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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땅속을 읽는 일
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김선녀 사진 김기남

지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흔적은 데이터로 남는다. 송석구 센터장은 그 미세한 신호를 읽어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짧게는 수초, 길게는 수천 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데이터를 통해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읽어내는 일. 그의 연구는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의 안전을 준비하는 과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 관련 업무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지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분석하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진과 지진 재해를 연구하는 일입니다. 저는 지진연구센터를 맡고 있어서, 한반도의 지진 활동 특성을 분석하고 장기적인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금 일어나는 현상만을 보는 게 아니라, 수십 년 이상의 데이터를 통해 ‘우리나라 지진은 어떤 특징을 갖는가’를 이해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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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타이완 921 지진(1999년 발생) 교육 박물관 견학 현장.
치치Chi-Chi 지진 당시 뒤틀린 단층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지진 에너지의 위력과 방재 시스템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있다.
지진 연구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지질학을 전공했는데, 암석을 직접 관찰하거나 야외조사를 하는 것보다 수학이나 컴퓨터를 활용하는 쪽이 더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지구물리학으로 방향을 바꿨고, 그 안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분야가 지진학이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선택한 길입니다.
실제로 연구하면서 느낀 ‘지진’은 처음 생각과 어떻게 달랐나요?
우리가 흔히 땅이라고 하면 단단히 고정돼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조금만 내려가면 그 아래는 탄성을 가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서는 계속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표에 설치된 지진계를 통해 그런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지금도 흥미롭습니다. 일종의 CT나 MRI처럼, 직접 보지 않고도 내부를 파악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지진 연구라는 분야만의 특징이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특징은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단층 운동이나 지구 내부 구조는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지진파 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론해야 합니다. 다른 분야는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지만, 지진학은 그런 방식이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지질학적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큰 지진은 연구자의 커리어 동안 몇 번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긴 호흡으로 데이터를 쌓고 해석해야 하는 점이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지진 분석 프로젝트 중 인상 깊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미국 유학 시절,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100주년을 기념해 당시 지진을 다시 들여다보는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100년 전에는 정밀한 관측 장비가 없어 종이에 펜으로 기록된 지진계 데이터나 삼각측량 자료 같은 전통적인 방법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그런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다시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시도였지만, 결국 그런 도전과 시행착오가 쌓이면서 지금의 관측 기술로 이어졌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연구는 누군가의 시도를 통해 시작된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연구자들에 대한 존경심도 많이 느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큰 피해를 가져올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진동을 직접 느끼고, 이후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 연구가 사회에 실제로 연결되는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연구자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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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연구는 단순히 ‘지진을 분석하는 학문’을 넘어, 지구와 행성의 내부를 이해하는 과학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진 위험성과 대형 건축물이나 원전 등과 관련해 연구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진연구센터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원전이나 대형 건축물, 지하 시설 등이 늘어나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피해 규모가 훨씬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많은 지역은 아니지만 안전지대라고 보기도 어렵고, 경주와 포항 지진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대비가 부족할 경우 피해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진연구센터는 실시간 관측을 넘어 지진 위험을 평가하고, 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진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 변화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인공지능 기반 분석 기술입니다. 지진 센서에 기록된 자료는 모두 디지털 신호로 저장되기 때문에, AI를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분야입니다. 실제로 지진 관측은 초당 수십에서 100회 이상의 데이터를 기록하기 때문에, 1년만 지나도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됩니다.

지금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이 점차 자동화되고 있으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미세한 진동이나 새로운 패턴을 AI가 스스로 찾아내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인간 연구자의 분석 능력을 보완하거나, 일부 영역에서는 뛰어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지진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각판 전체의 움직임과 연결된 현상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시각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미국·일본 등 지진 연구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교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협력은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고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진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진 연구는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외롭고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이해하고 사회 안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지진 연구의 영역도 지구를 넘어 확장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 성장할 것입니다. 달이나 화성 같은 행성 탐사에 꼭 가져가야 하는 필수 품목 중 하나가 바로 지진계입니다. 행성 내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죠. 결국 지진 연구는 단순히 ‘지진을 분석하는 학문’을 넘어, 지구와 행성의 내부를 이해하는 과학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탐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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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송석구 센터장은 누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를 이끌며 한반도 지진 활동과 지진 재해를 연구하는 지진학자다. 지구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지진파 분석을 통해 지하 구조를 해석하고, 장기적인 지진 위험 평가와 국민 안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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