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망 안정 품목의 특정국 수입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소부장 및 공급망 안정화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으로 구체적으론 수입의존도, 산업 영향 등을 고려해 반도체 희귀가스, 흑연, 희토 영구자석, 요소 등 185개 공급망 안정 품목을 선정하고 이들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2022년 평균 70%에서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word 이슬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글로벌 공급망이란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분업해 제품을 기획하고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 가공, 생산해 최종 고객에게 전달하는 구조를 말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기업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효율과 이익을 극대화해준다. 그러나 미·중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그간 탄탄해 보였던 글로벌 가치사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공급망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2022년 기준 소부장 수입 품목 4458개 중 수입액 100만 달러 이상, 특정국 수입의존도 50% 이상 품목은 무려 39%에 해당하는 1719개에 달했다. 특히 수입의 5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930개나 된다. 요즘처럼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요소수 사태’나 ‘흑연 사태’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수입이 막히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2022년 소부장 수입 품목 4458개 중 수입액 100만 달러 이상,
특정국 수입의존도 50% 이상 수입 품목은 무려 39%에 해당하는 1719개였다.
특정국 수입의존도 50% 이상 수입 품목은 무려 39%에 해당하는 1719개였다.
공급망 3050 전략을 만들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인 1719개 품목 중 산업에 미치는 영향, 대체 가능성, 중장기 수급 전망 등을 검토해 185개의 공급망 안정품목을 선정했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19개), 반도체(17개), 디스플레이(12개), 자동차(11개) 등이 꼽혔고, 구체적으론 반도체 희귀가스, 인조·천연 흑연 등 산업생산에 필수적 소재는 물론 희토류(희토 영구자석), 수산화리튬 등 핵심 광물 가공 소재, 요소와 같은 범용 소재까지 모두 포함됐다.
공급망 3050 전략의 계기가 된 ‘공급망 3법’이란?
산업 공급망 3050 전략은 ‘공급망 3법’ 체계가 완성된 것과 궤를 함께한다. 공급망 3법이란 △소부장특별법(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공급망기본법(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 법안) △자원안보법(국가자원안보 특별법) 등 세 개 법안을 통칭한다.
소부장특별법
먼저 소부장특별법은 2001년 제정돼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개정됐고, 2021년 일몰 예정인 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한 것이다. 공급망 3법 중 가장 먼저 완성됐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소부장 품목 중 특정국 수입의존도가 높거나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을 ‘공급망 안정 품목’으로 선정하고, 기술개발과 생산시설 구축, 수입선 다변화, 해외 인수·합병 등 우리 공급망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급망 안정 품목의 재고와 수급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업에 해당 품목의 재고 확대를 권고할 수도 있다.
공급망기본법
공급망기본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기금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1년 예산은 10조 원이고, 이 기금은 핵심 광물 대부분을 특정 국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광산 개발 투자자금을 지원하거나 수입선 다변화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쓰인다.
자원안보법
마지막으로 자원안보법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에너지 및 자원 위기에 개별법으로 대응하면서 공급망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법을 토대로 평소에는 핵심 자원의 비축 정도를 측정하고 공급망의 변화와 약점을 분석하며, 공급망 위기 발생 시에는 긴급 대응 조치를 통해 해결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원안보협의회도 구성된다.
‘8대 산업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이렇게 완성된 공급망 3050 전략은 크게 △자립화 △다변화 △자원 확보로 나뉜다. 국내에 생산 기반을 만들거나 기존에 생산하고 있던 물량을 확대하고, 제3국과의 협력을 통해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기술개발이나 비축 확대를 통해 자원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❶이차전지 음극재(인조·천연 흑연) ❷이차전지 양극재(황산니켈, NCM 전구체, 수산화리튬) ❸반도체 소재(형석, 무수불산) ❹반도체 희귀가스(네온, 크립톤, 크세논) ❺희토 영구자석(희토류, 영구자석) ❻요소 ❼마그네슘 ❽몰리브덴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이고 공급망 불확실성이 큰 8개 소재에 대해선 ‘8대 산업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이다.
최근 문제가 된 요소수 사태 예를 들어보자. 먼저 정부는 요소수 자립화를 위해 국내 기업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을 모색한다. 그런 한편 다변화를 위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대체처를 발굴하고 제3국에서 수입하는 기업에게 운송비를 지원한다. 제3국으로부터 수입을 희망하는 기업에겐 공동구매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자원 확보를 위해 조달청은 차량용 요소를 현재 갖고 있는 3000톤 물량에서 1만2000톤까지 늘려 비축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