단계에 있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에서 2024년 1분기 기준 유럽 소재 선사와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6319억 원에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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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반기, HD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했다.
사진은 현대미포조선의 4만5000㎥급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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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액화수소운반선의 핵심 화물창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액화수소운반선의 개념도
스마트 선박의 핵심 트렌드, 자율운항선박
현재 우리는 초지능화, 초연결성, 융합화에 기반하여 모든 것이 상호연결되며 발전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정보를 자동으로 데이터화하고 분석하여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하나로 합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AI와 자율주행 융합기술은 육상 교통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해상 교통시스템 분야도 자율운항선박(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s)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조선해양분야는 친환경 규제와 ICT 기술 발전의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자율운항선박은 미래 조선해양산업의 핵심 트렌드이자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대응해야 할 기술이다.
자율운항선박의 정의와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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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는 물에 떠 있는 선박을 대상으로 인간과의 상호작용 없이 자동화 단계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선박을 자율운항선박MASS으로 정의하고 자율운항을 4단계로 정의했다. 자율운항선박은 단지 선박 자동화의 범위를 넘어 선박 운항에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완전자율화로 진화할 것이나, 모든 선박이 일시에 전환되기보다는 선박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점차적으로 지능화·자동화될 것이다. 자율운항 기술에 따라 통신, 보안, 친환경 추진체계 등 관련 산업부터 항만, 물류 산업까지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특히 사람이 실수하는 부분을 최소화해 안전하게 선박을 운항하는 기술, 각종 장비와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장애를 예측하여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 최적 항로를 운항해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등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자율운항선박 기술 동향
EU는 선박의 자율운항을 위한 MUNINMaritime Unmanned Navigation through Intelligence in Networks 프로젝트를 통해 MASS 기술개발과 함께 통신 플랫폼을 구축했다. MASS 기술의 기술적, 법·제도적, 경제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관련된 행정적 지원, 안정성과 자동화를 위한 R&D, 미래기술 개념 연구 등을 선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해양기술 강국인 노르웨이는 AI, 빅데이터를 이용한 미래 선박 설계 및 요소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해 승객과 화물 운송 등에서 선도적인 MASS 기술 노하우를 축적 중이다. 핀란드는 정부와 민간 각 영역에서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궁극적으로는 사업화까지 고려한 AAWAAdvanced Autonomous Waterborne Applications 프로젝트를 통해 25년 근해선, 30년 원양선의 무인화를 목표로 기술개발과 관련 제도, 서비스 등을 총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25계획의 전략 분야에 조선산업을 포함시키고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 및 실증 환경을 조성 중이다. 특히 국영그룹인 CSSC를 중심으로 해운·조선기업 클러스터를 구축, 에너지 절감과 환경규제 충족에 초점을 맞춘 자율운항 화물 전용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MASS 도입 시 발생 가능한 문제를 대비하며 산학연 공동의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기술개발과 함께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 선박의 데이터 처리 일원화, 표준화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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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운용기술 및 표준화 화면이다. 자율운항선박의 항해 중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한 탐지와 즉각적인 사고 대응을 위해 최적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자율운항선박의 고유한 특성에 적합한 안정성 및 위험도에 대한 평가 기술을 개발한다.
사진: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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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능항해시스템. 자율운항선박의 항해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각종 센서에서 선박 주변의 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분석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선박이 안전하게 자율운항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사진: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 홈페이지
우리나라 MASS 기술 동향과 대응 방향
우리나라도 MASS 개발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산업체와 연구소, 대학 등을 중심으로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202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사업비 약 1600억 원을 투입해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전담기관으로,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KASS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은 MASS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단계적 실증을 통한 조기 상용화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특히 지능항해시스템, 기관자동화시스템, 성능실증 센터 및 실증 기술개발, 운영기술 및 표준화 개발을 선도한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선박 설계·건조 기술에 ICT 융합기술을 접목한 MASS의 핵심 기술은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MASS의 첨단 감지와 지능화 시스템의 단계별 성능 검증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 제품을 선사에 인도해 국내 기자재 신뢰도 향상에도 일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조선해양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MASS 관련 첨단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과 연구개발 자금 및 인프라 구축, 규제 혁신 등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국제 표준화 선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관련 분야의 전문 기술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및 연구활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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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대한조선학회 회장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대한용접접합학회 부회장, ISSC 한국대표, IIW 분과위원, Int. J. of NAOE 부편집장 및 Harbin 공과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친환경 선박 구조성능 평가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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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권 대한조선학회 부회장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자율운항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초고속 수중운동체와 유동소음 및 캐비테이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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