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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자동화부터 맞춤형 재배까지
스마트팜으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다
김상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
김승호 사진 이승재

데이터 기반의 무인 농업부터 인공지능이 해석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까지. 스마트팜은 더 이상 편리하기만 한 농업기술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는 스마트팜 연구로 농업 첨단화를 이끌며, 산업화 가능한 작물 재배 솔루션과 고부가 작물 개발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전통 농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도전에 매진하고 있는 김상민 센터장을 만나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본원이 서울에 있고, 국내에 분원으로 전북 분원과 강릉 분원 천연물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천연물연구소에는 세 개의 센터가 있으며, 그중 하나가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입니다.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에서는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천연물 소재 작물의 생산과 표준화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명칭에 ‘천연물’이란 단어를 사용한 곳은 정부 출연 연구소 중에 저희가 유일하며, 천연물 연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천연물 범위는 굉장히 넓습니다. 그중 인간에게 이롭게 활용되는 소재와 활용 방법을 찾는 게 연구소가 하는 일입니다. 천연물 발굴 단계부터 효능·성분 분석, 소재화, 추출 가공, 최종 산업화까지 전 주기 과정을 모두 천연물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 ❶ 천연물 : 자연으로부터 오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의 생물체에서 얻은 모든 2차 대사 산물.
센터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나요?
저는 주로 연구 기획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도 대학 연구팀처럼 개별 연구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팀은 PI(책임연구원)를 중심으로 학생, 박사후연구원 등이 함께 연구를 수행합니다. 실질적인 연구는 각 팀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며, 저는 센터 전체의 방향성을 잡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내외 스마트팜 트렌드와 선진 기술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센터 내 박사님들과 협의해 연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그와 동시에 제 연구팀과 함께 개인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센터 운영이 바쁘지만, 연구는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프로젝트를 유치해야 하며, 그 출발점이 기획입니다. PI에게 연구 기획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죠. 이를 위해서는 기술 트렌드를 잘 읽고, 정부의 연구개발 방향성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마트팜 분야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마트팜 연구는 천연물 연구의 연장선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강릉 분원에 처음 왔던 2008년에는 스마트팜 파트가 없었고, 당시에는 천연물 소재를 발굴해 효능을 분석하고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이 노지 재배 원료의 품질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침 정부 과제로 식물공장 기반 스마트팜 연구가 시작되던 시점이었고, 이를 계기로 2014년부터 과기부 지원을 받아 스마트 U팜 연구를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KIST 자체 과제를 거쳐 2015년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 사업에도 선정되며, 본격적인 스마트팜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다양한 첨단기술이 융합된 분야입니다. 현재 센터에서 연구하고 있는 핵심 기술과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저희 센터에서는 두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스마트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스마트팜 무인 자동화 기술, 다른 하나는 천연물 소재 식물의 생산 및 기능 성분 증대를 위한 파이토파운드리 기술입니다.

우선 스마트팜 무인 자동화는 향후 3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입니다. 현재 센터 내 스마트팜에서는 약 450계통의 토마토를 재배하며, 실시간 생장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적심, 적엽, 수확 등 농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도록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는 3D 피노타이핑이라 불리는 기술이 활용됩니다. 식물 상태를 3차원으로 모델링해 데이터화하는 기술로, 자동화의 기반이 됩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토마토의 익은 정도와 절단 위치를 인식하고, 수확한 작물을 자율주행으로 운반하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스마트팜 무인 자동화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상업적 성공 사례가 드문 도전적인 분야이며, 저희는 그 첫 성공 모델을 구현하고자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이토파운드리 기술은 무엇인가요?
‘파운드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주는 개념인데, ‘파이토파운드리’는 이 개념을 식물에 적용한 것으로,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기능성 작물을 맞춤 재배해 공급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상처 연고나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병풀’이라는 식물은 아프리카에서는 기능 성분이 5% 이상 나오지만, 국내에서 재배하면 1%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지역에 따라 성분 차이가 큰 작물의 품질을 스마트팜 환경에서 양액, UV, 케미컬 처리 등으로 제어하면 원하는 기능 성분을 높일 수 있습니다.

