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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공학자의 시선
몸속의 번개,
광음향 공학 및 의료 적용
김철홍 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빛을 이용해 인체 내부에서 소리를 발생시켜 질병을 진단하는 ‘광음향 공학’은 의료 영상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광학 영상의 높은 대비와 초음파 영상의 투과 깊이라는 장점을 결합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형태뿐 아니라 해당 조직의 생리적·분자적 정보를 시각화하는
초정밀 하이브리드 진단이 가능하다. 빛과 소리의 융합을 통해 진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공학적 도전을 소개한다.

빛과 소리의 하이브리드 결합, 기존 의료 영상의 물리적 한계를 넘다
여름철 폭풍우가 몰아칠 때 우리는 번개와 천둥을 거의 동시에 경험한다.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는 강력한 빛에너지의 방출이며, 이어 들려오는 천둥은 대기의 급격한 팽창으로 발생하는 음향 파동이다. 즉 강한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열과 압력 변화를 일으키고, 그 결과 소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물리학적으로 빛이 물질을 자극해 음향신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바로 이러한 원리를 공학적으로 활용한 기술이 광음향Photoacoustic 기술이다.

최근 바이오메디컬 영상 분야에서 주목받는 광음향 영상Photoacoustic Imaging은 빛과 소리를 결합한 융합 의료 영상 기술이다. 레이저와 같은 짧은 광 펄스를 인체 조직에 조사하면 조직이 빛을 흡수하면서 순간적인 열팽창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하는 초음파 신호를 검출해 영상을 생성한다. 다시 말해 빛으로 자극하고 소리로 읽어내는 영상 기술이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의료 영상 기술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 광학 영상은 높은 대비와 분자 정보를 제공하지만 깊은 조직 관찰에는 제한이 있다. 반면 초음파 영상은 수 센티미터 깊이까지 관찰할 수 있지만 분자 정보는 제한적이다. 광음향 영상은 이러한 두 기술의 장점을 결합한 비방사선 하이브리드 영상 기술로, 수 밀리미터에서 수 센티미터 깊이까지 조직을 관찰하면서 광학적 대비 정보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공학적으로 볼 때 광음향 영상은 기존 초음파 영상 시스템과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는 초음파 영상과 광음향 영상을 동시에 획득하는 멀티모달 영상 시스템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초음파 영상이 조직의 구조 정보를 제공한다면, 광음향 영상은 조직의 생리적·분자적 정보를 제공한다. 두 영상이 결합될 경우 단순한 형태 진단을 넘어 좀 더 정밀한 정량적·기능적 진단이 가능해진다.
140여 년 전 벨의 ‘포토폰’으로부터 이어진 연구
흥미롭게도 광음향 현상 자체는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이 현상은 1880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과 찰스 섬너 테인터Charles Sumner Tainter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벨은 빛의 세기 변화를 이용해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인 포토폰Photophone을 개발하면서 광음향 효과를 설명했다. 이후 20세기 중반 기체 분석 연구에서 유사한 현상이 활용되며 Optoacoustic 또는 Optic-acoustic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1973년에는 ‘Acousto-optic’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Photoacoustic이라는 용어가 도입되었다. 이후 두 용어는 바이오메디컬 영상 분야에서 사실상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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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2월 19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찰스 섬너 테인터가 발명한 ‘포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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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향 영상 기술을 통해 조영제 없이 3차원으로 정밀하게 시각화한 쥐 모델의 미세 혈관 지도.
광음향 영상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초기에는 소동물 영상 실험에서 활용되었고, 이후 기능 영상 연구와 인체 대상 연구가 이어지며 기술적 가능성이 빠르게 입증되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검증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광음향 영상은 레이저 광원, 초음파 트랜스듀서, 신호처리 알고리즘, 영상 재구성 기술 등 여러 공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진화해왔다.

광음향 영상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생체 조직의 분자 성분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 피부의 멜라닌, 세포의 핵산, 조직 내 지질·콜라겐 등은 서로 다른 빛 흡수 특성을 가진다. 광음향 영상은 이러한 차이를 이용해 조직의 구조뿐 아니라 생리적 상태까지 분석할 수 있으며, 특정 분자에 결합하는 외부 조영제를 이용하면 분자 표적 영상도 가능하다.

또한 광음향 영상은 기능 영상Functional Imaging 분야에서도 중요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혈액 산소 포화도, 혈류, 조직의 기계적 특성, 대사 활동, 림프관 구조 등을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는 종양 진단, 혈관질환 평가, 염증 분석 등 다양한 임상 분야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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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한 광음향 영상 장비를 이용해 발의 미세 혈관 구조와 혈류 정보를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모습.
다학제 간 융합 공학의 산물, 미래 정밀의료의 지평을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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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교수 연구실에서 활용 중인 광음향 영상 시스템의 핵심 광학 장비. 고속 펄스 레이저와 각종 센서를 이용해 미세 생리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
공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광음향 영상 시스템은 단순한 의료 장비가 아니라 융합 공학 시스템이다. 고속 펄스 레이저, 고감도 초음파 센서, 데이터 수집 장치, 신호처리 알고리즘, 3차원 영상 재구성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또한 임상 환경에서는 장비의 안정성, 크기, 비용, 사용 편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광음향 영상 연구는 물리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생체의료공학, 컴퓨터공학, 의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가능성이 곧바로 의료 현장 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광음향 영상이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표준화, 임상 검증, 의료기기 규제와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 그룹과 장비마다 다른 시스템 구조와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한 공통 기준이 필요하며, 다양한 환자 데이터를 통한 신뢰성 확보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광음향 영상은 미래 의료 영상 기술의 중요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존 초음파 시스템과의 통합이 가능하다는 점은 임상 확산에 큰 장점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초음파 프로브에 광섬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장비도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의료 환경에서도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결국 광음향 영상은 빛과 소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공학 기술이다. 자연 속에서 번개와 천둥이 하나의 연속된 물리현상인 것처럼, 인체 내부에서도 빛이 만들어낸 미세한 음향신호가 조직의 정보를 전달한다. 공학자는 이러한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여 인체 내부의 상태를 읽어낸다.

몸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광음향 신호를 통해 질병을 더 이른 단계에서 발견하고 생체 조직의 기능적 변화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바로 광음향 공학이 의료 분야에서 지향하는 목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공학적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광음향 기술은 의료 영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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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 교수
포항공대 무은재 석좌교수이자 광음향 영상 기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IEEE·SPIE·IAMBE 펠로이자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연구실의 성과를 실제 의료 현장의 가치로 연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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