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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이 뒷받침한다
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혁신공정단
정병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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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2025년 디스플레이 산업 성공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행사를 준비한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현황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설명하며 ‘소·부·장 생태계’를 강조했다. 결국 소재·부품·장비의 기술력이 여러 글로벌 이슈로부터 우리 산업을 지켜낸다는 것이다. 산업부가 디스플레이 소·부·장에 지원을 더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소·부·장 산업 환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혁신공정단 정병화 단장을 만났다.

word 김아름 photo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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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테크노파크 디스플레이혁신공정단
정병화 단장
Q. 충청남도 보도자료에 따르면, 충남 디스플레이 산업 매출액이 전 세계 24%, 국내 53% 이상을 차지합니다.
충남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충남에는 세계 1위의 패널 제조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주요 협력사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전국 대비 생산 금액 1위, 사업체와 종사자 수에서 2위를 기록하는 것이 그 덕분이죠. 현재 지역 내 디스플레이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총 378개 사입니다.

충남은 2015년부터 지자체가 주도해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역 주력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산업에 필요한 전력이나 용수를 공급하는 데 유리하고 타 지역과 비교해 수도권에 인접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디스플레이 관련 학과를 보유한 대학이 총 11개로 인력 공급이나 산학 협력에도 이점이 큽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 봅니다.
Q. 충남이 디스플레이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된 것 역시 지자체와 산학의 노력 덕분이었네요.
소부장 특화단지 선정이 산업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요?
지난 2021년 2월 산업부가 선정하는 디스플레이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된 후 관련 네트워킹, R&D, 사업 기반 구축, 인력 양성 등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충남테크노파크를 비롯해 대학과 연구소, 협회 등 9개 기관이 추진단을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있죠.

현재 구축 중인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가 내년에 문을 열면 산학연 협의체를 통한 개발 지원과 대학 학부생 실습, 대학원 석박사 연계 과정, 기업 신입 인력 교육 등 다양한 인력 양성 사업을 더해갈 계획입니다. 또 최근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듈러 센터 사업이 인근 아산에 확정됨으로써, OLED 디스플레이와 협업할 수 있는 개발 인프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Q. 네, 그렇지 않아도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가 궁금했습니다.
현재 충남테크노파크 내에 디스플레이센터가 있는 상황이잖아요. 두 센터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세요.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헷갈릴 수도 있겠네요. 우선 운영 중인 디스플레이센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해당 센터는 아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의 초기 특성 평가 및 신뢰성 검증, 기업 지원 사업이 주요 역할입니다. 한편 구축 중인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는 2019년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어 현재 천안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공정률은 83%로 올해 9월부터 장비를 반입할 계획이며,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OLED 디스플레이 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해 소재와 부품, 장비 등을 개발하고 시작품을 전체 공정 가운데 반영해 검증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고도화되며 아주 미세한 차이가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소부장을 검증해보면,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가 출범한 2019년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컸던 해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그 시점부터 소·부·장 국산화에 더욱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70%까지 국산화율을 높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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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하반기에 문을 열 예정인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
디스플레이 소.부.장 및 패널 기업과 연계 가능한 2세대 OLED
공정 장비 및 시험평가 장비 63종 65대를 구축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간에 차이는 있지만, 대략 65~70% 정도까지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산화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 구분합니다. 첫째는 ‘지금’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을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 개발하지 않으면 ‘향후’ 수입에 의존해야 할 우려가 있는 품목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첨단 분야이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기술 수명이나 대체 주기가 짧은 편입니다. 따라서 지금 국산화율이 어느 정도 높아졌느냐, 떨어졌느냐에 집중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개발 역량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Q. 단장님께선 패널 기업에 근무하다가 이곳으로 오셨는데요, 실제 소·부·장 기업들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이라면 가늠이 되실는지….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소·부·장의 초격차 기술 없이는 초격차 패널이 나올 수 없다는 겁니다. 삼성과 LG 패널사에 공급되는 제품은 곧 세계 1위 기술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위해 패널사와 협력사 간의 공동 개발을 자주 진행합니다. 오랫동안 연구개발을 이어가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결국 각 기업의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OLED 양산 초기 시절에 증착 마스크 핵심 소재를 개발했는데, 당시 협력하던 P사의 경우 1년 가까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일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있기에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초격차 디스플레이도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Q. 관련 기업에 근무하셨기에 누구보다 산업계의 고충이나 원하는 지원책을 잘 아시겠네요.
네,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에서 TFT 공정 엔지니어, 신규 라인 기획, 연구 개발 및 OLED 전체 공정 관리 책임자까지 25년간 디스플레이 산업에 몸담아왔습니다. 물론 많은 선후배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패널사에서 개발과 양산에 전념했다면, 이제는 혁신공정센터를 통해 그간 도움을 받았던 협력사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듯하여 개인적으로 뿌듯한 마음이 큽니다.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는 내년 하반기부터 일부 공정에 대한 검증 및 지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현재는 생산 단계마다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센터 운영 기획안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 ❶ TFTThin-Film Transistor: 디스플레이의 기본 단위인 픽셀의 밝기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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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의 현재 국산화율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개발 역량 자체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Q. 최근 ‘2027년까지 디스플레이 소·부·장 전체 국산화율 80%로 향상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실제로 가능할까요?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부분에서 국산화율을 더 높일 것인지가 중요하겠습니다. 상대적으로 국산화율이 낮은 품목에 지원을 조금 더 집중한다면 좋겠습니다.

