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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노트북 어댑터 선에 달린 원형 모양의 굵은 뭉치는 장식일까? 아니면 어떤 기능이 있는 걸까?
노트북 충전기 케이블을 잘 살펴보면, 플러그 가까이에 원통형 덩어리가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 요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부품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이름은 ‘페라이트 코어Ferrite Core’로,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잡음, 즉 전자기 간섭을 억제하는 일종의 필터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전원 어댑터는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주파 노이즈를 만들어냅니다. 이 노이즈가 긴 케이블을 타고 흐르면, 케이블 자체가 안테나처럼 작동해서 주변에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됩니다. 페라이트 코어는 산화철에 니켈·아연·망간 등을 혼합해 만든 세라믹 소재로, 이런 고주파 잡음 신호가 통과할 때 그 에너지를 열로 바꿔 흡수해버립니다. 마치 소음 가득한 복도에 방음재를 설치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죠. 만약 이 부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트북 화면에 미세한 줄무늬가 나타나거나, 가까이 둔 라디오나 스피커에서 ‘지지직’ 하는 잡음이 들릴 수 있습니다. 작고 투박해 보여도, 전자기기들이 서로 방해 없이 조용히 공존하게 해주는 숨은 일꾼인 셈입니다.
Q. 블루투스 이어폰은 왜 사람 많은 역 한복판에서 유독 뚝뚝 끊길까?
출퇴근 시간 지하철 환승역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이 자꾸 끊기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이 현상의 핵심 원인은 ‘주파수 혼잡’에 있습니다. 블루투스는 2.4GHz 대역의 전파를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주파수 대역이 블루투스만의 전용 도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와이파이, 무선 마우스, 심지어 전자레인지까지 모두 같은 2.4GHz 대역을 함께 씁니다. 평소에는 블루투스가 ‘주파수 도약Frequency Hopping’이라는 기술로 이 혼잡을 잘 피해 다닙니다. 초당 1600번이나 채널을 바꿔가며 빈틈을 찾아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러시아워 역 구내에는 수백·수천 대의 스마트폰과 이어폰, 스마트워치가 동시에 2.4GHz 대역에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아무리 재빨리 채널을 바꿔도, 빈 채널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 차선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요인이 더해집니다. 사람의 몸은 약 60%가 수분인데, 수분이 풍부한 인체 조직은 2.4GHz 대역의 전파가 통과할 때 신호를 크게 감쇠시키는 성질이 있습니다. 밀집한 인파 사이에서는 사람들의 몸 자체가 전파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 스마트폰과 이어폰 사이의 신호가 약해집니다. 이어폰 입장에서는 사방에 뒤섞인 신호 속에서 원래 신호를 골라내야 하는 셈이니 끊김이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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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차장에서 내 차를 찾을 때 스마트키를 머리에 대면 더 멀리서도 문이 열리는 느낌인데, 과학적으로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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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것은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영국의 자동차 프로그램 <톱 기어>에서 실험으로 검증한 바 있고, 미국 <뉴욕타임스>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전파 엔지니어 인터뷰를 통해 원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두개골 내부에는 수분이 풍부한 뇌와 체액이 들어 있습니다. 스마트키를 턱 아래나 관자놀이 부근에 갖다 대면, 수분이 풍부한 두개골 내부가 일종의 ‘유전체 공진기Dielectric Resonator’ 역할을 하게 됩니다. 스마트키의 미약한 전파가 머리 내부의 수분과 상호작용하면서 신호의 방사 패턴이 바뀌고, 특정 방향으로 더 강한 신호가 전달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쉽게 말해 사방으로 고르게 퍼지던 전파가 머리를 거치면서 차량 쪽으로 좀 더 집중되는 셈입니다. 다만 효과의 정도는 키의 주파수, 머리 크기,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항상 극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넓은 주차장에서 차를 찾을 때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일상 속 전파 실험이 되겠습니다.
Q. 왜 대형마트의 에스컬레이터 손잡이(핸드레일)는 발판보다 미세하게 더 빨리 움직일까?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손잡이가 발판보다 살짝 앞서 나가는 느낌, 예민한 분이라면 분명 느꼈을 겁니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은 발판(스텝)보다 약간 빠르게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차이는 대체로 0~2% 정도입니다. 이것은 고장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계적 마모에 대한 대비입니다. 에스컬레이터의 발판은 금속 기어와 체인으로 구동돼 속도가 매우 안정적인 반면, 핸드레일은 고무 마찰 휠로 구동됩니다. 이 고무 휠은 사용할수록 마모돼 지름이 줄어들고, 그만큼 핸드레일 속도가 느려집니다. 처음부터 발판과 똑같은 속도로 맞춰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핸드레일이 발판보다 느려지는 위험한 상황이 생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약 2% 빠르게 설정해두는 것입니다. 여기에 안전 측면의 이점도 있습니다. 만약 핸드레일이 발판보다 느리게 움직인다고 상상해봅시다. 발은 앞으로 가는데 손잡이를 잡은 상체는 뒤로 끌리겠죠. 이렇게 되면 탑승자가 뒤로 기울어지면서 넘어질 위험이 생깁니다. 반대로 핸드레일이 아주 살짝 빠르면, 상체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집니다. 앞으로 기우는 자세는 발판 위에서 중심을 잡기에 훨씬 안정적이고, 설사 균형을 잃더라도 앞으로 한 발 내딛는 것이 뒤로 넘어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결국 에스컬레이터 설계자들이 재료 특성과 인체 역학을 함께 고려해 넣어둔, 탑승자를 지키는 조용한 안전장치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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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 및 도시를 전공한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 건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한다.
현재 방송, 강연, 기고 등을 통해 과학 지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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