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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그 혁신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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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없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IT 전시회 CES가 열렸다.
그해의 최신 가전제품을 위한 런웨이 역할을 톡톡히 하는 CES. 이미 그 역사도 6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어떤 혁신 제품들이 CES를 거쳐갔을까?

word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는 대부분의 매체에서 가장 주목하는 행사 중 하나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했던 거의 모든 가전제품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던 자리이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 에서 조직하며, 현재는 통상 미국 네바다주 윈체스터의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CES는 꽤나 오래된 행사다. 제1회 행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인 1967년 6월 뉴욕에서 열렸다. 이때는 시카고 뮤직 쇼의 부대행사였다. 당시 참가 인원은 1만7500명이었고 100여 개사가 자사 제품을 출품했다. 기조연설은 모토롤라 회장이던밥 갤빈이 맡았다.

1978년부터 1994년까지는 동계(1월, 라스베이거스)와 하계(6월, 시카고)로 나뉘어 연 2회 개최되었다. 1995년에는 동계 행사만 열렸는데, 그해 처음 열린 E3 게이밍 쇼에 밀려 하계 행사의 인기가 떨어져서였다. 1996년에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다시 하계 행사가 열렸으나 참가사는 크게 줄어들었다. 1997년 하계 행사는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춘계 COMDEX(통신 및 데이터처리 전시회)와 연계할 예정이었지만 참가사 부족으로 취소되었다. 이후 1998년부터 이 행사는 연 1회만 열리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 중 하나인 것은 변함이 없다.

CES는 지역 행사 격으로 아시아 행사도 있었다. 2019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CES 아시아 1회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그 이듬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현재까지 후속 행사는 열리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CES의 주요 출품작과 트렌드를 간략하게 돌아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그간의 가전제품 기술력의 발전까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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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70년대가정용 전자기기의 등장
1967년 제1회 CES에서는 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s, IC 를 탑재한 포켓 라디오와 TV가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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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행사에서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가정용 VCR인 N1500 비디오카세트리코더.
1970년 행사에는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세계 최초의 가정용 VCR인 N1500 비디오카세트리코더를 선보였다. 그이전까지 VCR의 단가는 무려 당시 돈으로 약 6천만 원에 달해, 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필립스사가 내놓은 VCR의 가격은 불과 900달러였다.

1977년 행사에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인 ‘아타리 VCS(Video Computer System, 훗날 아타리 2600으로 개칭)’가 출품되었다. 제2세대 비디오 게임기에 속하는 아타리 게임기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등의 게임을 실행시킬 수 있었다. 이게임기는 개량을 거듭하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인기를 끌었다.

1979년 행사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당시 24세였던 빌 게이츠가 CES에 처음 출장해 애플 II 컴퓨터용 BASIC 컴파일러를 소개하기도 했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개발한 TI-99/4 퍼스널컴퓨터도 출품되었다. 향후 불어닥칠 퍼스널컴퓨터 시대를 예고하는 제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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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에 열린 CES의 첫 번째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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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행사에는 당시 24세였던빌 게이츠가 CES에 처음 출장해 애플 II 컴퓨터용 BASIC 컴파일러를 소개했다.
1980년대퍼스널컴퓨터의 시대
1981년 행사에는 필립스와 일본 소니사가 공동 개발한 CD플레이어가 처음 공개되었다.

1982년 행사에는 코모도어사의 8비트 가정용 컴퓨터인 코모도어 64, 제너럴 컨슈머 일렉트로닉스사의 비디오 게임기 벡트렉스가 공개되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퍼스널 컴퓨터 보급 열풍을 반영하듯, 콜레코 아담(1983년 행사), 아미가(1984년 행사) 등 퍼스널컴퓨터가 연속적으로 나왔다.

1985년 행사에는 일본 닌텐도사가 그 유명한 비디오 게임기 NES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를 선보였다. NES는 당대에 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사의 비디오 게임기인 패밀리 컴퓨터의 미국형이었다.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신작을 선보이며, 미디어 믹스까지 활발한 장수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바로 이 NES·패밀리 컴퓨터의 주력 게임 중 하나였다.

1988년 행사에는 매우 특별한 손님이 왔다. 소련제 비디오 게임 ‘테트리스’가 이 해 행사를 통해 미국 무대에 공식 데뷔한 것이다. 작다면 작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동서 냉전의 종말이라는 큰 의미가 담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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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만든 비디오 게임 ‘테트리스’는 1988년 CES 행사를 통해 미국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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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행사에서 첫선을 보인 일본 닌텐도사의 비디오 게임기 NES.
1990년대사랑을 독차지한 비디오 게임
1980년대가 퍼스널컴퓨터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비디오 게임의 약진이 돋보였다.

1991년 행사에는 세가 Sega 의 메가 드라이브(제네시스)용 비디오 게임 ‘존 매든 풋볼’(일렉트로닉스 아츠사 개발)이 공개되었다. 유명 풋볼 선수인 존 매든(1936~2021)이 개발에 참여한 이게임은 크게 성공하면서 이후 계속적으로 후속작을 내는 시리즈물이 된다.

