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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Best Practice
비만을 삼키는 알약,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K-바이오 기술
바이콘테크 기반 단백질 약물의 경구투여 제품화 기술 개발
㈜디앤디파마텍
김아름 사진 김기남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 격 제품인 위고비Wegovy는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감량 효과를 실제 경험했다고 알려지며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GLP-1 계열의 비만 치료 주사제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동시에 다음 단계, 즉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주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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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명

바이콘테크 기반 단백질 약물의 경구투여 제품화 기술 개발

제품명(적용 제품)

MET-002o(DD02S)

개발기간
(정부과제 수행기간)

2020.07.01~2025.03.31.

총 정부출연금

45억6100만 원

개발 기관

㈜디앤디파마텍

참여 연구진

이슬기, 임성묵, 박은지, 신재희, 전옥철, 진주현, 윤진호, 최수영, 김남희, 우수민, 오명진, 양혜경, 이환희, 최지영, 김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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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정리
펩타이드
수십 개 이하의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구조. 작은 단백질 조각이라 할 수 있다.
GLPGlucagon-Like Peptide-1
식사 후 체내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GLP-1 계열 치료제
체내 호르몬을 모방해 만든 펩타이드(단백질) 기반 약물.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고 장에선 쉽게 흡수되지 않아 주사제 형태로 직접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꿈의 알약? 경구용 제제를 둘러싼 기대와 한계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는 단연 ‘경구용(먹는) GLP-1 제제’다. 이는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주사기 사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낮춤으로써,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제품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리벨서스Rybelsus. 이 약은 2019년 당뇨병 치료제로 처음 허가를 받았으며, 이후 체중감량 효과가 입증되면서 비만치료제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애뉴얼 리포트 2024>에 따르면 리벨서스가 기록한 한 해 매출은 233억100만 크로나(약 3조3000억 원). 직전 해인 2023년과 비교해 24% 증가한 수치다. 눈여겨볼 점은 이 약의 체내 흡수율이 단 0.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치료제에 대한 세계적 수요와 환자들의 선호도가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비만 유병률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세계비만연맹WOF, World Obesity Federation은 “203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드러나는 만큼, 질병으로서의 비만을 치료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과는 달리 여전히 ‘제대로 된’ 경구용 GLP-1 제제는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가 입을 열었다.

“GLP-1 계열 치료제의 주성분인 펩타이드는 분자량이 크고 소화기관 내에서 쉽게 분해됩니다. 장의 벽을 통과하는 것도 어려워 대부분 주사제로 투여되고 있죠. 현재 시판 중인 경구제는 흡수촉진제를 사용하거나 용량을 늘려 흡수량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지만, 이 경우 약물 안정성이나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펩타이드 경구 흡수의 새로운 기술, 바이콘테크
이 대표가 펩타이드의 경구 흡수율을 높이는 연구를 마친 시기는 2000년대 초반. 당시 1%라는 높은 흡수율을 달성했지만, 그 기술은 학문적 성과로만 남았다. 이후 GLP-1 계열 치료제가 체중감량 효과로 주목받자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급증했고, 이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상업적으로도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고 확신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24년 약 20조 원(150억 달러) 규모에서 2035년에는 약 200조 원(1500억 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것처럼 흡수율과 안정성이 뛰어난 경구용 제제가 등장한다면, 이 폭발적인 시장에서 놀라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투입한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경구용 GLP-1 제제의 흡수율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상황. 한국의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은 어떻게 이 난제를 해결한 걸까? 이 대표는 비타민에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몸의 소장에는 특정 영양소만 통과시켜주는 ‘전용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비타민은 이를 통해 거의 100% 흡수된다”라고 설명했다.

‘펩타이드 약물도 수용체를 이용해 흡수시킬 수 있다면!’

이 대표는 비타민이 특정 수송체를 통해 혈액 내로 흡수될 때 펩타이드가 함께 흡수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렇게 탄생한 기술이 바로 ‘바이콘테크’다. 특히 비타민 계열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결합력이 뛰어난 바이오틴Biotin(비타민 B군)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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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는 수용체가 특정 물질을 흡수할 때
펩타이드를 함께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이 국민 건강의 토대로
디앤디파마텍은 산업부와 KEIT의 연구 지원을 통해 바이콘테크를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하고, 대동물 대상 비임상시험도 진행할 수 있었다.

“펩타이드 원료 확보와 대동물 실험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입니다. 당장의 수익 모델보다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제인데, 정부의 지원 덕분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어요.”

과제 선정 당시 디앤디파마텍이 보유한 기술은 소동물 실험 기준 1% 흡수율에 머물러 있었지만, KEIT의 지원을 바탕으로 아미노산 구조 설계, 흡수제와 부형제 조합 등을 최적화하며 약효 지속성과 체내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성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다. 2024년 중반, 과제 종료 기한보다 6개월 앞서 대동물 실험에서 5%의 흡수율을 달성한 것이다.

이 기술은 현재 ‘오랄링크ORALINK’라는 이름으로 정식 플랫폼화되었고, GLP-1 계열 치료제를 경구용 제제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는 “오랄링크는 비만뿐 아니라 신장질환, 수면장애, 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확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오랄링크로 완성한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를 미국의 바이오기업 멧세라Metsera에 기술 이전했으며, 현재 북미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멧세라와의 파트너십 역시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KEIT 과제는 기술력의 진정한 가능성을 제대로 증명한 사례가 되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 기금이 다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기술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며 말이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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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 이슬기 대표
100% 흡수되는 주사제와 달리 경구용은 최대치가 5%인 셈이다. 흡수율이 치료 효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일반적으로 주사제는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데, 이때 투여된 약물이 체내에 머물러 지속해서 작용한다. 반면 경구용 제제는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데, 한 번에 흡수되는 양은 적더라도 매일 꾸준히 복용하면 체내에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한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펩타이드가 몸속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되어, 계속 복용할수록 체내에 누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에 유사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 우려되는 점은 없는가?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이미 다양한 제품이 출시된 만큼 긴장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출시되었거나 곧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제품들과 비교해봐도, 우리 기술의 강점이 우세하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내놓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라고 생각한다. 조금 늦더라도 기술력으로 충분히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 있다면?
가장 큰 과제는 약효를 유지하면서도 흡수율과 지속시간을 높이는 것이었다. 펩타이드는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구조로, 굉장히 민감한 분자다. 아미노산 하나만 바뀌어도 약효가 사라질 수 있으므로 분자구조를 아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는 과제 시작 전부터 어려웠던 부분이고, 흡수율을 높여갈수록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어나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기술을 확보하는 데만 5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고 어려움도 컸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과정 자체가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시 하라고 하면 망설여질 만큼 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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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은?
비만,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당뇨병 등 의학적 수요가 높은 만성질환 영역에서 안정성 높은 펩타이드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GLP-1 계열 의약품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오랄링크’를 주요 기술로 글로벌 파트너사와 임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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