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분해성 전자약
생분해성 전자약은 몸속에 삽입할 수 있는 전자기기가 마치 약처럼 녹아서 없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앞에서 언급한 치료법에 따른 장·단점을 살펴볼 때,
생분해성 전자약은 표에 나온 삽입형 전자기기의 모든 장점(표적성, 반복적 치료 가능성, 정밀 제어 가능성)을 지니면서 약과 같이 몸속에서 녹아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삽입형
전자기기의 가장 큰 단점인 이식 관련 만성 합병증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분해성 전자약이 실제로 적용되면 치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하나의 예가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Temporary Cardiac Pacemaker다.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는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 기간 동안 심장의
기능을 도와주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삽입형 전자기기다. 약 2주에서 한 달의 기간이 지나 심장이 완전히 회복되면 몸에서 제거하기 때문에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라 불리며,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있는 신생아에게도 적용되는 범용적인 전자기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이미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2가지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몸을 관통하는 기기의 구조에 의한 위험성이다. 현재 상용화된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는 외부에 컨트롤러가 있고, 컨트롤러에 연결된 전선이 피부를 관통해 심장에 꽂혀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전선이 피부를 관통하다 보니, 환자의 움직임이 제한을 받거나 관통 부위에서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위험성은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약 2주의 치료 기간이 끝나면,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당겨서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를 제거한다. 문제는 2주간의 이물
반응으로 인해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가 꽂혀 있는 부위 주변에 자란 섬유화 조직Fibrotic Tissue이 전선을 붙들어 심장의 연결부위가 뜯겨나가거나 단선이
되는 상황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분해성 전자약의 한 종류로 생분해성 임시 심장박동 조율기를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전자약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약’이기 때문에 외부에 연결되는 전선
없이 몸속에 삽입이 가능하다. 그 결과 감염 위험을 줄임과 동시에 환자도 움직임에서 훨씬 큰 자유도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생분해성’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제거 수술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치료를 마치고 약처럼 몸속에서 스스로 녹아 무해하게 없어질 수 있다면, 그동안 제기되었던 제거 수술과 관련된 대부분의 위험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임상 기기
경피적 하드웨어를 통한 작동
위험한 제거 수술
새로운 기기(생분해성 전자약)
피부 관통 없이 무선으로 작동
제거 수술 없이 생체 흡수
더 나아가 생분해성 전자약은 기존의 치료 효능을 한 단계 향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해 신경 손상을 입은 환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런 환자는 일반적으로 수술을 통해
끊어진 신경을 이어 붙인 후, 수술 과정 중 잠깐 동안 신경에 전기자극을 가한다. 그 잠깐의 전기자극이 신경의 회복 속도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짧은
전기자극도 신경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지속적인 전기자극은 신경 회복에 더 큰 효능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의사와 과학자들이 이러한 가설을
검증해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속적인 전기자극을 위해 몸속에 전자기기를 삽입해둘 경우, 이식 관련 만성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경 회복 이후 다시 살을 째고
몸속에 있는 전자기기를 제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분해성 전자약이 상용화된다면 전혀 다른 치료가 가능해진다. 수술 과정 중 전자기기를 손상된 신경에 연결해두면, 상처를
봉합하고 나서도 무선으로 여러 번 전기자극을 줄 수 있고, 신경이 회복된 후 생분해성 전자약은 체내에서 녹아 없어지게 된다. 최근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수술 중 한 번 자극을 줄
때보다 생분해성 전자약 삽입을 통해 여러 번 전기자극을 주었을 때 신경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추가적인 제거 수술 없이 신경의 회복 속도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생분해성 전자약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무엇일까? 바로 ‘신소재’에 대한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