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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남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타면 멀미가 심하게 나는데,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 왜 멀미가 사라지는 걸까?
조수석에 앉으면 왜 그렇게 속이 울렁거릴까요? 핵심은 뇌가 ‘속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귓속 깊은 곳에는 전정기관이 있습니다. 이 기관은 몸이 기울어지거나 가속될 때 이를 감지하죠. 그런데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눈은 창밖 풍경을 보고 있는데 귀는 몸이 기울어졌다는 신호를 뒤늦게 전달합니다. 이 시간차가 뇌를 혼란에 빠뜨리고, 그 혼란이 멀미로 나타납니다. 반면 운전자는 다릅니다. 핸들을 틀기 전에 이미 뇌가 ‘이제 왼쪽으로 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멀미를 막는 열쇠입니다. 실제로 자동차 시뮬레이터 연구들에서 탑승자에게 ‘곧 오른쪽으로 꺾습니다’라고 미리 알려줬더니 멀미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1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뇌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합니다. 비유하자면 눈을 감고 누군가에게 밀리는 것과 내가 직접 뛰어드는 것의 차이입니다. 결과는 똑같이 몸이 움직이더라도, 뇌가 느끼는 충격은 전혀 다릅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 문제는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사라지면 모든 탑승자가 동승자가 되니까요. 멀미 저감 기술이 자율주행차 설계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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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행기 모드’를 켤 때 차단하는 전파는 무엇일까? 켜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할까?
비행기 모드를 켜면 셀룰러 통신LTE·5G,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까지 스마트폰이 내보내거나 받는 전파가 모두 차단됩니다. 이 규정은 생각보다 역사가 깁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961년, 강력한 FM 라디오 전파가 항공기 항법 장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내 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당시 항공 장비는 전자기 차폐가 취약했기 때문에 이 규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위험할까요? 미국 FAA가 2006년과 2012년에 의뢰한 연구, 그리고 항공무선기술위원회 RTCA의 2013년 보고서에서는 일반적인 휴대전화 신호가 항공기 시스템에 간섭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2013년 이후 FAA는 비행기 모드 상태라면 이착륙 중에도 전자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그럼 왜 규정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까요? 첫째, 항공 안전은 ‘가능성이 낮다’와 ‘위험이 없다’를 다르게 봅니다. 연간 수천만 회의 비행을 하며 아주 작은 확률이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둘째, 수백 대의 스마트폰이 고공에서 동시에 지상 기지국에 접속을 시도하면 지상 통신망이 교란될 수 있다는 통신 규제 측면의 문제도 있습니다. 셋째, 최근에는 5G 주파수가 항공기 전파고도계 주파수와 가까워 잠재적 간섭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결론적으로 현대 항공기에서 승객 전화기 전파가 직접적인 사고를 유발한 공식 사례는 없습니다. 규정은 지금도 진화 중이며, 기내 와이파이 도입과 함께 이착륙 시에만 비행기 모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Q.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면 왜 귀가 먹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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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캔슬링ANC 이어폰을 끼면 주변이 조용해지는 대신 이상하게 귀가 먹먹하다는 분이 많습니다. 비행기를 탔을 때처럼 귀가 막히는 느낌, 왜 생길까요? ANC의 원리는 이렇습니다. 이어폰 속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수집하면, 그 소음과 정확히 반대 파형의 음파를 만들어냅니다. 파도처럼 위아래로 진동하는 음파에서 마루(고압)와 골(저압)이 만나면 서로 상쇄됩니다. ‘상쇄 간섭’이라는 원리로, 이 과정이 수 밀리초 안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ANC는 비행기 엔진이나 에어컨처럼 규칙적이고 낮은 주파수의 소음을 없애는 데 탁월합니다. 반면 갑작스러운 경적이나 대화 소리처럼 불규칙한 고주파 소음은 완전히 상쇄하기 어렵습니다. 먹먹함의 원인은 실제 기압 변화가 아닙니다. 청각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각입니다. 우리 뇌는 평소 주변의 낮은 주파수 소리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공간감과 기압 상태를 파악합니다. ANC가 이 배경 소음을 갑자기 없애버리면, 뇌가 그것을 ‘기압이 변했다’는 신호로 오해하는 것이죠.
Q. 목욕탕에 오래 있으면 왜 손가락·발가락 끝이 쭈글쭈글해지는 걸까?
당연히 물이 스며들어서 피부가 부풀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1930년대에 발견됐습니다. 손가락 신경이 손상된 환자는 아무리 오래 물에 담가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관찰이 보고된 것입니다. 진짜 원인은 자율신경계입니다. 물이 땀구멍을 통해 스며들면, 교감신경이 이를 감지해 손끝의 미세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그 아래 조직의 부피가 줄어들고, 위를 덮고 있는 피부가 아래로 당겨지면서 특유의 주름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물이 피부를 밀어 올리는 게 아니라, 반대로 아래 조직이 줄어들면서 피부가 꺼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름이 어떤 기능을 하는 건 아닐까요? 2011년 한 연구팀은 주름 패턴이 타이어 트레드처럼 물을 효율적으로 배출하는 배수 네트워크 형태라는 가설을 제안했습니다. 2021년에는 주름진 손가락이 젖은 물체를 잡는 데 유리하다는 결과도 보고되었고, 학계에서는 계속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주름 반응은 신경 기능 검사에도 활용됩니다. 파킨슨병·당뇨병성 신경병증 등 자율신경 이상이 있는 환자는 주름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 간단한 물 담금 검사가 신경 기능 평가 도구로 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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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 및 도시를 전공한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 건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한다.
현재 방송, 강연, 기고 등을 통해 과학 지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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