장비 측면에서 보면 노광기, 이온주입기Implanter❸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산화가 진행되었고, 소재·부품도 특정 국가의 의존도가 높은 폴리이미드Polyimide❹, 도펀트Dopant❺, FMM, OCA 등을 제외하면 장비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품목들을 국산화하기 위해선 전체 공정의 검증과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해결하는데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가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 ❷ 노광기: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중 회로를 그리는 공정에 사용하는 장비
  • ❸ 이온주입기: 특정 이온을 고속으로 웨이퍼에 주입해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을 변화시킨다.
  • ❹ 폴리이미드: 플렉서블·OLED 디스플레이의 유연한 기판을 만드는 소재
  • ❺ 도펀트: 반도체의 전기적인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불순물 원소
  • ❻ FMMFine Metal Mask: RGB 픽셀을 정밀하게 쌓아 고해상도 패턴을 만드는 금속 마스크
  • ❼ OCAOptically Clear Adhesive: 디스플레이 패널과 터치 센서를 결합할 때 사용하는 투명 접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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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 중인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 제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정병화 단장과 소속 팀원들.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장비들이 도입될 예정이다.
Q.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을 떼어놓고 설명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글로벌시장에서 실제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깝지만 중국의 추격은 사실이고 2021년에는 판매 금액 기준으로 우리를 앞섰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OELD 시장에선 우리가 압도적인 차이를 내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14억의 내수시장이 있으니까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LED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변곡점에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행히 OLED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와 무기발광iLED 디스플레이 모듈러 센터를 중심으로 특화단지 인프라가 구축되고 산학연 R&D 네트워크도 보다 활성화된다면, 현시점을 상승 기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일하고 계시는 동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요?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의 수장으로서 <테크 포커스> 독자들을 위한 메시지도 좋습니다.
지금의 국내 디스플레이 현장만을 놓고 보면 그리 좋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니, 산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모바일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모빌리티 등 다양한 폼팩터Form Factor❽의 기회가 있고, 경쟁국과의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지속해 나간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독자들 그리고 국민을 위해, 디스플레이혁신공정센터를 잘 구축하겠습니다. 센터를 통해 중소·중견 기업의 디스플레이 소·부·장 개발품을 지원하고 R&D와 인력 양성에 힘을 보태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❽ 폼팩터: 디스플레이 장치의 물리적 형태와 구조. 평면, 곡면 등의 모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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