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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
예타 폐지·보완으로 우리 산업 경쟁력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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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튜브’는 시속 10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다. 공기저항이 없는 튜브 내에서 자기력으로 부상해 주행한다.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어 ‘꿈의 열차’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기술개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연구개발의 당위성과 시급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word 이슬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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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준비 중인 하이퍼튜브 기술. 하이퍼튜브는 시속 1200km의 속도를 내는 꿈의 이동수단으로 불린다. 이를 이용할 경우, 서울과 부산 간 이동이 30분으로 단축된다.
최근 하이퍼튜브 연구개발R&D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예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예타에 가로막혀 지연되거나,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각종 R&D가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美 스타링크 치고 나갈 때, 韓 3년 만에 예타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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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R&D 예타폐지를 공식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R&D 사업의 예타를 전면 폐지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1999년 도입된 예타가 24년 만에 폐지되는 셈이다.

예타란 예비 타당성 조사의 줄임말로,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의 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 건전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만들어진 제도다. 현재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회간접자본SOC과 R&D 사업 등 국가 주요 사업에 대해 시행되고 있다.

예타를 신청하려면 5~10년간 계획과 연도별 목표 등을 제시해야 하고, 확정되면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니 장기 계획을 처음부터 제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획부터 예타 통과까지는 평균 3년 이상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R&D 속도전이 벌어지면서 과학계에서는 예타 제도를 개선·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경쟁국들이 빠르게 앞서 나가는 사이 우리나라는 예타 심사 등으로 인해 크게 뒤처지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실제 3수 끝에 지난 5월 예타에 겨우 통과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의 경우 2021년부터 예타 통과를 시도했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등이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음에도 기술개발을 시작조차 못했던 셈이다.

예타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예산이 크게 깎이면서 제대로 된 R&D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례로 작년 예타를 통과한 한국형 달착륙선 개발 사업은 예산이 6300억 원에서 53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예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획에 포함됐던 탑재체 개발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달 탑재체는 달 표면이나 천연자원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달 탑재체 개발이 빠지고 본체 개발만 예타를 통과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착륙선의 실질적인 임무 수행 목표조차 세우지 못한 채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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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첨단산업 기술협력 포럼이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을 비롯한 산학연 전문가 150여 명이 참석해 한국과 미국의 양국 기술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예타 폐지하되 1000억 원 이상 연구 R&D는 사전검토
이를 고려해 정부는 미래 핵심 분야의 신속한 연구개발 추진을 위해 예타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무분별한 R&D가 모두 진행되는 건 막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먼저 1000억 원 미만의 모든 신규 R&D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이 경우 500억~1000억 원 규모의 신규 사업 착수는 예타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000억 원 이상의 연구형 R&D 사업은 짧은 예산 심의 기간 중 심도 있는 검토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예산 요구 전년도 10월에 사업 추진 계획을 미리 제출받아 민간 전문가 중심의 사전 전문 검토를 실시하기로 했다.

부처별 R&D 예산 중복 수립 등을 방지하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법 개정을 함께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법,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이 필요하므로 실제 예타 폐지 수순을 밟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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