같은 해에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 기어, 닌텐도와 소니가 공동 개발한 CD롬 rom 사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시제품도 공개된다. 그러나 이후 닌텐도와 소니 간의 제휴 관계가 깨지면서, 플레이스테이션의 상품명은 소니가 가져가게 된다. 일본 NEC의 터보그래픽스 16, 세가 메가 드라이브, SNK 네오지오 등의 게임들이 이 해 CES의 상석을 차지했다.

1992년 행사에는 오늘날까지도 유명한 슈퍼 패미컴용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공개되었다. 같은 해 공개된 애플의 뉴튼 메시지패드는 PDA와 스마트폰의 머나먼 선조 격으로 여겨진다. 필립스식 카세트테이프를 이을 새로운 녹음 매체로 소니가 개발한 미니디스크, 필립스·마츠시타가 공동 개발한 디지털 콤팩트 카세트가 공개된 것도 이 해였다. 그러나 둘 다 오래가지는 못하고 사라졌다.

1998년 행사는 차세대 영상 매체의 기술 표준을 놓고 DVD 포맷과 DIVX 포맷이 벌인 경쟁이 주된 볼거리였다. 그리고 이때도 이미 승자는 기능과 가격 면에서 뛰어난 DVD 포맷임이 확연했다. 단적인 예로, 이 해 행사에 DIVX 포맷 플레이어를 출품한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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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행사에는 오늘날까지도 유명한 슈퍼 패미컴용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공개되었다.
2000년대가전제품의 화려한 진화
1999년에 지구가 망한다는 예언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살아남았다. 특히 가전제품은 세기가 바뀌자 더욱 화려하게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역시 개인용 디지털 촬영 장비와 그 관련 기술의 약진이었다. 2003년 행사에서만도 메모리스틱 프로(소니·샌디스크 공동개발), 어도비 포토샵 앨범, 펜탁스 옵티오 S 디지털 카메라, 소니 DVD 핸디캠 캠코더, 올림푸스 뮤 계열 디지털 카메라(u10D, S300D, u300D, 400) 등이 출품되었다. 손에 디지털 촬영 기기 하나씩은 들고 다니던 것이 2000년대의 세계적 유행이었다.

2004년 행사에는 블루레이 디스크 포맷이 공개되었다. 블루레이 디스크 포맷은 훗날 HD DVD 포맷(2006년 등장)과 기술 표준 경쟁을 벌여 이기게 된다.

2005년 행사에는 우리 기업 삼성전자의 102인치급 플라즈마 TV가 공개되었다. 2008년 행사에는 파나소닉의 150인치급 플라즈마 TV가 나왔다. TV 체급 경쟁은 이때도 불꽃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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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개인용 디지털 촬영 장비와 그 관련 기술이었다. 사진은 소니 핸디캠 캠코더의 초창기 모델.
2010년대~현재모바일기기와 로봇 그리고 AI
2010년대 이후는 모바일 기기와 로봇의 시대였다. 태블릿 PC, 스마트폰, 드론의 시대가 온 것이다. 2011년 행사에서는 모토롤라의 줌 Xoom 태블릿 PC가 베스트 오브 쇼 상을 탔을 정도였다. 같은 해 LG의 레볼루션, 삼성의 인퓨즈 4G, HTC의 썬더볼트, 소니 에릭슨의 엑스페리아 아크, 모토롤라의 CLIQ 2, 드로이드 바이오닉, 아트릭스 4G 등 무수한 스마트폰이, CES 2024에서 공개한 혼다의 새로운 전기차.

행사장을 장식했다. 그 전해인 2010년에는 아이폰으로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패럿 AR 드론이 출품되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가 휘어지는 OLED 디스플레이 윰(Youm)을 선보여 오늘날의 ‘폴더블폰’을 예고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아바타>의 성공으로 각광받은 3D TV도 2010년대 초반의 유행이었다. 2011년 행사에서는 미쓰비시, 도시바, 삼성전자, LG 등이 앞다투어 3D TV를 출품했다. 3D TV 채널인 3넷도 선보였다. 하지만 알다시피 3D TV 유행은 몇 년 가지 못했다. 비싼 가격, 빈약한 콘텐츠, 덜 성숙된 기술, 사용의 불편함 등이 복합된 총체적 난국이었다. 스마트 주택, 자율주행차 등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면에서 실로 많은 제품이 나온 것도 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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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에서 공개한 혼다의 새로운 전기차.
2010년대 후반 이후 현재까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동차 제작회사들이 완제차를 가지고 오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바퀴 달린 컴퓨터 내지는 로봇’이라고 불릴 만큼 전자기기의 비중과 통합 정도가 높아진 오늘날 자동차의 속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인공지능으로 달리는 본격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말이다.

2020년대에 들어 CES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팬데믹 기간 중 많은 출품사들이 비대면 전시를 실시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팬데믹은 우수한 전자기술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욱 높여놓았다. 이번에 열린 CES 2024는 4300여 개사(스타트업 1400여 개 포함)가 자사의 가전제품을 출품하고, 13만5000여 명의 관람객이 참가했다.
명실공히 역대 최대 규모였다. 혁신 기술이 바꿔놓을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CES를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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