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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20년 뒤
우리는 뭘 먹고 살게 될까?
우아영 과학 칼럼니스트, <평행세계의 그대에게> 저자

전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어섰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 다양성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제기돼온 식량 위기가 현실화될 조짐이 보인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가게 될까. 인류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이른바 ‘푸드테크’에 대해 살펴본다.

음식의 미래

라리사 짐버로프 글 / 제효영 옮김 / 갈라파고스

호기롭게 채식을 선언한 적이 있다. 피부가 예민해서인지 두드러기로 건강 적신호가 켜지곤 했다. 이런 몸에는 육식이 좋지 않다고 어디선가 읽었고, 과하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육류가 지구를 얼마나 빨리 망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던 때였다.

결론만 말하면, 3개월도 못 갔다. 무엇보다 습관처럼 즐기던 ‘치맥’을 끊기가 어려웠다. 갓 튀긴 치킨을 한입 바사삭 베어 물면 고소한 튀김 기름과 육즙이 어우러져 혀에 착 감긴다. 차고 알싸한 맥주를 한 모금 털어 붓고 꿀꺽 삼키면 깊은 만족감이 차오른다. 과연 한국인의 애환을 달래주는 맛이다.

자, 그래서 매년 국내에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도축되는 닭이 무려 10억 마리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닭들을 기르느라 막대한 토지, 물, 전기, 곡물이 소비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과도한 육식이 전 세계적인 습관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동물에게 미안하다고, 지구가 걱정된다고, 사람들이 갑자기 지역 농산물로 완전 채식을 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식량 위기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다.

푸드테크 창업가들을 만나다

이 책은 그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첨단 식품 기술, 소위 ‘푸드테크’에 대한 진지한 취재기다. 제1형 당뇨병 환자로 어릴 적부터 음식 성분 하나하나에 민감했던 라리사 짐버로프는 다양한 ‘실험실 식품’이 개발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꼼꼼하게 취재해 책에 담았다.

이미 상용화된 식물성 고기부터 해조류, 균류, 완두콩 단백질, 대체 우유와 대체 달걀, 음식물 업사이클링, 수직농업, 세포 배양육까지 다양한 푸드테크가 하나씩 등장한다. 창의적인 첨단기술에 대한 찬탄이 이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저자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들은 이렇다.

“이러한 실험실 음식을 마음 편히 신뢰해도 될까? 실험실 음식들은 모두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실험실 음식이 생산·유통·소비·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지구 환경은 어떻게 나아지고 있을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조금도 없는 것일까?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내놓는 이들을 우리는 얼마나 믿어야 할까?”

초가공식품이 미치는 아직 ‘불확실한’ 영향

생각할 거리를 무수히 던지는 책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영양학자들이 초가공식품을 우려하는 이유는 끓이고 거르고 첨가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빠져나가거나, 더 나쁘게는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험식 음식은 초가공식품일 수밖에 없다. 임파서블푸드사의 채식 버거 패티를 이루는 17가지 재료는 각기 다른 업체에서 생산되며, 일부는 특정 감각을 모방하는 것이 목적인 첨가물이다.

유전자 변형 철이 포함된 단백질 성분인 ‘헴Heme’에 가장 큰 우려가 제기된다. 소고기와 비슷한 풍미가 나는 헴은 혈액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이다. 아미노산과 당류, 지방산에 스파크를 일으켜 미각이 고기라고 느끼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촉매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육류에서 나온 헴 철을 다량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31% 높다. 그리고 채식 버거에 함유된 헴의 잠재적 위험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과학보다는 정치일지도

현실을 돌아본다. 동물 사료로 쓰이는 식물이 재배되는 땅의 면적은 미국에서만 5600만 에이커에 이른다. 사람이 먹는 식물이 재배되는 땅은 400만 에이커 정도다. 요컨대 현재 생산되는 식량은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인데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실험실 음식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산업화된 식품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신생 업계가 거대 식품기업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르는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느끼게 만들면서도, 실제로는 대기업과 똑같이 소비자를 간편식과 값싼 저품질 고열량 스낵이 가득한 진열장 앞으로 안내하니까.

