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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M.AX Series①
AI 자율운항선박,
K-조선의 패러다임 전환
김진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AI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K-조선의 국가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배를 건조하는 제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형 조선업’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의 전례를 교훈 삼아 기술 주도권을 선점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What is M.AX Series?
산업통상부가 주도하는 ‘제조 AX 얼라이언스M.AX’에는 자율운항선박을 비롯한 주요 산업 분과가 참여하고 있다. M.AX 얼라이언스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핵심 산업이 딥테크와 결합해 어떻게 인공지능 전환 AX을 이뤄내는지 진단하는 심층 연재 시리즈를 시작한다.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에서 조선산업은 수십 년간 국가경쟁력을 지켜온 핵심 기간산업이다. 전통적인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했던 만큼, 산업의 주도권이 인건비 경쟁력을 따라 유럽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해왔으며, 지금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지금까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데는 LNG선이나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중심으로 끊임없이 기술혁신을 추구하며 단순 가격경쟁 구도를 벗어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현시점에도 환경규제 대응 역량과 오랜 시간 쌓아온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장벽 삼아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율운항선박 기술은 그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다음 승부처라 할 수 있다. 기술혁신으로 시장을 선점해온 한국 조선산업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자율운항선박의 핵심기술 체계와 완전 자율화를 향한 과제
차량의 자율주행과 마찬가지로 선박의 자율운항을 위해서는 인지, 판단, 제어의 세 단계를 아우르는 기술 체계가 필요하다. 인지 단계에서는 레이더·AIS·카메라 등 이종 센서의 데이터를 융합하여 주변 선박과 장애물, 기상과 해상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해상 상황 인식Maritime Situational Awareness 기술이 핵심이다. 판단 단계에서는 이동 시간과 연료 소비량을 감안한 최적의 운항 경로를 생성하되, 운항 과정에서 조우하는 선박 및 장애물에 대해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을 준수하는 충돌회피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제어 단계에서는 끊임없이 변하는 각종 외란 속에서 선박의 거대한 관성과 제한된 조종 성능을 고려하면서도 계획된 경로를 정밀하게 추종하는 선박 운동제어 기술이 작동한다. 단, 이는 항해 관점에서의 자율화 기술이며, 선박 운용 전체를 자율화하기 위해서는 훨씬 넓은 범위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역할을 대체함으로써 완성되지만, 진정한 자율운항선박이 되기 위해서는 항해사뿐 아니라 모든 승조원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 위의 혁신이 바다에 던지는 질문, 자율주행차 vs 자율운항선박
비교 테마 자율주행차 자율운항선박
제어 물리 즉각적 반응과 정밀도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 제어와 즉각적인 제동이 핵심. 2차원 평면 거동 중심.
거대 관성과 장기 예측
제동 시 수 km를 전진하는 거대 관성 제어. 파도·바람에 의한 자유도 복합 거동 계산 필수.
환경 인식 고해상도 근거리 탐색
카메라와 라이다 중심. 300m 이내의 복잡한 도심 장애물을 고밀도로 분석.
광역 원거리 탐색
레이더와 AIS 중심. 수 km 밖의 위협을 선제 포착. 위성 기반 기상 데이터 융합이 관건.
자동화 범위 ‘운전자’ 역할 대체
조향, 가속, 제동 등 단일 태스크의 자동화를 통한 안전과 편의 중심.
‘승조원’ 체계 무인화
항해뿐 아니라 기관실 관리, 하역, 계류 등 선박 운용 전반의 무인 플랫폼화 지향.
통신 인프라 5G 및 V2X 기반
지상 기지국 중심의 고대역폭 통신망 활용. 실시간 지도 및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용이.
위성통신 기반
저궤도 위성 활용. 광범위한 통신 사각지대 및 데이터 지연 극복이 핵심 과제.
인력난과 규제를 넘어서는 AI 솔루션
자율운항선박의 필요성은 복합적인 배경에서 출발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선원 부족이다. 선원 고령화와 해기사 수급 불균형은 해운산업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자율운항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의 항로 최적화와 연료 소비량 관리는 운항비용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국제 환경규제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빠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박에 탑재된 레이더·카메라·라이다·AIS 등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기반의 자율항해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며, 고장 예측과 유지보수 최적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AI는 항해 자동화를 넘어 선박 운용 전반을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 역시 자율운항 솔루션과 운항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조선업’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서의 기술 개발과 경쟁의 범위가 하드웨어 위주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증명한 소프트웨어의 힘, 조선업에 던지는 질문
그렇다면 과연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K-조선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술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자동차산업의 전례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자율주행 혁명의 주역은 100년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고도화된 기존 차량 기술에 집착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무기로 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산업의 무게중심을 옮겨버렸다. 자율주행이 여전히 완성된 기술이 아닌 진행형 기술임에도,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시총이 기존 완성차 업체 대부분의 시총을 합산한 금액을 넘어선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조선산업이라고 다르게 볼 수 없으며, 실제로 잠재적 도전자들은 이미 포진해 있다. 선박용 항해 통신 및 자동화 장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자율운항 기술 개발을 시도해온 해양 기자재·솔루션 기업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AI의 핵심 자산인 실제 운항 데이터를 가장 풍부하게 보유한 해운사들이 관련 기술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자율운항의 주도권이 전통 조선업체가 아닌 곳으로 넘어가는 상황도 가상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기존 조선소는 껍데기 배만 짓는 단순 제조업체로 남고, 기술 주도권을 잃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엔지니어링 자산과 민관 협력으로 완성하는 K-조선 초격차 전략
다행히도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서 한국은 아직 유리한 고지에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의 건조 역량과 엔지니어링 경험은 세계적이며, 산·학·연 협력의 탄탄한 저변 역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정부는 자율운항선박법 시행, 얼라이언스 출범, 관련 국책 사업을 통해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 조선·해운·AI 분야를 아우르는 민관 협력체계가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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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9일(월)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와 해양수산부(당시 장관 직무대행 김성범)는 공동으로 서울 롯데호텔에서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전략회의에는 조선·해운·AI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약 50개 기관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바야흐로 조선산업은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기술 전환기의 주도권은 과거의 강자에게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변화를 먼저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준비하는 쪽에 기회가 열린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K-조선은 먼 미래에도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산업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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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의 패러다임 전환을 실증하는 자율운항 테스트베드 ‘해양누리호’.
엔지니어링 자산을 바탕으로 AI 기반의 인지·판단·제어 기술을 통합 실증하며, 대한민국이 자율운항선박 기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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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항공우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를 거쳐 2010년부터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제조 AX 얼라이언스M.AX’의 AI 자율운항선박 분과위원장을 맡아 대한민국 핵심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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