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 기술의 전환점
전자제품은 작동하는 순간 의도하지 않은 전자기 간섭EMI을 만들어낸다.
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전력선을 타고 다른 장비에 영향을 주며,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을 위협한다.
지금까지 산업계는 이를 크고 무거운
수동형 필터로 ‘막아’왔다. 그러나 전력 밀도와 스위칭 속도가 높아지는 시대, 기존 방식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능동적으로 노이즈를 상쇄하는 IC 기반 전자파 제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연구과제명
하드웨어 컨트롤을 통해 범용성 확보가 가능한 전자파 제어 IC 개발
제품명(적용 제품)
EMIC-C
개발기간
(정부과제 수행기간)
2023년 5월 1일 ~ 2025년 12월 31일
총 정부출연금
13억8520만 원
개발 기관
이엠코어텍㈜
참여 연구진
정상영, 류영곤, 최진웅 외 12명
전자제품은 전기를 사용하는 순간 의도하지 않은 전자기 잡음, 즉 전자기 간섭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전자기 에너지가 공기나 전력선을 타고 주변 기기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전자기기에서 발생한 고주파 잡음이 같은 콘센트에 연결된 다른 장비로 흘러 들어가면 오작동, 성능 저하, 통신 오류, 심하면 시스템 불안정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산업 장비, ESS, 고성능 가전처럼 전력 밀도가 높고 전자 회로가 복잡할수록 이러한 간섭 문제는 더욱 민감해진다. 그래서 모든 전자 시스템에는 ‘전자기 간섭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외부 간섭도 차단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EMI 필터다.
기존의 EMI 필터는 물리적으로 노이즈를 ‘막는’ 수동형 구조였다. 이를 수로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이 적게 흐를 때는 작은 돌 몇 개로도 흐름을 막을 수
있지만, 물의 양이 많아질수록 더 크고 단단한 댐이 필요하다. 전자기 간섭도 마찬가지다. 전력과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더 크고 무거운 부품, 특히 초크 코일이
필요해졌다. 문제는 다른 전자부품은 소형화·저가화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EMI 필터만은 수십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무게와 부피,
발열과 원가 부담이 계속 따라붙었다.
이엠코어텍은 이 지점에서 기존 접근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왜 노이즈를 물리적으로만 막아야 하는가?” 이들이 제시한 해법은 수동형 필터 대신 반도체 IC 기반의
능동형 제어 방식이다. 이는 물을 벽으로 막는 대신, 반대 방향의 흐름을 만들어 서로 상쇄시키는 것에 가깝다. 신호가 발생하면 그와 위상이 반대인 신호를 실시간으로
생성해 겹치게 함으로써 간섭을 줄이는 방식이다. 연구는 20년 넘게 이어졌지만 상용화가 쉽지 않았던 능동형 EMI 제어를 IC 칩 형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부품 개선이 아니라 전자파 대응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자파 대응 방식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기술적 난제도 적지 않았다. 능동형 구조는 자칫하면 ‘발진Oscillation’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노이즈를 줄이려다 오히려 불안정한 신호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글로벌 대기업도 상용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이엠코어텍은 구현 난도가 높은 안정적 토폴로지를 채택해 발진 문제를 극복했다. 또한 IC 단위에서 산업용 JEDEC, 자동차용 AEC-Q 규격을 모두 충족하는 신뢰성 인증을 확보했다.
구조적 이점도 분명하다. 기존 필터는 발열이 심해 내부 온도가 100℃ 가까이 오르는 경우가 있어, 주변 부품 보호를 위해 에폭시 몰딩이 필요했다. 반면 이 제품은 발열이 크게 낮아 별도의 몰딩 없이도 설계가 가능하다. 그 결과 무게·원가·발열·사이즈 네 가지 측면에서 모두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적용 제품별 튜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기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였으며, 400~500W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가전·산업기기 영역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다.

관련 원천 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와 신뢰성 인증을 폭넓게 확보했다.

필터(우측)의 한계를 극복하고, 몰딩 없이도 콤팩트한 설계를
구현해 낸 능동형 EMI 제어 IC 적용 기판(좌측).
향후 확장 가능성도 높다. 전자파 노이즈를 감지·모니터링하는 센서 IC, 누설전류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기술, 고속 스위칭 환경에 최적화된 차세대 전력전자 솔루션 등으로 기술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필터 부품의 개선을 넘어, 전력전자 시스템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다. 마치 과거 녹음기·카메라·전화기가 각각 존재하던 시대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된 것처럼, EMI 대응 역시 수동 부품 중심에서 능동형 IC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엠코어텍은 능동형 EMI 제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전망한다. 전력 밀도가 높아지고 전자 시스템이 고속·고집적화되는 흐름 속에서, 수동형 필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산업의 보수적 관성을 넘어 혁신 기술을 먼저 채택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을지, 그 시험대 위에 능동형 전자파 제어 IC가 있다.

기술적 성숙도와 시장 환경이 동시에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전력 밀도나 스위칭 속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수동형 필터로도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고속 스위칭 전력 반도체, 고집적 가전이 늘어나면서 노이즈 특성이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반도체 공정 기술과 아날로그 설계 역량도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구현 난도가 너무 높았던 구조를 현실적으로 IC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습니다. 즉 기술과 시장이 동시에 ‘준비된 시점’이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보다 ‘신뢰를 얻는 과정’이 더 어려웠습니다. 전력전자 분야는 매우 보수적인 산업입니다. 수십 년간 검증된 방식을 바꾸는 데는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스템 안정성과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데 부담이 큽니다. 실제로 많은 엔지니어들이 테스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최종 채택 단계에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곳에서 실제 양산 사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연쇄 적용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용화는 기술 문제이기도 하지만, 산업 문화와 신뢰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필터 하나가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력전자 시스템 설계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노이즈를 ‘억지로 줄이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설계 자유도가 높아지고, 시스템을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동형 중심의 EMI 대응 구조가 점차 줄어들고, 능동 제어 기반의 플랫폼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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