파이토파운드리 기술의 핵심은 단기간에 고품질 작물의 재배 조건을 찾아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저희는 수년간 이 연구를 이어오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왔고, 앞으로는 이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재배법 설계에 나설 예정입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재배 조건을 제안하는 테스트 모듈 기반 연구를 향후 3년간 집중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스마트팜 기술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까요? AI와의 접목 기술 전망도 궁금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농업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재배에 필요한 정보들을 각종 센서를 통해 다양하게 확보하면, 인공지능을 통해 재배법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관과 협력해서 스마트팜 재배법을 농가에 보급할 수도 있고요. 노지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저희가 테스트할 수 있는 거죠. 궁극적으로 마지막 단계까지 가면 스마트팜도 디지털 트윈화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작물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으면 가상으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를 바꿔보면서 어떻게 자랄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작물의 경우 잎을 더 크게 키우고 싶다거나 특정 기능 성분을 높이고 싶을 때, 그 재배법을 직접 테스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죠. 현재 저는 탈모 예방에 좋은 쥐꼬리망초라는 소재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에서 그 소재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 디지털 트윈에 쓸 수 있는 시뮬레이터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해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건에서 재배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식물 재배도 결국 그런 단계까지 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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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센터장은 3년 안에 무인 자동화 스마트팜 운영과 고부가 소재 작물 생산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의 스마트팜 연구 핵심 기술
핵심 기술 1 ▶ 스마트팜 무인 자동화
토마토 등 작물의 성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작업 로봇 제어
3D 피노타이핑, 자율주행 수확 등 고도화 연구 중
핵심 기술 2 ▶ 파이토파운드리 기술
기업 맞춤형 기능성 작물 생산
병풀 등 기능 성분 향상 위한 재배 조건 설계
AI 기반 재배법 제안 시스템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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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농업 방식과 비교할 때 스마트팜 기술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혹은 비용적 한계가 있을까요?
스마트팜의 가장 큰 차별점은 경험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농업이라는 점입니다. 기존 농업은 농민의 경험에 의존해 작물을 관리했다면, 스마트팜은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합니다.
현재 국내외 스마트팜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은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입니다. 이들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수익성이 검증된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직농장(식물공장)은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시도했지만 반복적으로 실패를 겪었습니다. 주로 엽채류를 재배하는데, 생육 속도는 빠르지만 단가가 낮아 높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희는 천연물 원료나 산업형 기능성 소재 작물을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모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작물들은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고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목표는 기업과 농민을 연결해 새로운 소득 작물로 산업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스마트팜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선 어떤 역량이나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전공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팜은 주로 농대에서 연구해서 식물 관련 전공자가 많습니다. 사실 ICT 쪽 기술도 굉장히 많이 필요한데, ICT 쪽 전공자들은 식물을 잘 모르죠. 두 분야를 같이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ICT 쪽 연구자들이 굉장히 귀합니다. 오죽하면 식물을 몰라도 인공지능이나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면 데려오자고 해요. 그런데 요즘 인공지능 분야가 너무 인기 있어서 판교 밑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스마트팜에 관심 있다면 식물 연구도 좋지만, 복수 전공으로 소프트웨어나 컴퓨터공학, 로봇공학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분야에 그런 사람이 적으니까 키플레이어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도 많죠. 그리고 지금 하는 과제들이 다 인공지능 과제입니다. 식물, 농업 쪽도 인공지능을 적용하지 않으면 과제를 할 수 없어요. 이제는 다학제 융합 연구가 트렌드입니다. 인공지능은 디폴트고요. 이런 흐름에 맞춰 융합 학문을 추구하는 마인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향후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스마트팜은 농업에서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저희 최종 목표는 3년 안에 무인 자동화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거고요. 그 첨단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고부가 소재 작물을 생산하는 겁니다. 농민은 그 작물을 생산해서 공급하고, 기업은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거죠. 더 나아가서 우주 극한 환경에서 필요한 농업기술까지 대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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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
김상민 센터장은 누구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농생명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분원에서 천연물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는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으로서 무인 자동화 스마트팜, 파이토파운드리 기술 개발, 기능성 작물 산업화 등 AI 기반의 미래 농업기술 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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