저자는 이들 기업이 기자인 자신이 던진 질문에 기업 기밀이라서, 소비자가 어떤 특정 사실을 알면 제품이 덜 팔리니까, 기자의 의도가 의심스러우니까 등등 각종 이유로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고 여러 번 밝혔다. 이른바 실험실 음식들은 과연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가 매일 먹고 사는 ‘음식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소비자인 우리가 앞으로 묻고 요구하는 것에 달렸다.

#푸드테크#실험실음식#식량위기#채식버거 #음식물업사이클링

세계의 끝 씨앗 창고 - 스발바르 국제종자 저장고 이야기

캐리 파울러 지음 / 허형은 옮김 / 마농지 펴냄

130m 얼음 터널 끝에서 씨앗을 지킨다는 것

인류의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을 폭넓게 ‘푸드테크’라고 한다면 ‘국제종자저장고’ 이야기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북극점에 가장 가까운 거주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뼈가 시리도록 춥고 황량한 이곳의 영구 동토층 암반에, 130m 길이의 터널을 뚫고 커다란 건물을 지었다. 입구에는 녹색 판유리가 반짝이고, 건물 안쪽에는 냉각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기후 위기, 자연재해, (핵)전쟁, 테러 등으로 인한 식물 멸종에 대비해 인류의 식량과 작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씨앗 방주’, 바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다.

종자 보존은 왜 중요할까. 이 저장고는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 걸까. 이 책은 국제종자저장고의 아이디어 단계부터 건립과 운영까지 전 과정을 이끈 캐리 파울러가 이런 질문들을 탐색하는 책이다. 저장고 구석구석에서 분투해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면서, 농업의 토대이자 인류 생존의 핵심 자원인 작물 다양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호소한다.

#국제종자저장고#스발바르#종자보존##작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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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루안 웨이 지음 / 정지영 옮김 / 미래의창 펴냄

왜 식량 위기가 생겨날까?

지금까지는 식량 위기를 아프리카 기아 문제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전 세계 인구가 마주한 실질적인 위기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국가의 주식인 밀 공급이 중단되면서 세계는 곡물 가격 급등과 함께 식량 수급에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터무니없는 식량 생산 및 소비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책은 전쟁이 붕괴시킨 세계 식량 시스템이 인간의 생존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짚어낸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곡물 생산지, 거대한 육류 소비가 초래한 곡물시장 왜곡, 기후변화가 곡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 바이오 연료가 불러온 새로운 농산물 쟁탈전, 아프리카 농업을 무너뜨린 미국과 유럽의 곡물 전략, 그리고 막대한 인구를 떠받치는 공업화된 농업구조까지. 인간이 행한 요소들이 어떻게 세계를 굶주리게 만드는지 살펴본다.

#곡물전쟁#기후위기#지속가능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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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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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밥상 혁명 푸드테크 - 식품산업 편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가 전하는 첨단 식품산업 이야기. 이 강연에 따르면 푸드테크란 디지털 시대 첨단기술을 융합해 기존의 먹거리와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식물성 대체육처럼 새로운 음식을 직접 만들어내는 기술뿐 아니라 음식의 생산과 유통에 관련한 기술, 즉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 식단, 팜테크, 친환경 패키징, 음식물 처리 시스템까지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실제 기업을 예로 들어 최신 푸드테크 관련한 산업 동향까지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개인맞춤식단#팜테크#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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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없는 혁신, 미래의 푸드 시스템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푸드테크는 뭐니 뭐니 해도 ‘대체육’이다. 늘어난 인구는 고기 단백질을 끝도 없이 욕망하지만, 동물을 소비하는 식생활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같은 대유행 감염병과 관련이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음식의 미래>를 쓴 라리사 짐버로프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계속 침범하는 행위를 줄이는 건 뭐든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적었다. 박유헌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가 육식 혁신 기술, 특히 배양육에 대해 강의한 영상이다.

#대체육#식물성고기#배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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