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화학 분자가 코에 닿는 순간, 가장 원초적 감각인 ‘후각’이 작동한다.
여러
동식물은 후각을 생존을 위한 아주 중요한 감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인간의 후각 또한 생각보다 매우 정교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정보를 끊임없이 해석하고
있다.
특히 냄새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특정 향기가 오래된 추억을 단숨에
되살리는 ‘프루스트 현상’을 만들어낸다.
요하네스 프라스넬리 지음 / 이미옥 옮김 / 에코리브르 펴냄

‘겨울 냄새’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한겨울에도 답답한 교실 공기를 환기시키려고 창문 열기를 즐겼고, 코끝이 시릴 만큼 차가운 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아, 겨울 냄새 참 좋다”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말을 들은 친구가 “겨울 냄새가 뭐야? 그런 게 어딨어?”라며 핀잔을 줬다. “겨울 냄새를 몰라?”라고 응수한 뒤 부랴부랴 주변에 있던 몇몇 친구들에게 물었다. 결과는 반반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친구는 봄·여름·가을·겨울 냄새를 다 맡을 줄 안다고 했다.
겨울 냄새의 정체는 TRPM8 수용체?
냄새와 관련한 이런 경험의 차이는 감수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 따라 다른 후각의 민감도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350~400개에 이르는 다양한 후각
수용체 ‘유형’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특정한 물질에 자극받기보다는, 향기 물질을 구성하는 그룹을 통해 자극받는다. 화학물질을 조합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고,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향을 구분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개인차도 크다.
‘냄새’라는 것을 후각 수용체의 기능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훨씬 심오하고 풍성해진다. 코와 입의 점막에는 3차 신경의 수용체가 있다. 3차 신경이란
촉각 및 통증 인지를 담당하는 다섯 번째 뇌신경으로, 이른바 체성 감각계다. 이 3차 신경 섬유 가운데 일부는 촉각 및 통증 수용체뿐 아니라 온도를 인지하는
‘TRP’ 수용체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TRPM8 수용체는 28℃ 이하 온도에서 자극된다. 즉 서늘함과 신선함을 인지한다. 우리가 추운 날 코로 공기를 마시면 이 수용체가 활성화된다는 이야기다. 앞서 말한 ‘겨울 냄새’란 바로 이런 신선함에 대한 인지였을 것이다.
갓난아기 냄새는 왜 좋을까?
<냄새의 쓸모>에는 이렇듯 ‘냄새’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저자는 의학을 공부한 뒤, 여러 연구기관을 거치며 화학적 감각의 생리학과 심리학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과학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을 자신의 사명이라고 여긴다.
신생아의 체취가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특히 인상적인 사례다. 어머니들의 동의를 얻어 갓난아기에게 이틀간 입힌 파자마를 냉동시켰다가, 또 다른 어머니들과
젊은 여성들을 섭외해 1시간 전 해동한 파자마 냄새를 맡게 하면서 뇌를 촬영했다. 이 연구 이야기는 현장에서 과학 연구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려준다.
연구 결과 신생아의 냄새는 젊은 여성, 특히 어머니의 보상중추를 강하게 활성시켰다. 자신의 아이일 때만이 아니라 어떤 아기에게서도 나타나는 보편적 반응이었다. 이 메커니즘은
어머니와 아이 사이의 애착 형성을 돕고, 육아라는 고된 과정을 견디게 만드는 생물학적 장치일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기 냄새가 좋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뇌
깊숙한 곳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냄새가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냄새란 기억을 불러오고, 감정을 흔들며, 행동을 유도하고, 때로는 인간관계와 사회적 유대까지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신호니까 말이다. 그걸 알고 나니 냄새를 좀 더 주의 깊게 맡아보는 것 같다. 앞으로는 더욱 입체적인 후각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후각수용체 #3차신경 #생존
주드 스튜어트 지음 / 김은영 옮김 / 윌북 펴냄

세상의 일부를 냄새로 설명한다면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냄새는 공간과 시간을 찌부러뜨려서 만든 4차원 초입방체Hypercube와 비슷하다.” 즉 세상의
일부를 냄새라는 감각으로 설명한 책이다.
‘페트리코’라고 부르는 마른 땅의 비 냄새, 빨랫줄에 널어 말린 빨래 냄새, 살 냄새, 돈 냄새, 갓난아기 냄새, 금방 깎은 연필 냄새 등 평소 익숙하게
맡아볼 수 있는 냄새에서부터 녹고 있는 영구 동토층의 냄새, 생각의 냄새, 심령체의 냄새 등 도무지 상세한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냄새까지, 흥미를 유발하는
50여 가지 냄새에 얽힌 사회적·심리적·과학적 이야기를 펼쳐낸다. 오랫동안 디자인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온 작가답게 글이 아름답고, 무엇보다 방대한 양의
문헌조사가 돋보인다.
#비냄새 #살냄새 #돈냄새
빌 한손 지음 / 장혜경 옮김 / 니케북스 펴냄

동식물의 후각은 어떨까?
화학생태학 전문가가 쓴 동식물의 다양한 후각 이야기. 인간과 비인간 생물 간에 서로 다른 후각의 진화적 기원을 탐구하고,
개·물고기·쥐·나방·초파리·모기·나무좀 등 다양한 생물이 후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소개한다. 흥미롭게도 식물 역시 냄새(휘발성 물질)를 이용한다. 외부
침입자로부터 공격당하면 특정 냄새를 풍겨 근처 식물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공격자를 물리칠 천적을 불러 모은다.
생태학 전문가답게 지구 전체의 ‘냄새 지형’을 톺아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매년 인류가 내다 버리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때문에 비인간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중요하게 활용하는 자연의 냄새 지형이 바뀌고, 그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다는 뼈아픈 사실을 알린다.
#화학생태학 #냄새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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